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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이 6·2 지방선거 후폭풍을 겪고 있다. 후폭풍이 몰고 온 '파고(波高)'도 현재 쇄신 논란에 휩싸인 한나라당과 비교할 때도 결코 낮지 않다.

 

노회찬 대표 등 당 지도부는 6·2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키로 했다. '임기 단축'이란 형식을 빌었지만 사실상의 사퇴다. 당초 노회찬 대표는 3일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표단은 지난 10일 회의를 열고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등의 1차적 책임이 대표단에 있지만 당이 창당 이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면서도 현 상황의 수습을 위해 노 대표 등의 사퇴를 보류시켰다.

 

노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장 정치적 책임을 지고 용퇴해야 마땅하지만 저와 대표단은 당원 여러분의 총의를 모아 당이 직면한 주요한 과제들을 책임있게 매듭짓는 것이 마지막 임무라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대표단 회의의 선거결과 평가도 함께 내놨다.

 

"생존조건인 정당 득표율을 간신히 3% 이상 올리긴 했지만 애초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달성하려 했던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동시에 선거방침과 관련하여 빚어진 당내 혼선과 일부 후보들의 파행은 당 조직과 당원들에게 심대한 충격과 혼란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과 정치적 책임은 그간 당을 이끌었던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있으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심상정 선택, 잠복해 있던 '노선 논쟁' 격발시켜

 

 

진보신당의 6·2 지방선거 성적표는 광역의원 3명과 기초의원 22명이다. 기초단체장 3명을 포함, 광역·기초의원 136명을 당선시킨 민주노동당의 성적표와 뚜렷이 대비된다. 이 같은 차이는 두 정당이 각기 달리 택했던 노선에서 비롯됐다. '반MB연대'를 기조로 '연합노선'을 걸은 민노당은 성공을 거둔 반면, '독자노선'을 택했던 진보신당은 쓰라린 결과를 맛봤다.

 

선거 결과보다도 노 대표가 언급한 "당내 혼선과 일부 후보들의 파행"은 당의 '독자노선' 선택에 대한 논란을 더 키웠다.

 

이는 진보신당이 '5+4 회의'를 불참하면서 예고된 일이었다. 중앙의 방침에 불복한 채 부산시당과 경기도 고양시에선 민주당 후보를 단일후보로 합의했고 이용길 진보신당 충남도지사 후보는 이에 반발하며, 지난 5월 도지사 후보와 당 부대표직을 사퇴했다. 이에 더해 노 대표와 함께 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심상정 전 대표가 선거 3일 전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다.

 

6·2 지방선거 초반부터 당내 잠복하고 있던 '노선 논쟁'을 '심상정 사퇴'가 조기에 격발시킨 셈이다. 당 홈페이지는 선거일 전부터 당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으로 달구어졌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던 김석준 부산시당위원장도 단일화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다.

 

외부에서 볼 땐 당이 '격랑'에 휘말린 모습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한명숙 석패'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바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다음 주부터 당이 겪게 될 후폭풍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오는 15일 광역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당 위기 수습방안을 논의한 뒤 19일 전국위원회에서 임시 전당대회 일정과 지도부 선출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전환된, 선거평가위원회는 다음 주 초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공식 평가 초안을 내놓는다. 당의 공식 평가가 당원들에게 공개된 이후엔 당의 향후 노선과 비전에 대한 보다 더 진전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결과 평가 진행... '독자노선'·'심상정' 논쟁 벌어질 듯

 

 

논의의 핵심 주제는 '독자노선'과 '심상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각자 입장차가 있긴 하지만 진보진영이 더 커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면서 "다만, 진보진영이 커져야 할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사회당 등을 중심으로 한 '진보연합' 구상과 선거 직후 부각된 국민참여당 등 참여정부 인사들까지 포함하는 '범민주진보연합' 구상 간에 벌어질 논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미 논쟁은 시작됐다. 앞서 심 전 대표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진보신당도 '안티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 조직적인 문제에 대해 섣불리 얘기하는 것은 어렵지만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에 맞서는 진보진영의 폭넓은 결집이 필요하다"며 참여당도 연합·통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심 전 대표가 그렇게 말한 의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참여당과 당 대 당 통합을 얘기할 정도로 닮은 면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방선거에선 정책적으로 합의할 부분이 있었지만 총선·대선에선 당의 국가운영 비전 등 총체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반대의사를 표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당원 개개인이 그 같은 주장을 할 순 있겠지만 '상징적인 인물'의 발언이기 때문에 영향이 적진 않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어 당내 논의는 없지만 다음 주에 예정된 연석회의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다면 다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심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도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았다. 지도부 일각에서 심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주장이 나올 만큼, 심 전 대표의 중도사퇴는 선거 직전 당원들을 혼란에 빠뜨린 '일대 사건'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평당원들이 심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면 징계위원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며 "심 전 대표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이들도 과도한 징계에 대해선 반대하는 것 같아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경고' 수준으로 낮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연석회의, 전국위원회 등에서 심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는 경우 당내 사람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게 될 것"이라며 이성적인 논쟁 대신 감정적인 싸움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태그:#진보신당, #심상정, #노회찬,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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