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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해민 구글코리아 모바일프로덕트매니저(PM)가 한국어 음성 검색을 시연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해민 구글코리아 모바일프로덕트매니저(PM)가 한국어 음성 검색을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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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해민 구글코리아 모바일프로덕트매니저(PM)가 스마트폰에 대고 또박또박 발음한 긴 문장이 오자 하나 없이 검색 페이지에 뜨는 순간 박수에 인색하다는 기자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고작해야 '박지성', '김연아 사진' 등 간단한 몇 단어 정도만 검색 가능하리라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구글 음성검색 8번째 언어... 달라진 한국 위상 실감

구글코리아(대표 이원진)는 16일 오전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어 음성 검색' 서비스를 발표했다. 지난 9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을 이용해 아이폰을 통한 음성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두 번째다. 그동안 문자 입력 중심이었던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구글은 이미 지난 2008년 영어 음성 검색을 시작으로 지난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어는 1주일 전 서비스를 시작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에 이어 8번째다. 이는 한국 모바일 시장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 다음-구글 한국어 음성 검색 비교 16일 구글코리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이폰용 다음 음성 검색과 넥서스원 구글 음성 검색을 직접 비교해 봤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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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구글 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린 것도 많았는데 음성 검색은 몇 년 아니라 몇 달 만에 들어왔다"면서 "한국시장이 모바일 쪽에서 구글이 관심 갖는 시장이 됐다는 지표"라고 밝혔다.  

조원규 R&D총괄 사장은 "구글 모바일 검색 트래픽이 2009년 12월 이후 6개월 사이에 10배 증가했다"면서 "스마트폰은 기기가 작고 터치스크린에 익숙하지 않으면 문자 입력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음성으로는 쉽게 입력할 수 있고 특히 운전이나 이동 중일 때 효율적"이라며 음성 검색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한국어 음성 검색으로 모바일 시장을 장악해 국내 검색 시장 1위 자리까지 노리겠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어 기술 개발에 9개월 걸려... 20만 단어 이상 인식

마이크 슈스터 구글 음성인식 총괄연구원이 16일 한국어 음성 검색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크 슈스터 구글 음성인식 총괄연구원이 16일 한국어 음성 검색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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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는 마이크 슈스터 구글 음성인식 총괄연구원이 직접 나와 9개월에 걸친 한국어 음성 검색 개발 과정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슈스터 연구원은 "한국어 음성인식기술을 시도한 적이 없는 데다 한글 자모에 아스키 문자까지 포함하면 기본 글자 조합만 1만 개가 넘어 개발이 어려웠다"면서 "다행히 한글이 간단한 원리를 지닌 소리 문자여서 읽으면 발음과 그대로 매핑돼 작업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또 "음성 인식이 키보드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점차 음성 인식이 많이 활용될 것"이라면서 "특히 밤이나 주말에 가장 많은 트래픽(접속량)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때 직장보다는 집에서 혼자 말로 검색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네이버도 올 하반기 음성검색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히는 등 모바일 음성 검색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음성 검색이 모바일 검색 시장 판도를 좌우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사람 음성 인식 기술, 개인차 커 상용화 쉽지 않아"

김중태 IT문화원장은 "노래나 음악 같은 소리 인식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반면 사람 목소리를 인식하는 기술은 개인차가 커 상용화하기엔 아직 미흡하다"면서 "모바일에선 당장 음성 검색보다는 바코드 검색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검색 기능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람 목소리는 성별, 연령대, 지역, 표준어나 사투리 구사 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음성인식기가 제대로 해독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글조차 이날 "2년 전 음성검색 출시 당시 인식률 50%를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은 70%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음성 인식 모델 자체가 검색어 위주로 짜여 있다는 것도 한계다.  

"음성 인식 성공률 70% 수준"... 검색어 벗어나면 '꽝'?

아이폰 다음 음성 검색(왼쪽)과 넥서스폰 구글 음성 검색 비교 모습. 검색 결과는 비슷했지만 검색 속도는 구글쪽이 좀 더 빨랐다.
 아이폰 다음 음성 검색(왼쪽)과 넥서스폰 구글 음성 검색 비교 모습. 검색 결과는 비슷했지만 검색 속도는 구글쪽이 좀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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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스터 연구원 역시 "음성검색엔진이 20만 개가 넘는 한국어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면서도 "김연아 같은 유명 인사나 도시, 가게 이름 등 자주 사용하는 검색어에는 능하지만 아주 짧은 단어나 일반인 이름처럼 검색에서 잘 쓰지 않는 고유명사는 알아듣기 힘들다"고 밝혔다.

또 "초기 데이터 수집 때 방언을 사용하는 여러 도시를 방문해 방언 억양도 반영돼 있다"면서도 "일부 지역 사투리는 한국인들도 인식하기 어려워 앞으로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음성검색 서비스 발표 당시 자체 실험 결과 음성 인식률이 95% 정도라고 밝힌 다음 관계자 역시 "적용된 데이터베이스 내에 소음이 없고 표준어를 구사하는 경우에 제한된 결과로, 환경 변화에 따라 인식률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초기 음성 인식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음성 검색 결과를 계속 반영해 인식률과 검색 속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글 음성검색 시연은 국내 출시를 앞둔 구글 넥서스원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이달 중순 KT에서 온라인 판매할 넥서스원과 이달 말 SK텔레콤을 통해 나올 갤럭시S에는 구글 한국어 음성검색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비슷한 시점에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도 음성 검색 기능이 포함된 구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보여 기존 안드로이드폰이나 아이폰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 전도사 "음성 검색 직접 해보니 생각 달라져"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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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고 깜짝 놀랐다. 어제 내가 했던 얘기 일부는 철회해야 할 것 같다."

16일 저녁 7시 구글 블로거 모임에 참석했던 '모바일 전도사' 김중태 IT문화원장의 말이다. 이날 모임 직전까지만 해도 "사람 음성 인식 기술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던 회의적인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이날 기자간담회와 별도로 IT 전문 블로거 40~50명을 초대해 구글 음성검색 기술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도 마이크 슈스터 연구원이 참석해 2시간에 걸쳐 블로거들에게 기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 심드렁하던 블로거들의 반응 역시 직접 시연해 본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사투리가 심한 사람의 맞춤법에 어긋난 말이나 어려운 용어까지 제대로 인식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김 원장은 17일 아침 전화 통화에서 "구글 음성검색은 사용자들의 불만이 안 쌓일 정도로 최소한의 임계점을 넘은 기술"이라면서 "지금까지 국내 음성 인식 기술 수준만 보고 상용화가 어렵다고 봤는데, 구글이 상용화를 5~10년은 앞당긴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음성 검색이 앞으로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김 원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음성 검색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모여 모바일 검색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면서 "네이버가 음성 검색 후발주자로서 모바일 시장에서 뒤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음성검색, #구글, #다음, #모바일검색,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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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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