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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은 야권이 MB(이명박)에 대해 견제하겠다고 하니, 그 세력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준 것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잘해봐라, 잘하면 더 신뢰를 보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더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시민사회의 새로운 정치운동을 표방했던 '희망과 대안'의 공동운영위원장 백승헌(45) 변호사의 일갈이다. 범야권이 승리에 취해 오만해지면 2012년 총-대선 권력교체기에는 오늘의 성과가 '도루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선거는 끝났지만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로 들렸다. 

 

백 변호사는 지난 7일 오랜만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늘 시간에 쫓기던 그가 긴 시간 인터뷰를 허락한 것이다.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었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했던 연합논의가 깨진 뒤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 때도 그는 "때가 아니"라고 거절했다. 그 뒤로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과 임기를 마칠 즈음인 5월 말쯤 연락했다.

 

지난달 29일 민변 총회에서 4년간의 임기를 매듭짓고 회장직에서 물러난 백 변호사는 선거연합 논의가 시민사회의 손을 떠나 정치권으로 옮겨가면서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막후에서 이런저런 활동은 했겠지만 눈에 띄게 바쁠 것은 없었다. 백 변호사는 "아직도 정리가 다 된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야당 입장에서 보자면 지금이 더 큰 위기지점이 아닌가 싶다"며 "제대로 된 야당의 신뢰 회복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국면에서만 작동되는 연합정치라면 그 유용성은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정치 대의가 일상시기에서도 진행돼야 국민들은 '무능한 진보'라는 편견을 머릿속에서 지우게 될 것이라고 조망하는 듯했다.

 

더 이상 '무능한 진보' 욕먹지 말자?

 

2004년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거 표를 몰아줬지만 '진보'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에서 완벽히 등을 돌렸다. 부패했을지라도 실력 있는 보수가 낫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물론 MB정권 출범 후 그 같은 인식은 유권자 사이에서도 또 변화했지만 적어도 다음 선거에서 '무능한 진보'라는 비판적 평가는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보였다.

 

무엇보다 백 변호사는 선거 직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재편 논의가 불붙고 있는 점을 경계하는 듯했다. 큰 야당이 작은 야당을 흡수하는 방식의 연합논의는 지양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야 5당 구조가 합당하고 필연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며 "상당 부분과 상당 기간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간의 견해 차이를 가지고 있는 정당이 협업이 가능한 모델일 수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정당 간 통합논의는 자칫 정략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장기적 정치발전이나 정당 혁신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최근 그 바쁜 와중에도 여러 시국사건에서 승소행진을 벌이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백 변호사는 "'백승헌이 이 사건들을 다 했어?'가 아니라 공동변호인단에 이름이 들어갔다고 이해해 달라"며 "최근 무리한 기소나 무리한 조치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정권교체 이후 개개인의 변론이 아니라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해야 하는 시국사건이 많아졌다"며 "이미 30건이 넘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촛불사건이 이미 역사적 평가로 넘어갔지만 사법 영역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며 "변호사가 유능해서 무죄가 되거나 승소했다기보다는 그만큼 권력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가 재개된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 백 변호사는 "공권력 행사가 국민적 동의와 멀어지면서 권위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측면을 국정운영집단은 뼈저리게 살펴봐야 한다"며 "권력이 다시 한 번 제3, 제4의 고민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명숙 수사재개? 권위도 함께 무너지는 공권력 행사

 

다음은 백승헌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가능성과 아쉬움이 동시에 있는 선거였다. 가능성은 국민들의 판단이 언론에서 제기하는 것보다는 한 걸음 정도 앞서 있다는 것이다. MB정권의 일방독주에 대해 확실히 반대의사를 표시했으니까. 그러나 국민들이 야당 정치세력에 확고한 신뢰를 보여주기에는 미달한 선거였다. 반MB라는 국민들의 총의에 비춰보면 좀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한명숙-노회찬' 단일화 실패에 대한 아쉬움인가.

"아니다. 전반적인 아쉬움이다.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의 막판 사퇴나 노회찬 대표의 완주 같은 좁은 차원이 아니라 넓은 틀의 조정이 가능했다는 점을 염두에 둔 아쉬움이다.

 

지난 3월 16일 1차 합의(민주당이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 11곳 양보 등)만 유지됐다면 포괄적 연합이 가능했을 게다. 또 이번 선거에서 정책연합이나 전국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큰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또한 2010년 지방선거 연합논의는 2012년 권력교체기 그 이후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거나 국정운영에 영향을 주려는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개개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의 한 시기 행동만을 갖고 연합논의를 평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 지난 3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진보개혁 세력이 무능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 꼭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그 편견이 깨졌다고 보나.

"(무능한 진보라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연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면적인 연합만이 국민들에게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고 또 MB의 국정기조를 확실히 제어하는 데 힘을 실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반MB를 표출했지만 야당에 대해서는 '유보적 지지'를 해준 셈이다. '진보 무능' 같은 편견도 일정 부분 불식시키는 논의는 시작했지만 절대 완성하지는 못했다고 본다."

 

- 범야권 후보에게 지지가 쏟아진 것은 어떻게 해석하나. 

"유권자들은 야권이 MB에 대해 견제하겠다고 하니, 그 세력균형을 어느 정도 맞춰준 것 아닌가 싶다. 이제부터 잘해봐라, 잘하면 더 신뢰를 보낼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더 큰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야당 입장에서 보자면 더 큰 위기지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엇갈리게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야당의 신뢰 회복이 없는 상태에서 선거 국면에서만 작동되는 연합정치라면 그 유용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연합정치 대의는 일상시기에도 진행돼야 한다."

 

- 그럼 이번 선거결과는 야권에 약인가 독인가.

"약이 되기 위해 선거에서 질 필요는 없지 않나. (웃음) 정치는 지속적일 수밖에 없으니 반드시 약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의 고전적 소통 수단 병들어 있어"

 

- 개표 직후 트위터에 많이 걸린 글이 민주당에 대한 걱정이었다. 오만에 대한 경고였다.

"지인이 개표 막판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만 잘 안 됐을 경우에 민주당이 또 자기중심적 평가를 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일반 유권자들과 같은 고민이 있는 거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적 총의가 반MB는 분명한데 야당에게는 유보적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해석한다. 유보적 지지를 확산적 지지로 바꾸려면 정당과 시민사회 모두 성찰이 필요한데, 그중 가장 우선적으로는 민주당의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번 선거에서 포괄적 선거연합을 한 지역은 거의 성공했다. 인천, 고양이 그렇다. 이 지역이 연합정치의 모범이 될 수 있겠나.

"부산은 광역단체장 득표율 면에서 약진했지만 이기지는 못했고 기초단체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또 대전도 포괄적 연합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큰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실패했나? 아니다. 내용적으로는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선거연합을 표면적인 결과만 갖고 평가할 수 없다. 포괄적 연합을 해서 이겼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다 졌다? 이건 아니라는 취지다. 충남과 강원의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물론 포괄적 연합이 될수록 국민적 지지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만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인천-고양은 지방정치에서 공동정부 구성으로 공동가치 실현이라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는 곳이 되었다. 또 연합은 안 됐지만 일부 단일화한 서울-경기, 대전에서는 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의 연합정치가 성과를 내주기를 희망한다."

 

- 선거연합의 성과로 공동지방정부 구성까지 현실이 될 것으로 기대하나.

"지방공동정부 구성을 주장한 것은 민관협치 때문이다. 선거연합이 정당 간 이해조율도구로만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이나 자치단체장의 독주는 곤란하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 부분 때문이라도 각 지역별로 또는 전국적으로 제대로 연합정치 후속(공동지방정부, 공동가치 실현)이 이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돼야 한다. 약속이니 저절로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후속을 보면서 칭찬과 질타를 해야 할 것이다."

 

- 트위터가 선거 막판 백만표를 동원했다는 주장이 있다.

"트위터의 존재는 소통수단의 변화를 반영한 중요한 예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통수단에 정치인은 물론 시민운동도 민감해야 한다. 또 하나 새로운 소통수단의 확산과 참여, 주인의식의 발현 공간이 제공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트위터 같은 소통수단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기성매체는 예측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고전적 소통수단이 얼마나 취약하고 병들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 MB만큼 큰 패배자는 기성언론이다.

 

기성언론이 소통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소통 왜곡 및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두 번 지적된 문제는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은 실패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의미에 대해 애써 축소하는 등 자기고백적 비판이 없다."

 

- 시민운동은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며 연합정치 논의에 뛰어들었다. 2007년 대선까지만 해도 시민운동은 정치 중립 노선이었다. 시민운동이 정치 중립성을 버렸다고 볼 수 있나.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정당을 구성하는 목적을 갖고 있지 않은 시민운동은 정치 독립적이다. 어느 정치세력을 배타적으로 지지하지 아니하고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차원에서 정치에 대한 비판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독립성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한편 정치적 중립은 가치중립을 뜻하는 게 아니다. 가치중립은 중간일 뿐이지 중립이 아니다. 제대로 된 중립은 옳고 그름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잘못된 세력에 대해 반대하는 게 정치적 중립을 깼다? 그건 아니다. 가진 자 위주의 경제정책, 평화위협적인 남북관계, 환경파괴 4대강 사업 등 이 정부의 정책 흐름과 기조를 반대하는 것을 정치중립을 깼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국면에서 이 문제들을 제대로 막기 위해서는 연합정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행동한 것이다. 기계적 중립은 아니라고 할 수 있어도 시민사회운동의 본령을 넘은 활동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야권재편,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

 

- 선거연합이 성과적이라고 판단한 야권은 '통합과 연대' 야권재편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지금의 야 5당 구조가 합당하고 필연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합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상당 부분과 상당 기간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견해 차이를 가지고 있는 정당 간 협업이 가능하다는 모범이 창출돼야 한다. 연합을 통해서만 바람직한 통합논의의 가능성이 모색될 수 있다. 무조건적 통합논의는 자칫 정략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장기적 정치 발전이나 정당 혁신에 장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제3지대 백지신당론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답답한 야당구조를 일거에 돌파할 수 있는 의미로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정당은 각 역사성이 만만치 않다. 물론 이 역사성에 매몰돼 이 정당구조는 어쩔 수 없다고 정치적 상상력을 없애는 것은 좋지 않지만 현실적 조건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제3지대 백지신당론이 아니더라도 야5당의 각 정당별 개혁, 편제 등에 있어서도 고민할 지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야당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통합과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국면에서 통합적 측면이 고민되듯이 일상적인 국면에서는 정당의 혁신이라는 과제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한다."

 

- 지난달 말 총회를 열고 민변 회장직을 놓았다. 소감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갱신하려고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기 말과 연합운동의 여진으로 아직까지는 생활이 확 바뀌지는 않아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채로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기자분들도 조금씩 괴롭히고. (웃음)"

 

- 노동전문가인 김선수 변호사가 신임 회장이 됐다. 앞으로 노동관련 활동이 많아지는 건가  

 "현 집행부가 어떤 색깔을 가질 것인지는 미정이지만 신임회장의 경우 노동전문 이상으로 사법개혁에도 전문성이 있는 분이다. 또 다수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다, 결국 민변의 새로운 집행부가 어떤 사업에 강조점을 둘지는 앞으로 사회적 요구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민변에 대한 요구는 굉장히 광범위해졌다. 그에 얼마나 잘 응답하느냐에 따라 민변이 그만큼 발전할 것으로 본다."

 

- 노무현정부 시절 민변은 정치편향이라고 욕도 많이 먹었다.

"성찰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부정적 평가가 있었다면 왜 그런 부정적 평가가 있었는지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그 당시 민변이 노무현정부 편이었느냐, 그 점은 조금 구분해서 봐줘야 한다. 노무현정부가 좌우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민변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들어간 분들에게는 노무현정부를 너무 강하게 비판한다고 욕먹었고 밖에서는 노무현정부에 민변 회원들이 대거 들어갔다고 욕먹었다. 꼭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당시 민변이 시민사회 전문가 단체로서 입장을 포기한 기간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에 진출할 경우에도 민변의 가치를 유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마 국민들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민변의 정치사회적 역할론을 정리한다면?

"자발적 NGO다. 왜 법률적 실무역할을 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는가 이유가 있다. 시민적 가치, 법률가들이 갖고 있는 인권과 기본권의 가치 차원에서 결합된 거다. 시민사회담론을 법률 전문가적으로 해석하고 평가, 표현하는 게 민변의 기본적 역할이라고 본다. 그게 법정에서 이뤄지든, 입법과정이든, 사회적 메시지로 이뤄지든 형식의 차이일 뿐이다."

 

 

"승소비결? 무리한 기소나 무리한 조치가 많아진 결과"

 

- '김정헌 위원장-정연주 KBS 사장-한명숙 총리' 등 굵직한 시국사건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승소비결은 뭔가.

"3가지 사건 모두 유능한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한 사건이다. 경력이 좀 되고 시국사건 변론의 경험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건에 동참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백승헌이 이 사건들을 다 했어? 이게 아니라 공동변호인단에 이름이 들어갔다고 이해해 달라.

 

기본적으로는 최근 무리한 기소나 무리한 조치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개개인의 이름으로 지칭될 수 있는 사건들만 있는 게 아니라, 민변 회장으로 있는 동안 정권교체 이후 개개인의 변론이 아니라 변호인단으로 구성해서 여러 변호사가 동참해 대응해야 하는 시국사건이 30건이 넘는 것 같다.

 

이미 역사적 평가의 국면으로 넘어갔지만 촛불사건은 사법 영역에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유무죄를 떠나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법률문제다. 기소뿐 아니라 대규모 징계 해고사태까지도 포함된다. 변호사가 유능해서 무죄나 승소가 났다기보다는 그만큼 권력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공권력 행사가 국민적 동의와 멀어지면서 권위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는 측면을 국정운영집단은 뼈저리게 살펴봐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권력이 다시 한 번 제3, 제4의 고민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 민변 회장으로 바쁘게 지내왔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지금의 맥락을 벗어나서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정한 휴지기는 필요하다. 알게 모르게 피로나 독이 쌓여 있지 않겠나. 피로나 독이 관성적인 걸로 나타날까봐 휴지기를 갖고 싶은데 뜻대로 될지 모르겠다."


태그:#백승헌, #지방선거 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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