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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위반 논란을 낳은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인증샷. 하지만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비밀투표라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논란을 낳은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인증샷. 하지만 투표용지를 촬영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비밀투표라는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 미료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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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이 저에게 투표를 독려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잊을 만하면 투표하란 글이 올라왔고, 투표한 걸 자랑하는 분위기였기에 낮잠 자다가 5시에 불현듯 깨서 후다닥 투표한 1인 ㅋ"

누리꾼 다다에(@dadae)가 트위터에 올린 단문 메시지다. 여론조사로 낙담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누리꾼들이 트위터에 계속 '글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2일 오후 들어 급증한 투표 열기는 투표율을 15년 만에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일 지방선거 잠정투표율이 54.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것은 지난 2006년 제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51.6%)보다 2.9%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선거 막판 트위터에도 투표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글들이 연타로 올라왔다. 실제 2일 오후 4시~5시 사이 서울지역 투표참가자는 28만 명, 오후 5시~6시 사이 투표참가자는 48만 명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트위터를 통한 3040대 투표참여운동은 성공한 것일까. 

15년 만에 투표율 최대치... 숨은 공은?

온라인 단문메시지인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 릴레이' 행렬이 이어진 것도 투표율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표 하루 전날 화가 임옥상씨가 '투표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 판화 1000점을 쏘겠다고 밝히자 온갖 '이벤트 상품' 릴레이가 이어졌다. 콘서트 티켓, 무료 명함제작, 건강검진권까지 각 영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내놓으면서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선거 막판 트위터 화제 인물로 급부상한 화가 임옥상씨는 2일 저녁 시민단체 인사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예술이 도대체 무엇이건대 내가 이 따위 짓을 하면서 사나, 내가 이번 선거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했다"며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5천만 원을 쓰면 이래저래 사람들이 모여 10만 명 정도 투표장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소회를 전했다.

임씨는 "내가 5천만 원을 쓰겠다고 했는데 만약 판화 1천 점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굉장히 기분 상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라며 "용기를 내니 그 용기에 용기를 보태주는 시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감회를 전했다.

인기 연예인들의 트위터 투표참여 동참 행렬도 큰 몫을 했다. 개그맨 김미화, 김제동씨는 물론 유명 탤런트와 가수들이 트위터에 자신이 투표한 인증샷을 올리면서 '투표참여'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김제동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투표독려 글
 김제동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투표독려 글
ⓒ 김제동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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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앱으로 투표하는 날은 올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트위터가 한 역할이 크다는 평가는 트위터 내부에서도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 사과벌레(@lofipunk)는 "투표 막판 긴장감이나 예측조사 결과를 생각하면 한번씩 소름이 돋는다"며 "오늘 같은 날 트윗이 있어 더 좋다, 아고라 떠나 트위터로 온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 대통령 서거로 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사과벌레는 "트위터는 이 세대의 SNS"라고 규정했다. 

누리꾼 이종필(@ststnight)씨는 "나중엔 아이폰 앱으로 투표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며 "그렇게 되면 투표율이 정말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이볼(@eyeball)은 "이번 선거는 스마트폰과 SNS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세계적 사례가 될 듯하다"며 "'연결'이 대세인 IT시대, 우린 또 하나의 세계적인 사례를 만들어 냈다"고 자평했다.

이광빈(@crazybin95) <연합뉴스> 기자도 "SNS를 통한 젊은 층 투표 독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박빙 승부에선 영향력도 있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전 미디어팀장도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이 30~40대 연령층이 많긴 하지만 시간대별과 세대별 분석이 끝나지 않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트위터에 올라온 투표참여 단문 메시지와 '인증샷 이벤트'가 연관 효과를 내긴 했다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것은 통계를 봐야 알 것 같다"고 신중을 기했다.

그러나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선거 후반 투표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트위터의 힘"이라며 "화가 임옥상 선생께서 내신 '투표 인증샷 선물' 이벤트 같은 아이디어가 선거 막판 젊은 표심을 흔드는 효과(웃음)도 만들었고, 이로써 서울에서만 10만명 이상이 동원됐다는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은 "여론조사전문가인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변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2006년 지방선거뿐 아니라 역대 선거 때는 시간이 오후로 접어들수록 투표율은 낮았고 지난해 재보궐선거 때부터 오후 들어 투표율이 급증하는 기현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 부소장은 "지난 재보궐선거 때도 퇴근 후 투표하는 3040대가 많았다"며 "이들이 숨은 표로 작용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 20%포인트 이상 뒤졌던 한명숙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가 의외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트위터가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투표참여 인증샷 올리기' 이벤트는 젊은층의 투표참여를 이끌어 냈으며 결과적으로 젊은 표심을 흔든 효과를 냈다는 게다.

이 부소장은 "한국 정치에서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한국 선거에서 아주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미디어 전문가 최진순씨도 트위터 단문메시지를 통해 "트위터의 (질적인) 선거 기여가 결정적이었다"며 "결과야 어떻든 젊은 층의 투표율을 제고하고, 전통매체의 여론조사 몰이식 보도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태그:#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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