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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가 '자유방임'과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리고 이 두 단어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시장 규제 완화의 논리에 계속 사용된다. 만약 하늘에 있는 애덤 스미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억울해서 다시 내려 올 수도 있겠다.

지난 5월 14일(금)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김수행 교수가 최근 출간한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 출판사 : 두리미디어> 출판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에서 선생은 국부론이 쓰여진 배경과 맥락에 대해 쉽게 설명해주셨다.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강연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 김수행 교수님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강연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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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덤 스미스가 꿈꾼 세상

김수행 선생은 애덤 스미스가 원했던 미래사회를 절대주의 왕정을 몰락시켜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로 설명했다.

"국부론은 wealth & the nation을 말합니다. 국부론의 핵심은 국가의 부를 어떻게 증진시킬것인가입니다. 여기서 국가란 국민전체, 모든 사람의 부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스코틀랜드에서 국부론을 저술했다. 당시 스코틀랜드는 절대왕정시기로 중상주의 정책을 썼다. 중상주의는 국가에 금과 은이 많으면 잘 사는 나라로 이해한다. 이를 위해 절대왕정은 수출을 장려하고 수입을 제한한다. 왕정은 수출을 장려하는 수단으로 수출을 많이 한 사람에게 수출장려금을 주고. 수출을 위한 수입품의 경우 수입세금을 환급해주고, 동인도 회사 같은 독점적인 무역회사를 설립한다. 반대로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절대왕정은 수입 관세를 과다하게 적용하고, 수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문제는 수출 특혜를 일부 제조업자와 무역업자에게만 제공한 것이다. 왕정은 실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더라도 실은 수출을 제한하고 실로 제조된 천 수출을 장려했다. 천을 제조하고 수출하는 업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왕정에 천 수출 장려 정책을 로비해서 자신의 이익을 확대했다.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칠판에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 김수행 교수님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칠판에 글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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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1960년 독재정권부터 지금까지 일부 제조업자와 무역업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정부의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1960년 독재정권 시절, 삼성은 정부로부터 어머어마한 액수의 수출 장려금을 받았다. 대출금리도 저렴했다.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과 재벌은 대출을 받을 때 금리가 7~8%였다. 대출금리가 25%인 시절 이야기다. 또한 철도를 이용해 항구로 화물을 운송하면 요금을 10%밖에 적용하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는 절대왕정이 일부 업자에게만 수출 특혜를 주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얻지 못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유방임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온 단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유방임은 당시 절대왕정과도 같은 정부, 대기업에 의해 자의적의로 해석돼 사용되고 있다.

"정부, 주류 경제학자들, 일부 언론사들은 재벌, 대기업에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즉 자유방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추고,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로 걷어간 돈까지 다 돌려줬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자유방임과는 정반대 이야기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억압받고 못사는 사람들을 자유방임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왜곡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정말 보이지 않는다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 김수행 교수님 지난 14일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강의 중인 김수행 교수님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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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뉴튼이 과학을 통해 자연질서를 발견한 것과 같이 신학을 통해 사회 질서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애덤 스미스가 사회질서를 말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 보이지 않는 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을 딱 한번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게 하라. 그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어 사회의 이익도 증진된다." (김수행의 국부론-552페이지/선생은 페이지도 정확하게 가르쳐 주셨다)

애덤 스미스의 다른 책을 포함해도 평생 동안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한 횟수는 세 번. 충격적이다. 상식적으로 애덤 스미스가 보이지 않는 손을 중요한 개념으로 말했다고 보기 어렵다. 평생에 세번 밖에 말하지 않은 단어를 그 사람의 핵심 개념으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한 애덤 스미스가 뉴튼처럼 보편전 질서를 발견하기 어렵게 되자 보이지 않는(an indivisual)이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 김수행 선생은 "애덤 스미스가 모든 사람에게 자기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라는 명제와 사회 이익이 증진된다는 명제를 연결하는 질서를 찾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질서를 발견할 수 없자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말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절대왕정을 타도하기 위한 슬로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애덤 스미스는 절대왕정을 타도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라. 그러면 사회의 이익도 증진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주의 왕정에 대한 도전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혁명 구호입니다."

너무 오랜 시간 많은 사람에게 왜곡돼 온 애덤 스미스. 오해는 이제 그만해야 겠다.

<김수행 교수님과 함께 하는 국부론 읽기> 강좌 안내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6월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매주 화요일 총 4회에 걸쳐 국부론을
공부합니다. 전설의 명강의로 알려진 김수행 교수님의 강의에 많은 분들의 관심 부탁드립니다.
수강신청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http://academy.pspd.org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강좌 일정
0622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장한 것 / 경제학에 미친 영향
0629  국부를 증진시키는 수단: 분업과 자본축적
0706  중상주의 비판과 '보이지 않는 손'
0713  <국부론>의 발간(1776년)과 미국의 독립전쟁(1776년) / 애덤 스미스가 바라는 미래

덧붙이는 글 | 아카데미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 #김수행, #에덤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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