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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 15년... 무기력감에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

나는 15년 경력을 가진 교사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우리나라 공교육을 혁신적으로 살려보고자 적극 지원하고 있는 혁신학교에 자원하여 올 1월말부터 근무하고 있다. 오기 전 교직생활에 대한 회의감에 3년 전부터 사직을 심각히 고민하며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본디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교육 현장이 민주적인 소통보다는 갈수록 독점, 독선, 강압, 타율, 통제, 경쟁, 비리 등 부정적인 기제가 기승하여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내 처지가 딱해서였다.

그동안 학교장의 독선, 독점, 부정부패에 맞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치열하게 부딪혀왔다. 때론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학교장이 바뀌거나 교직원 구성원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도루묵이 되기 일쑤였다. 몇 차례 반복되니 무기력과 절망감이 밀려왔다. 함께 했던 분들도 이리 저리 흩어져 문뜩 미아가 된 느낌이 들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길 잃은 철새의 심정이랄까?

살아온 대로 살아가기에는 꿈도 시들고, 열정도 식고, 동료도 별로 없어 심각한 고독과 우울증에 휩싸였다. 세상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며 교육현장조차도 가만두지 않았다. 생리적으로 협력하며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도 있지만 교육현장만큼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우선이라는 신념이 있기에 더욱 처절했다.

성과급 문제가 나올 때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위화감이 조성될 때는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6학년에, 부장을 하여 A등급을 받을 수 있음에도 순환제를 전제로 c등급을 자진하기도 했다(결국 1년 만에 무효가 되어버려 함께했던 선생님들께 무척 죄송한 심정이 아직도 남아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집 태울 수 있는 정부의 일방적 교원평가제,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가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학교 현장을 더욱 황폐화시키는 학교장 권한 강화, 교육현장 및 수업 중심보다는 행정 중심, 토론토의 문화보다는 일방적 전달, 묻지 마! 알면 다쳐! 식의 학교 운영시스템, 학부모 개인 민원에 무마하기식 무소신 학교운영, 쓰레기통 하나도 제대로 구입할 수 없는 불통, 비효율 재정 등 제대로 눈 뜨고 보면 숨을 쉴 수 없는, 완전 포위된, 박제된 느낌이었다.

자괴감, 죄의식, 이중성으로 아이들 앞에 떳떳할 수 없고 당당할 수 없는 비굴함으로 계속 버티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면서도 당장 뾰족 수가 없어 겨우 붙잡고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처지였다. 날마다 날마다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출근하는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

내 마음 속 깊이 틀고 있던 꿈꾸던 학교 

남산골 한옥마을 현장체험학습 짚으로 꼰 새끼줄로 즉석에서 꼬마야~ 긴줄넘기 신명나는 판을 벌이는 아이들!
▲ 남산골 한옥마을 현장체험학습 짚으로 꼰 새끼줄로 즉석에서 꼬마야~ 긴줄넘기 신명나는 판을 벌이는 아이들!
ⓒ 박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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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빛이 혁신학교였다. 자발성, 지역성, 창의성, 공공성을 내세운 것이다. 민주적인 참여와 소통을 전제로 교직원과 학부모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추구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며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간다.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교육문화에서 개개인 및 집단지성의 창의성을 실현한다. 특정한 사람 위주가 아닌 모두가 주인 되는, 모두가 성장하는 공공성을 우선한다.

정말 내 마음 속 깊이 틀고 있던, 꿈꾸던 학교상이었다. 이런 학교가 경기도교육청, 교육감 핵심 정책으로 나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내부형 교장공모제(경력 평교사도 학교장이 가능한 제도)라고 하니 뜻이 맞는 동료와 학부모님들이 훌륭한 분을 모셔 얼마든지 새롭고, 좋은 학교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희망과 의지가 생겼다.

다같이 모여 공연도 하고 토의도 하는 다모임 5,6학년 모두 모여 오늘은 우리 반 공연하는 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지은 노랫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로 지은 교가를 악기 연주, 노래, 율동으로 멋지게 펼쳐보였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길~~이꽃 저꽃 피어나며 방긋웃는 길~~
▲ 다같이 모여 공연도 하고 토의도 하는 다모임 5,6학년 모두 모여 오늘은 우리 반 공연하는 날!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지은 노랫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로 지은 교가를 악기 연주, 노래, 율동으로 멋지게 펼쳐보였다.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는 길~~이꽃 저꽃 피어나며 방긋웃는 길~~
ⓒ 박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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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로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받게 하고 한창 준비를 했다. 하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관료집단의 방해 책동으로 막바지에 철회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혁신적인 학교 교육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기득권을 옹호하는 태도로 돌변하여 일방적으로 내부형교장공모제 학교를 극단적으로 제한하여 모든 것이 헛꿈이 되어버렸다. 한동안 허탈감에 젖어 지냈다.

그러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뜻밖에 오게 된 것이다. 현 교장선생님을 몇 년 전부터 간혹 만나며 공교육 속의 대안학교 꿈을 꾸어 왔던 적이 있었다. 그런 분이 지원하셨다기에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결단의 순간에 덜컥 겁이 났다. 새로 세워지는 신설학교라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모든 것이 외부에 공개된다고 하여 심적 부담이 컸다.

수업 자질과 역량을 키우기에 노력하기보다 학교 구조적인 비민주성, 폐쇄성, 권위주의에 맞서 싸운 일이 많았기에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처지였다. 잠을 설치며 고민 고민하였다. 결국 경기도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모델을 제대로 만들면 경기도 교육이 제대로 바뀌고,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도 제대로 서리라는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결단을 내렸다.

소통 기꺼이 받아들여... 때론 학교장 뜻이 꺾이기도

한 솥 모둠 비빔밥! 들과 산에 여기저기 나온 나물을 뜯어다 씻고 데쳐 나물비빔밥을 만들었다. 한 양푼 비볐는데 모두들 빈그릇이 되었다.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꿀맛이더라!
▲ 한 솥 모둠 비빔밥! 들과 산에 여기저기 나온 나물을 뜯어다 씻고 데쳐 나물비빔밥을 만들었다. 한 양푼 비볐는데 모두들 빈그릇이 되었다.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꿀맛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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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동안 말하고 싶었고, 하고 싶었던 것을 최대한 할 수 있는 교사로서 진정한 자유와 권리를 얻었다. 서로 나누고 배우며 협력하는 평안함과 든든함을 얻었다. 학부모들과 함께 참교육을 고민하며 바람직한 교육을 모색하는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다. 아이들과 인간적으로 만나며 사람됨을 추구하며 깊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한마디로 몸은 힘들지만 열정이 살아나고 신명이 있어 마음은 행복하다. 지난 15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교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늦게까지 일하고, 배우고, 아이들 또는 부모님들과 함께하는 일들이 즐거운 일이 되고 있다.

3시간, 4시간 넘게 연수나 회의가 길어지는 일이 다반사지만 꼭 필요한 배움과 나눔, 소통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인다. 때론 학교장님의 뜻이 꺾이기도 하고, 서로 생각의 편차가 달라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생각의 넓이와 깊이를 얻을 수 있어 뿌듯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학교는 미래를 내다보며,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교육공동체가 최대한 협력하며 새로운 교육, 새로운 학교를 날마다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학부모강좌 혁신학교와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모두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가는 것이 혁신학교지요.
▲ 학교에서 배우는 학부모강좌 혁신학교와 새로운 교육에 대한 학부모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모두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가는 것이 혁신학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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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아이들은 혁신학교 자부심이 대단하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수요일이 싫다는 아이도 있다. 5년 동안 처음으로 학교 가는 것이 즐겁다는 아이도 있다. 학부모님들도 매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신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하는 진정성을 믿고 학교를 통해 배우고, 나누고,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사이버상 학교 카페에서 매우 활발한 토론, 토의, 정보 교환, 교육활동 안내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연수 참여도 및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렇다보니 우리학교, 혁신학교 서정초등학교가 뜨고 있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공개 연수에 자발적으로 찾아온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자녀들을 보내고 싶다고, 이런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부럽다고 하신다. 혁신학교로 전입하기 위한 이사 수요가 많아 집값도 몇 천 만원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15년 동안 꿈꾸며 좌절하며 포기하며 무기력해지며 시들어 죽어가던  교직 인생이 혁신학교에 와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고 행복한 마음으로 애쓰고 있다. 이 땅 대부분의 교사들이 아이들 속에 빠져 하루 종일 애쓰며 지내는 것을 행복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들과 교사를 떼어놓는 잘못된 교육행정, 구조, 관료체제를 걷어내고 가르치는 일에, 수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학교다. 우리는 승진 보상이 없어도 날마다 열심히 가르치며 행복해할 수 있는 교사들이 근무하고 싶어 하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혁신학교가 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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