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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당권 주자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패배를 책임져야 할 인사들이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서면서 당 내에선 "믿고 찍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6·2지방선거 직전 두 번째 원내대표 임기를 마친 안상수 의원(65·4선·경기 의왕과천)은 16일 SBS 라디오 'SBS전망대'에 출연, 다음 주 초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안 의원이 밝힌 출마 당위성은 "한나라당의 쇄신과 개혁을 주도하고, 또 집권당으로서 국정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어야 되고, 정권 재창출을 해서 국가 선진화를 이뤄야 된다는 이런 무거운 과제들을 충족시켜야"하는 차기 당 대표직에 "정권창출에 앞장섰고, 또 한번은 각종 국정과 민생 현안들을 차질 없이 통과시켜서 당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원내대표를 2번 지낸 경력을 앞세운 것.

 

그러나 안 의원은 지방선거 뒤 초선의원 쇄신모임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당-정-청 관계 정상화' 등의 핵심적 쇄신 요구를 뭉개고 갈 태세다. 안 의원은 "지금 당과 청와대의 관계에 어떤 무슨 큰 문제에 있다고는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에 종속됐다'는 비판을 받는 현재의 당-청 관계는 자신이 원내대표를 맡으며 형성·유지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친이계 강경파'로 분류되는 안 의원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당 대표가 되면 원내대표 시절과는 틀리기 때문에 이제는 포용과 상생의 정치를 펴고자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심이반에 대한 책임도 크다. 대표적인 경우가 '봉은사 외압설'로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큰 반발을 사면서도 본인은 해명 한마디 않는 모르쇠 대응으로 빈축을 샀다. 성폭행살인범이 나타난 원인을 '좌파교육'에서 찾은 발언도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두언 출마에 한 의원 "목 디스크 수술 뒤 푹 쉬는 줄 알았는데"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았던 정두언 의원(54·재선·서울 서대문을)도 지난 15일 "이명박 정부의 성패가 걸린 이번 전당대회에 나가 한나라당이 세대교체와 보수혁신 그리고 '당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정 의원은 지방선거 직후 받은 목디스크 수술 자국이 선명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내 반응은 '갸우뚱'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곧바로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다른 초선 의원도 "선거 뒤 목 디스크 수술을 한 건 당분간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겠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13명의 모임인 민본21은 지난 8일 쇄신촉구 성명서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이 큰 사람들은 자숙하고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성명서에 포함했다. 이 내용이 51명 초선 의원들의 연판장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쇄신을 바라는 의원들에게는 어느 정도 공감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정 의원의 경우 전반적인 지방선거 전략에 대해 패배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전교조 공격에 앞장서는 등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친이계 핵심인 정 의원은 "이명박 정치가 아니라 정두언 정치를 하겠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해왔다"고 하지만, 그동안 여권 내에서 정 의원의 역할이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지방선거 패배와 정 의원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남경필 의원(46·4선·경기 수원팔달)은 20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지난 7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한 의원이 세대교체 주역 중 한 사람으로 남경필을 언급한 것에 대해 남 의원은 "내가 뭐 어떻게 하겠다고 할 상황은 아니다, 그저 흐름에 몸을 싣겠다"고 말한 바 있다. 스스로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나서기가 껄끄럽다는 것.

 

다만 남 의원의 경우, 선거 패배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재영입 분야를 맡았고, 선거 기간 중에도 전교조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여권의 지나친 공세를 경계해왔다. 또 이번 선거 이전에는 별다른 당직을 맡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국정기조의 변화를 주문해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당에서 역할을 맡았던 인사들에 비해 책임론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불출마' 이한구 "정부·여당 잘못하는데 앞장선 사람들 출마는 곤란"

 

지난 2년 반 동안 당을 이끌어온 세력이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이반 상황을 무시하면서 당권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찍을 사람이 없는 전당대회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거길 왜 나가"라면서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이한구 의원은(66·3선·대구 수성갑) "최소한 이번 선거 패배에 직접·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직접·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지방선거 관련 당직을 맡은 인사들 외에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중요 당직을 맡았던 이들을 포괄한다. 'MB 말 잘 듣는' 인사들이 당을 맡아 당-청 관계를 청와대 종속적으로 만들고 이것이 결국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당원들의 관심은 재집권인데,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못하는 데에 앞장선 사람들이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며 "당원들이 믿고 지지할 만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고 최고위원회에 포진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당대회에 나설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인사들이 앞장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은 자연스럽지 못하지만, 나오겠다는 사람을 억지로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의 쇄신과 국정기조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한나라당 당원들의 투표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태그:#전당대회, #한나라당, #안상수, #정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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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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