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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길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선사한다.
 광릉숲길은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선사한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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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광릉숲'이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MAB, Man And the Biosphere)' 총회에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광릉숲은 1468년 세조대왕이 '광릉(光陵)'에 묻히며 터를 닦은 이후 무려 540여 년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고 자연 환경을 그대로 간직해 왔다. 경기도 포천시와 남양주시, 의정부시 등 도심 속에 자리하면서도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드넓은 숲을 보전해 온 광릉숲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세조(왼쪽)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은 마치 사랑의 하트 모양처럼 생겼다.
 세조(왼쪽)와 정희왕후가 잠든 광릉은 마치 사랑의 하트 모양처럼 생겼다.
ⓒ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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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변화하지 않고 완성 단계에 이른 광릉숲

지난 1일 오후 3시 무렵 광릉숲에 자리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핵심 지역 내 숲 전경을 둘러볼 수 있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전망대에 오르자 남서쪽으로는 '소리봉'이, 동북쪽으로는 '죽엽산'이 짙푸른 신록을 뽐내고 있었다. 짙푸름의 다름으로만 보더라도 여러 수목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리봉과 죽엽산 일대에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고 완성 단계에 이른 숲이 자리하고 있다. 광릉숲의 뛰어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국립수목원 연구기획팀의 이정희 박사는 숲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숲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습이 변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초본류가 형성되고 침엽수가 들어온 다음 활엽수가 자리하는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자리 싸움을 벌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식물군집의 변화는 당연한 것이지만, 광릉숲은 이러한 변화가 없는 극상림(極相林)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광릉숲에 존재하는 서어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등은 온대 중부의 극상림을 보여주는 세계 유일의 예입니다."

서어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광릉요강꽃... 자연의 보물창고

국립수목원 측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광릉숲에는 조류 170여 종, 포유류 30여 종 등 4376종의 동물이 있다. 천연기념물도 크낙새를 비롯해 원앙, 참매, 황조롱이 등의 매류와 쇠부엉이, 소쩍새, 올빼미 등의 부엉이류, 그리고 까막딱따구리 등 조류 18종과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약 2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의 보물창고가 따로 없다.

이름도 생김새도 특별한, 희귀종 '광릉요강꽃'
 이름도 생김새도 특별한, 희귀종 '광릉요강꽃'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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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이름에 '광릉'을 앞에 붙인 '광릉요강꽃'은 희귀종으로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숲 속에 울타리를 쳐서 보호하고 있는 광릉요강꽃은 몇 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우는 다년초인데 아쉽게도 얼마 전 꽃이 지고 말았단다. 국립수목원 서강욱 임업연구사는 광릉요강꽃의 자생지 복원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큰복주머니란이라고도 하는 광릉요강꽃은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려 갑니다. 2개의 큰 잎이 마주난 것처럼 밑줄기를 싸고 있으며 보통은 여러 개체가 밀집해 있는데 지금은 복원하는 과정에서 떨어뜨려 놓은 거예요. 일본에서만 자생지 복원을 몇 개체 성공한 것 말고는 아직은 없어요. 꽃이 하도 예뻐서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꺾어가는 바람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합니다."

국립수목원 측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 비공개 지역의 광릉숲에는 서어나무를 비롯해 군데군데 쓰러진 고목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굳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은 자연의 일부였다.

이정희 박사는 "수명을 다한 고사목들은 새와 곤충들의 주요 먹이뿐만이 아니라 자연으로 되돌아가 거름도 된다"며 "수많은 동식물이 광릉숲에 서식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숲의 명예전당 "숲은 국력과 함께 한민족의 자존심"

국립수목원에는 산림박물관을 비롯해 습지원, 넝쿨식물원, 관상수원, 수생식물원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발길이 닿는 대로 이동하는 곳곳이 자연 학습장인 셈이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붙잡았던 것은 산림박물관 부근에 자리한 '숲의 명예전당'과 '국토녹화기념탑'이었다.

숲의 명예전당
 숲의 명예전당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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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6명의 부조상이 벽면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숲의 명예전당'의 안내판에는 이러한 문구가 씌어 있었다.

"온 국민의 정의로운 노력과 사랑과 정성으로 다시 살아난 우리의 숲은 경제와 환경과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생명자원으로서 커가는 국력과 함께 한민족의 자존심이 되었다. 국토녹화에 크게 공헌한 분들을 모시어 그 업적을 후세에 전함으로써 이 땅의 모든 이들과 함께 숲을 사랑하는 정신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가발전과 민족번영의 근본을 치산치수에 찾았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국토의 구석구석을 누빈 나무 할아버지 김이만, 조림수종 개발에 평생을 바친 세계적인 육종학자 현신규 박사, 전남 장성의 임야를 제일가는 조림 성공지로 만든 임종국, 충남 태안의 산림을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바꾼 민병갈, 기업임업의 효시를 이룬 기업인 최종현 등 다양하다.

국토녹화기념탑 위아래의 푸르른 하늘과 짙은 신록이 청정함을 더한다.
 국토녹화기념탑 위아래의 푸르른 하늘과 짙은 신록이 청정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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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녹화기념탑'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지난 1992년 4월 5일 식목일에 세운 것으로 이름 그대로 '국토 녹화를 기념'하는 상징물이다. 노 전 대통령은 기념비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산림 녹화를 이룩한 업적을 기념하는 탑을 세워 온 국민의 협조와 성원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산림은 우리 겨레의 보금자리이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러한 산림은 값진 녹화의 바탕 위에서 더욱 쓸모 있고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기를 온 국민과 함께 굳게 다짐하는 바입니다."

"애벌레도 만져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광릉숲으로 소풍 온 서울 서강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
 광릉숲으로 소풍 온 서울 서강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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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명예전당'과 '국토녹화기념탑'을 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자연은 잘 보전해서 후대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광릉숲 답사를 위해 국립수목원에 들어선 뒤, 습지원 부근에서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을 만나자마자 깨달은 것이기도 하다.

서울 서강초등학교 6학년 1반 홍세영양은 '광릉숲을 둘러보니 어땠는가'라는 물음에 초등학생다운 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너무 넓어서 힘들었어요. 휴~. 하지만 공기도 좋았고 새 소리,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도 좋았어요. 아, 맞다. 애벌레도 만져봤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전망대에서 바라 본 광릉숲과 도심. 문명의 이기인 전파 송수신기를 보면사 자연과 사람, 개발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광릉숲과 도심. 문명의 이기인 전파 송수신기를 보면사 자연과 사람, 개발이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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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아파트와 고층 빌딩 사이만을 오가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어느새 '애벌레'조차도 신기한 것이 되어 버렸다. 숲과 강, 산과 바다 등 자연이 소중한 이유는 기성세대들이 1회용으로 그냥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린 꿈나무들에게 자연 속에서 무한한 꿈을 꿀 수 있도록 잘 남겨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터전은 자연을 거느린 것이 아니라 자연의 품에 안겨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했다. '자연을 보호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주제는 굳이 유네스코의 맵(MAB) 프로그램을 들먹이지 않아도, 광릉숲이 어떻게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는가를 보면 저절로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명예의 전당'에 적혀 있는 문구를 옮겨 적는다.

"희망이 있는 민족만이 숲을 가꾼다고 하였다."

'복주머니난'이라는 이름 그대로 광릉숲은 사람들에게 복을 전해 준다.
 '복주머니난'이라는 이름 그대로 광릉숲은 사람들에게 복을 전해 준다.
ⓒ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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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권보전지역이란?

유네스코가 진행하는 MAB사업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동식물, 대기, 해안 등의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전체 생물권에 인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능력을 증진할 목적으로 추진하는 정부 간 프로그램이다.

생물권보전지역은 MAB사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며 '생물다양성과 생물자원의 보전을 지속가능한 이용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으로서 광릉숲은 크게 핵심지역(755ha), 완충지역(1,657ha), 전이지역(22,053ha) 등 3가지 공간으로 나뉜다.

핵심지역은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조사, 연구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에 의해 엄격히 보호되는 곳이고, 완충지역은 핵심지역을 둘러싸고 있거나 인접해 있어 환경교육과 휴양, 생태관광, 연구 등 건전한 생태적 활동이 가능한 곳이며, 전이지역은 농경지와 주거지, 기타 용도로 이용되며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은 설악산(1982년), 제주도(2002년), 신안 다도해(2009년)에 이어 광릉숲이 4번째로 지정됐다. 북한의 경우 백두산(1989년), 구월산(2004년), 묘향산(2009년) 등 3곳이 있으며, 2009년말 기준으로 107개 국가에서 모두 553곳이 지정됐다.


태그:#광릉숲, #광릉,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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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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