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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은 한자리 숫자에 머물렀지만, 사회에 일침 가하는 '용자'(용감한 사람) 드라마, 히어로 보셨나요? 2009년 11월 18일에서 2010년 1월 14일까지 총 16부작으로 MBC를 통해 방송된 히어로는 권력과 언론 간의 관계를 제대로 묘사해, 방송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지켜봤었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아이리스'와, SBS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 밀려 시청률 5%대를 넘지 못했지만, 권력의 그늘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며 부패한 권력층을 대변하는 대세일보와, 다소 건강한 지역주간신문 포스를 가진 용덕일보 간에 벌이는 쫓고 쫓기는 진실게임을 보면서 한국사회 언론의 모습과 비교하기도 했었습니다.

 

 6.2 지방선거와 지역언론과 관계를 볼 때, 이 드라마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언론의 역할 중 가장 우선순위로 제시되는 것이 '권력의 감시 및 견제'일 텐데요, 이번 선거에서 지역언론은 이 역할에 충실했는지 되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드라마에서처럼 언론과 권력이 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큼 강력한 결탁 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고, 또한 현 정부의 언론정책 즉, '비판언론 재갈물리기'로 시민들의 분노를 살 정도는 아니지만, 지역출신 장관이 지역 언론에 행한 상식 이하의 행동에 침묵하는 지역언론이 부끄러웠고, 현직 실세가 선관위로부터 지적당해도 아무런 목소리 내지 못하는 이 지역 언론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 <영남일보>여론조사 '외압' 의혹

 

지방선거 거의 막바지였던 5월 28일, 지역언론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기사가 <조선일보>, <오마이뉴스>, <뷰스앤뉴스> 등을 통해 실렸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한나라당 이우경 후보와 현 시장인 무소속 최병국 후보가 2차전을 벌이고 있는 경산시장 선거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경산·청도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개입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인데요.

 

"영남일보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뒤지는 것으로 나오자, 최 장관이 이 신문사 사장에게 전화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영남일보>에서는 경산시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하루 늦게 발표하게 되었고, 그 상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자료는 최병국 후보측에서 신문사 사장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불거지게 되었습니다.

 

해당 언론의 보도를 요약하면 최경환 장관이 <영남일보>사장에게 전화한 것과 , 그 내용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27일이 언론사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 시점이었기 때문에, 5월 24일~26일까지 전국 모든 언론에서 각 지역구별 지지율 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었는데요. 이 시기에 발표된 경산시장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찾아봤습니다.

 

조사방법과 시점, 샘플수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매일신문>결과가 이우경(한)-최병국(무)간에 31.3-31.9%로 초 접전이었지만, <영남일보>와 <대구일보-TBC>조사에선 두 후보간 차이가 9.5~8.5%로 최병국(무)후보가 일정정도 앞서고 있었습니다.

 

이를 비교해보면, <영남일보>조사가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어쨌든 <영남일보>여론조사가 언론에 보도도 되기 전에 어떤 연유에서 최경환 장관에게 전달되었는지 모르지만, 현직 장관이 직접 언론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조사결과에 문제가 있다'며 지적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 사실을 선관위가 제대로 조사한다면 '공직자의 선거중립의무'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현직 장관이 언론사 편집권을 침해한 사실은 언론사 전체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사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뉴스가 28일(금)에 보도된 내용이라, 31일(월)즈음에는 언론이 '현직 장관의 편집권 개입'여부에 대해 후속보도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요. 너무나 조용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침묵의 카르텔'은 언론계에서 동업자들의 상호 비판을 금기시하는 뜻으로 사용되는데요, 이번 문제의 핵심은 '지역구 국회의원이자, 현직 장관의 지역언론 편집권 개입'입니다. 이 사안에 왜 지역 언론 전체가 침묵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보도하고 논란을 일으킨 언론은 전국일간지인 조선일보와 인터넷신문 뿐이었습니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저의 가치관이 심하게 흔들리는 현안이었습니다. 

 

주호영 특임 장관, '선거중립 지키세요!'

 

또 있습니다. 이번에는 주호영 특임장관에 대한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준수요청'입니다.

 

선관위가 2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주호영(수성을)특임 장관이 5월 15일 수성구청장 이진훈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수성구지역에 출마한 다른 예비후보자들과 손을 잡고 함께 기념촬영을 한 행위에 대해 선관위는 "현직 장관이 특정인을 지지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공직선거법 제9조의 규정에 따른 공무원의 중립의무준수"를 요청했습니다.

 

사실 당시 현장에는 수성구선관위 관계자가 있었다고 하네요.

 

한겨레신문 박주희 기자가 이날 상황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데요, 5월 23일 <주호영 장관, 한나라 구청장 후보 지지발언 선거개입논란>에 따르면 "주 장관은 국무위원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개인적 견해로 첫째 일 잘하는 구청장, 둘째 깨끗한 구청장, 셋째 지역에서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 구청장을 원하다"며 "이진훈 후보에게도 공천이 확정된 직후 이 세 가지를 당부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또한 주 장관은 "이진훈 후보가 당선되면 청렴성을 잃지 않도록 여러분이 잘 감시해 주시고, (구청장 됐다고) 뻣뻣해지지 않도록 철저히 주물러 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현장에는 수성구 선관위 선거부정감시단 요원 3명이 있었지만, 주 장관의 발언을 막지 않았습니다. 수성구 선관위는 "장관이 정당의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개소식 참석은 허용된 범위의 정당활동"이라며 "주 장관의 발언은 후보를 지지·선전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대구시 선관위는 '공무원의 중립의무 준수'를 요청하게 된 것이죠.

 

신문 기사 없고, 대구MBC, 가장 약하게 보도

 

선관위 보도자료가 21일 금요일이었기에, 22일 토요일, 24일 월요일자 신문을 찾아봐도, 이 내용을 보도한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만 방송에서 이 문제를 간단하게 다루고 있었는데요. 방송사 간에도 다소 차이가 있더군요. 대구MBC가 이 내용을 가장 약하게 보도했습니다.

 

방송 3사의 저녁 메인뉴스 대구MBC 뉴스데스크는 5월 22일(토), KBS대구 뉴스9, TBC 프라임뉴스는 5월 23일(일)에 이 뉴스를 보도했는데요. 대구MBC가 자료화면에 주호영 장관 얼굴과, 기사 내용에 이진훈(한) 구청장 후보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데 반해, KBS대구, TBC 프라임뉴스에서는 주 장관의 얼굴을 공개하고, 해당 후보의 이름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현직 장관이 언론사에 전화해서 여론조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해도, 침묵하는 지역언론, 또 다른 장관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며 지역 선관위로부터 지적당해도 외면하거나, 강하게 문제제기 하지 않는 지역 언론.

 

소통되지 않는 도시, 답답하고 갑갑한 도시, 최저의 투표율로 최고의 특표율 당선자를 덜컥 내준 지역, 그리고...그리고...권력층의 관점에서 '지역언론, 별거 아니네(?)'라며 폄훼당하는 지역. 그 지역에 제가 살고 있습니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고 주장하면서요. 휴~

 

드라마는 끝났고, 용덕일보 사이트도 폐지되었지만, 어디선가 용덕일보의 시스템과 진도혁(이준기)기자의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룹이 있다면, 이 지역에서 '용자'(용기있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평화뉴스> (www.pn.or.kr) 2010년 6월 8일에 등록된 기사입니다.


태그:#지방선거, #최경환 장관, #주호영 장관, #영남일보, #선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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