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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요. 아놔~ 제 캐릭터가 상큼 신선…
(막걸리 한잔 먹고)
이게 막걸리라구요~ 대박 대박~ 돌려 돌려~."

ㄱ주류회사 CF에서 요즘 가장 뜨고 있는 스타 연예인 황정음씨가 날리는 멘트다. 한번쯤은 TV에서 보셨을 듯.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나 즐기는 술이라 여겼던 막걸리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CF에서 '상큼 신선'한 캐릭터를 가진 연예인을 등장시킬 정도면 막걸리가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는 증거. 알콜 도수가 높지 않고 목넘김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건강에도 좋은 막걸리가 이제야 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9년 11월 햅쌀로 빚은 '막걸리 누보'를 주요 백화점에서 출시했을 때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점, 영등포점에서 일주일 동안 판매한 '막걸리 누보'는 모두 4450병. 다른 백화점에서도 보졸레 누보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기농 햅쌀로 빚어 '웰빙주'로 20~30대 여성들에게 어필한 것이 효과 만점이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막걸리의 부활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수치로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8년 막걸리 생산량은 13만5천㎘, 2009년 생산량은 20만2천㎘니 50% 가까이 늘었다.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위스키와 맥주, 소주 소비량은 줄고 있다(통계청 자료 참고). 오랜 세월 주목받지 못하다 막걸리는 '주류계'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했다. 소비량이 늘어난 덕분에 대기업도 너도나도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30여 년 쌓은 내공으로 풀어낸 '막형' 이소리 시인의 <막걸리>

 <막걸리> 표지 사진
 <막걸리> 표지 사진
ⓒ 북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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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붐을 타고 막걸리에 대한 책들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막걸리 붐이 일기 전 일본에서 몇 년 앞서 우리나라 양조장을 답사한 책이 나왔으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이소리 시인의 새 책 <막걸리>는 발땀, 입땀으로 쓴 그야말로 '간추린 막걸리 백과사전'이다.

30여 년 막걸리를 "줄기차게 마셨던" 이소리 시인은 이 책에서 '막형'이 되어 막걸리 이야기를 전한다. '막형'은 이승철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이 글쓴이에게 붙여준 '막걸리형'의 줄임말이다.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막걸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막형의 요즘 일상사는 다음과 같다.

"막형은 지금도 매일 저녁 집에서 서울 장수막걸리를 1병 반에서 2병씩 마신다. 오이와 묵은지, 당근, 생무, 양파 등을 안주로 삼아. 무슨 행사가 있거나 어르신들이나 살가운 벗들이나 어울릴 때에는 장수막걸리를 7~8병씩 마실 때도 있다."(127쪽)

막걸리에 대한 막형의 '세레나데'는 끝이 없다. 그 가운데 건강과 관련된 몇 가지를 <막걸리>에서 찾아보자. ①유산균이 듬뿍 들어있어 나쁜 세균을 죽이고 면역력을 높인다. ②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를 막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③단백질과 비타민B 복합체 들어있어 피부미용에 좋다. 쌀을 발효시켜 만든 막걸리는 그야말로 보약이다.

막형의 경험에 비춰보면 두 병까진 몸에 무리가 없지만 그 이상은 무리가 온다. 아무리 막걸리가 몸에 좋다 해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막걸리도 약으로 쓰려면 적당하게 마셔야 하는 법이다.

"그날 마시는 막걸리가 부드럽게 술술 잘 넘어가면 건강상태가 아주 좋은 것이고, 소태처럼 쓰면 그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던 정규화 시인에겐 막걸리가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잣대였다. 하여간 백약지장(百藥之長)과 백독지원(百毒之源)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니 막걸리가 술술 넘어가더라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막걸리>는 그야말로 막걸리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해 썼다. 옛부터 전해오는 막걸리의 기원부터 막걸리 빚는 법, 막걸리가 넘치지 않게 뚜껑 따는 법, 옷에 흘린 막걸리 흔적 남기지 않는 법, 막걸리의 도(道), 막걸리와 대통령 그리고 서울 장수막걸리부터 제주도 오메기술의 기막힌 맛까지. 읽다보면 자연스레 막걸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막걸리 잔을 놓고 술자리가 벌어졌다면 <막걸리>에서 읽은 내용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막걸리에 대한 애정은 덤으로 얻을 테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막걸리는... 여수 개도막걸리

독자가 가장 궁금해 할 막형이 꼽는 대한민국 으뜸 막걸리는 무엇일까. "첫사랑 그 여자와 첫 키스를 할 때처럼 짜릿하고도 달콤한 맛이자 삶에 지쳐 고단할 때 동무가 되어주는 속정맛이자 어릴 때 어머니께서 직접 빚었던 어머니 손맛이 깊이 배인 고향맛"을 가진 여수 개도막걸리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여수 선소 들머리에 있는 선소슈퍼에서 맛볼 수 있는 개도막걸리는 여수 순천 사람들에겐 이미 맛있기로 이름이 나 있다. "개도 마신다"는 개도막걸리는 마실수록 "새콤달콤 혀끝을 톡 쏘는 맛과 함께 깊은 감칠맛이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당긴다". 개도막걸리의 새콤달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은 바로 천제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에서 빚어진다.

막걸리는 원래 그 고장에서 나는 쌀과 누룩, 물로 빚는다. 고장마다 크고 작은 막걸리 술도가(양조장)가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면단위 소재지에서 고장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술도가가 꽤 많았다. 고장의 물맛에 따라 막걸리 맛도 달랐다. "막걸리 맛의 8할은 물맛"이라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아니다.

물맛이 8할이라지만 쌀도 중요하다. 묵은쌀보다 햅쌀로 빚어야만 제대로 된 막걸리맛을 낼 수 있다. 시고 떫고 달고 짜고 쓴 다섯 가지 맛이 우러난다. 하지만 햅쌀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은 손에 꼽을 정도, 막형의 조사에 따르면 열 곳이 채 되질 않는단다. 대부분의 양조장이 수입산 쌀과 밀가루를 쓰고 인공감미료를 사용하고 있어 고장의 고유한 맛을 내는 양조장은 사라지고 맛이 평준화되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랑했던 대강막걸리와 상동탁주

시인 이소리는 누구?
 발땀, 입땀으로 쓴 '간추린 막걸리 백과사전' <막걸리>를 펴낸 '막형' 이소리 시인
 발땀, 입땀으로 쓴 '간추린 막걸리 백과사전' <막걸리>를 펴낸 '막형' 이소리 시인
ⓒ 북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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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소리는 1959년 창원 상남에서 태어나 1980년 월간 <씨알의 소리>에 '개마고원''13월의 바다'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진보적 무크지 <마산문화>에 참여한 시인은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간사,'한국문학예술대학'사무국장, 계간 <시와사회>편집인 겸 편집주간, '울산일보'문화부장, 인터넷일간신문 <부산뉴스> <뉴스큐> <시사포커스> 편집국장을 맡았다.

시집으로 <노동의 불꽃으로><홀로 빛나는 눈동자><어머니, 누가 저 흔들리는 강물을 잠재웁니까><바람과 깃발>이 있다. 장편소설로는 <미륵딸>, 편역서로는 <미륵경>을 펴냈다. 지금은 인터넷뉴스 '북포스'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문학평화포럼' '우리시대 시인들' '분단과 통일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오마이뉴스>에 '맛이 있는 풍경'을 이종찬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막걸리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청와대 만찬주로 소백산 대강막걸리를 쓴 후부터 막걸리의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출이 활기를 띠고 항공사 기내식에까지 막걸리가 오르게 된 것은 노 대통령의 막걸리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대강막걸리 맛에 반해 앉은 자리에서 6잔을 거푸 마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임기 중에는 정상회담이나 국빈을 맞았을 때 대강막걸리를 건배주로 썼고, 임기가 끝나고 봉하마을로 내려가선 김해 상동탁주를 즐겨마셨다. 상동탁주는 농민들과 함께 마시는 새참용 술이 됐다.

"경호원도 없이 혼자 구멍가게 가서 담배를 사서 피웠고, 구멍가게 주인과 살갑게 이야기하며, 국민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막걸리를 따랐다. 막걸리 바람을 지구촌 곳곳에 불게 한 노무현 전 대통령. 막형은 막걸리를 마실 때마다 막걸리를 참 좋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른다." (95쪽)

<막걸리>에는 노 대통령뿐 아니라 박정희, 이명박 대통령, 막걸리를 죽도록 사랑해 '막걸리세'까지 걷었던 천상병 시인 등 유명인의 막걸리와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민초들의 애환과 속깊은 이야기까지 함께 담겨있다. 책장을 넘기다 '막걸리'와 관련된 시를 마주하는 재미도 크다. 천상병 시인의 '막걸리'를 일부 옮긴다.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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