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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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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59)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한의 학자와 관료 중에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유일한 인물이다. 재계에서는 구본무 LG그룹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 시절에는 당선자의 대미 고위사절단 일원으로 워싱턴을 방문했고,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과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했으며, 대통령 자문 국방발전위원으로도 일했다.

국제정치와 외교안보의 '학문'과 '현장'을 섭렵해온 그는 2007년 대선 직전인 12월 1일 방남한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새 정부를 길들인다고 인수위 때부터 비판하지 말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부장 등 북한 '특사조문단'의 이명박 대통령 면담 성사에도 큰 역할을 했다.

"북한 조문단은 사실은 김정일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특사"라는 문 교수의 신문 기고문을 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겸 대통령 국민통합 특보가 그에게 연락을 해오자 그가 임동원· 정세현 전 장관 등과 매개역할을 맡은 것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각각 베이징 대학과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에 초빙교수로 나가 있으면서, 중국과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살펴봤다.

"6·15 때 사실상 통일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지난 1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만난 문 교수는, 6․15선언 당시를 "법률적으로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고 회고한 뒤 "그런데 지금은 전쟁국면에 가까운 상황이 돼버렸으니, 안타깝고 암울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이제야 사람들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안보불감증'이란 것이 안보 해이가 아니라 축복이었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안보불감증을 느낄 때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음은 문 교수와 나눈 문답 전문.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년 6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주최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로 돌아가자!'(Let's Return to 6.15)의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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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공동선언이 나온 지 10년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평양에서 돌아온 2000년 6월 15일 밤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성남비행장에서 하신 말씀이 가장 기억난다. '55년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6월 14일 김 대통령 주최 목란관 만찬회 때 김정일 위원장의 청으로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김 대통령께 인사드리고 서로 건배를 제의하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15일 백화원 초대소 송별 오찬 때 국방위의 조명록 차수, 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 현철해 대장과 박재경 대장,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김용순 비서, 정하철 선전선동부장, 임동욱 통일전선부 부부장, 강석주 부상, 장성택 부장 등 북측 실세들과 할 얘기 하고, 따질 것을 따졌던 것도 기억난다. 신뢰의 가능성을 느꼈다. 남쪽 정보부 수장인 임동원 국정원장과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선봉장 격인 김용순 비서가 남북 간 평화와 교류 협력의 산파역을 했다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만 그렇게 느꼈겠나."

- 그 뒤 남북교류가 획기적으로 증가했는데.
"법률적으로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통일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개성공단 사업을 위해 철도, 도로를 만들면서 남북 공동으로 지뢰제거에 들어간 것은 신뢰구축의 상징적인 쾌거였다. 그렇게 해서 어렵게나마 평화의 공간을 확장시키면서, 전쟁의 공간을 최소화하려 노력해 왔다.

그런데 지금은 전쟁국면에 가까운 상황이 돼버렸으니, 안타깝고 암울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전은 없다고 했으니 안심은 하지만 전쟁은 오인에 의해 우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다. 그리고 일단 시작된 전쟁은 통제하기 어려운 법이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 국면을 자제와 대화로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게 시급하다."

"최악 상황에서도 북한 만나야"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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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기회를 만들어나갈 방법이 있다면.
"참 어렵다. 남북 간 연결고리들을 다 태워버리지 않았는가. 정부의 대비책 모두 새로운 기회보다는 위기의 심화를 예감케 한다. 천안함 피격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그 첫째는 군사적 대안으로 'proactive deterrence(적극적 억지)'다. 이는 부시 행정부 때 네오콘이 주장했던 '선제공격론(pre-emption doctrine)'에 가까워 보이는데 '우리에게 실질적 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그런 의도와 증후가 보일 경우, 자위권의 이름으로 선제적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만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북 강경 정책이다. 정부는 모든 교류, 협력 사업을 중단시켜 북을 경제적으로 옥죄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현금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북 지도부의 고통을 가중 시키겠다는 압박 전술이다. 세 번째는 북한 문제의 국제화 정책이다. UN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은 물론 미국, 일본, EU, 호주 등 한국과 가까운 국가들이 일방적 대북 제재를 취하게 하여 북한을 더욱 고립, 봉쇄시켜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아니면 북한의 붕괴를 촉진시킨다는 국제 공조 전략이 그 핵심이다. 이 세 가지 전략을 보면, 사실상 상황을 호전시킬 출구가 없다.

다만 두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그 하나는 '선(先)천안함-후(後)6자회담'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존 입장을 완화시켜 6자 회담 재개를 우선 성사시키고, 6자 틀 안에서 북과 접촉, 사과를 받아 내고 책임자 문책하는 선에 남북 관계 반전을 모색하는 것이다. 천안함 문제도 중요하지만 북한 핵문제를 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이 이 방안을 선호할 수 있다. 특히 납치 일본인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중국과 미국은 6자회담이 천안함의 볼모로 잡히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것인데, 막후 채널을 이용해 북한과 접촉을 하고 사태 반전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에 대해 대약진운동을 하면서 3000만 명 이상을 굶겨 죽인 독재자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월남전 종식과 데탕트 구축을 위해 키신저를 보내 마오쩌둥과 담판을 했던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북한과 만나야 한다고 본다. '우회외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G20, 핵안보정상회담 다 좋지만, 우리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게 북한인데, 대북외교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국제외교 백 번 잘 해봐야 무슨 소용인가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엄청난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 오히려 힘으로 꺾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 'self fulfilling prophecy(자기 충족적 예언)' 정책을 펴는 것 같다. 북한은 믿지 못할 불량 체제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북한이 그런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자극한 후, 잘못된 행동을 보이면 '그것 봐! 북은 역시 믿지 못할 불량 국가야. 결국 북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포괄적인 제재를 통한 고립, 봉쇄 압력밖에 다른 수는 없어!'라고 규정하고. 그런 자기 충족적 예언에 기초, '강압 외교'로 풀려는 프레임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사태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국민이 안보불감증 느낄 때 국가가 제 역할 하는 것"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서명뒤 악수하는 남북정상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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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세력의 안보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는 각 군, 합참, 국방부, 그리고 청와대에 이르기까지 국가 안보의 총체적 난맥상과 무능을 가장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어떤 신문 논설위원은 이것까지도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런 어불성설이 어디 있는가? 경제 살리기 논리, 미군에 대한 지나친 의존, 주요 정책 결정자들의 국가안보에 대한 전문성 결여, 'ABR(Anything But Roh Moo-hyun)'에 따른 미흡한 위기관리와 파행적 군 인사 정책 등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닌가 하는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야 사람들이 좀 아는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안보불감증'이란 것이 안보해이가 아니라 축복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국민들이 전쟁과 안보를 걱정하지 않고 생업에만 종사하면서 행복을 누리는 것, 이것이 정상 아닌가. 국가의 존재이유가 그런 것 아닌가. 과거 1960~70년대처럼 북한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고 총력안보 하면서, 국민이 매일 전쟁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나.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안보불감증을 느낄 때 국가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처럼 국민이 매일 전쟁 공포에 시달린다면 그게 뭔가.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하자. 우리는 풍요한 나라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기 집, 자기 차를 갖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북의 위협을 받았을 땐 정부가 설득하지 않아도 가진 것(가족, 재산)을 지키기 위해 우리 국민은 불같이 일어설 것이다. 그게 우리의 힘이다."

- 6․15의 현재적 의미를 평가한다면.
"한반도 평화 공존, 교류,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모든 해법이 6.15 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들어 있다. 이제야말로 6.15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역사에는 순리가 있다. 그 순리에 반하는 정책은 실패할 뿐 아니라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 비핵화 문제는 시야에서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핵문제에 관심이 많다. 중국은 천안함 문제로 북한을 규탄하는 것과는 별개로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도 그런 입장으로 서서히 선회하는 것 같다. 6자회담을 하면 어떻게든 남과 북이 만나게 된다. 거기서 남북관계를 풀 계기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지금 정부는 모든 게 일방적이다. 안타깝다. 비핵개방 3000, 그랜드바겐, '선천안함 후6자회담' 다 그렇다.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그렇게 안 되는 것인데. 우리의 능력, 국제적 위상을 보고 더 유연한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우주의 중심도, 제국의 중심도 아닌데…."

"MB정부, 오바마의 동맹 중시 외교 100% 활용"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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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사실은 부시정부와 차이가 없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정확한 관찰이다. 우선 북핵 문제가 아프간, 이라크, 이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가려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의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시 행정부가 가져온 부정적 유산인데,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 외교에 대해, 오바마는 대선 때 동맹의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100% 활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대해 외교를 잘하고 있는 것이다.(웃음)

지난해 8월 미국이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후 바로 보즈워스 특사를 평양으로 보내 6자회담 재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한국 측 반대로 11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이후로 미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역할에 대해서도 (부시 정부 때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면서, 한국정부가 사전에 미국 측에 단단히 쐐기를 박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을 한국 정부가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북한도 변함이 없다. 새로운 사태 인식이라든가, 현 국면을 슬기롭게 풀어보려는 노력이 없다. 타성에 젖어 있고 경직돼 있다. 한국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대남관계를 잘하든가, 미국에 창의적인 발상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과거 행태대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 의회의 전반적인 여론이 북한에 아주 안 좋다. 혐북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워싱턴 정가, 특히 미 의회 정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은 이스라엘 로비 그룹이다.
문제는 이 로비그룹이 북한을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세력으로 본다.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 수출하면 그것이 헤즈볼라로 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에서 획기적인 대북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 문제다. 미국은 상상력이 전혀 없는, 타성에 젖은 소극적이고 끌려 다니는 외교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중국, 한국이 일방적인 얘기만 한다고 불만"

- 지난해 하반기에는 중국 베이징대에 (초빙 교수로) 있었는데, 중국은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치동맹이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 반응을 보이더라. 여기에서 MD(미사일방어체제)에도 가입할 용의도 있다고 하니, 과거 한미일 3각 공조의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지나치게 미국 일변도의 외교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좀 더 균형된 외교를 했으면 하는 주문도 하더라.

지아칭궈(賈慶国) 베이징대 교수는 농반진반으로 '한국은 동맹은 미국과 하고 경제적 이득은 중국에서 챙겨가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중국의 주변국 정책은 '안린(安隣, 주변 국가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 목린(睦隣, 주변국과 화목하게 지낸다), 부린(富隣, 주변국과 공동번영을 추구한다)'는 삼린 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은 이웃국가인 북한과 적대관계나 불편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얀쉐통(閻学通) 칭화대 교수는 '관계가 중요하다. 북중 관계가 좋다면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도 중국이 걱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냉소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는 우리가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시각도 있더라.  미국이 대만을 버리지 못하듯 중국이 어떻게 북한을 버리느냐는 것이다. 한미 동맹이 강화되는 현 시점에 중국도 대칭적 시각에서 북한을 전략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중국을 설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이 원하는 대로 갈 중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도 국가이익을 위해 대외 정책을 펴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은 나쁜 나라인데, 급변사태가 곧 올지 모르니 한중 간 전략대화하자'고 하는 일방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이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우리는 한미전략동맹을 강조해서 말하지만, 중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통인 왕지스(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신 있다.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동북아 주요 안보문제를 한국보다는 중국과 먼저 논의하게 되어 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핵 문제 전문가인 칭화대 리빈 교수는 아예 '한국은 소국이고 중국은 대국 아닌가'라는 표현을 쓰며 한국이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런 한중관계의 현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걱정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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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국에서 한국편 드는 사람들만 초청... 그들은 주류도 아니다"

- 중국의 이 같은 시각들이 천안함 사건에 바로 반영돼 나타난다는 것인가.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 정부는 중국 쪽에서 한국 편 드는 사람들을 주로 초청하는 것 같은데 중국에 있으면서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현대중국국제관계연구중심, 개방개혁포럼 사람들에게 두루 들어봤는데 이들은 중국의 주류 입장이 아닌 것 같다." (그는 '화평굴기(和平堀起)'를 내놓은 정삐지엔(鄭必堅) 등 중국의 외교·지역정책전문가 20명을 심층인터뷰한 내용을 모은 '중국 굴기와 백가쟁명- 당대 중국 지성과의 대화'를 다음 달에 출간할 예정이다.)

- 미국은 천안함 사건 초기에는 한국 정부를 전폭 지지했지만 유엔 안보리에 회부된 뒤에는 '의장성명' 정도로 입장을 정리했는데, 미국의 이런 태도의 배경을 무엇이라고 봐야 하나.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와 관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미국 입장에서 가장 급한 것은 이란 문제다. 이란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고. 이스라엘 건과 관련해서는 기권시키거나 반대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천안함 문제는 세 번째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본을 천안함 문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란과 이스라엘 문제에 쓰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현실 인식을 해야 한다. 우리 입장에선 미국이 최고 우방국이지만,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한국 문제는 순위가 처진다."

- 지금의 천안함 조사결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겠나.
"유엔에서는 북한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논쟁이 있을 수 있고, 그리고 중국이 남북미중 4개국, 그러니까 휴전협정 당사국들의 공동조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엄격히 말해 휴전협정의 직접적 당사자는 미국이 아니라 유엔이다. 유엔 참전국을 대신하여 미국 제독이 휴전 협정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북한이 '휴전협정 당사자들이 먼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갖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자'고 하면 우리 입장은 더 곤란해질 수도 있다."

- 유엔에서 어떤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나.
"선거도 끝났는데,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기대하는 성과를 내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문정인, #6·15선언 10주년, #이명박, #선제타격론, #천안함사건, #노무현행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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