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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포구의 '송정(松亭)'이란 지명은, 광주 노씨의 선조가 백사장이 내려다 보이고 해송림이 울창한 언덕에 정자를 지은 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지금의 송정해수욕장 일대를 예전에는 가래포라 불렀는데, 가래는 갈대의 사투리이고 송정천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갈대밭이 넓게 형성되어 있었던 데서 붙은 지명이라고 전한다.

또다른 '송정'의 지명의 유래로 6. 25 전쟁 당시 사격 연습으로 없어진 죽도 바다쪽 암벽에 서 있던 노송에서 연유되었다는 설도 있으며, 임진왜란 전까지 '가라'라고 부르다가 송정으로 바꿨다는 설도 있었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은 "조선에 가거든 '송(松)'자를 주의하라는 명을 받고 파병되어 '송(松)'이 든 마을은 왜병들이 접근하지 않는지라, 전재를 피하기 위해 '송정'으로 바꾸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송정
 송정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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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포구는 아침이 아름다운 바다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그 반도의 끝에 자리한 송정포구는 일출이 아름다운 바다이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부지런한 바다. 그래서 아침일출이 그 어느 바다보다 아름다워, 많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담아가기 바쁜 포구.

어떤 여행이든 즐겁지만, 송정 포구에 오려면 기차를 타고 와야 제 격이다. 그리고 무박 여행보다는 1박 2일 여행이 좋겠다. 송정바닷가는 여행길의 나그네에게 떠나는 길을 잊게 하고, 떠나온 여행의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는 고향과 같은 바닷가 마을이다.

그래서 송정에 오려면 기차를 타야 여행의 맛이 난다. 송정역에 오려면 부산 부전역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송정역에서 송정 바닷가는 도보로 가능하다. 느릿느릿 아름다운 해안선을 즐기며 해안도로를 이용해 자전거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송정항
 송정항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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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이 트기 바쁘게 어선들은 다투어 출항하고, 어젯밤 떠난 배들이 귀항해서 미역 하역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송정 포구의 등대는 해운대 관광특구답게 등대도 무슨 예쁜 그림 엽속에 나오는 것처럼 예쁘게 생겼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양쪽으로 나누어 마주 보며 불빛을 비추고 있는데, 그  방파제 사이로 해가 뜨고 출항하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통통통 엔진소리를 내고 돌아오는 배와 출항 하는 배들이 아슬하게 지나면서, 배 한척이 포구에 도착했다.

어부들이 우르르 달려가 산더미 같이 실은 미역을 하역했다. 나는 기장 미역보다 송정미역이 더 좋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어, 배에서 내린 아저씨에게 미역 좀 살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한마디에 잘라서, 팔 수 없다고 했다. 왜 팔 수 없느냐고 물으니, 아저씨는 미역이 산더미 같이 많은데 미역 팔 게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루어 짐작컨데 소매로 팔 수 없다는 뜻 같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미역 사는 것은 포기 하고 궁금한 게 있어 바쁜 어부 아저씨에게 또 질문했다. "아저씨 저 들고 나는 배들의 불빛들이 왜 다르죠?" 그것은 어떤 배는 홍등을 컸고, 어떤 배는 녹등을 밝히고 있어서였다. 내 말에 아저씨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출항하는 녹등을 단 배는 흰 등대를 보며 나가고, 들어오는 홍등을 건 배는 빨간 등대를 보며 들어오기 때문에 배가 부딪히지 않심더..."라고 내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나는 아저씨의 설명에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지켜야 할 질서와 규칙... 그것은 넓은 대해의 바다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가 않다는 것을.

송정
 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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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뿔뿔이 달아날랴고 했다.
푸른 도마뱀 떼 같이 재재 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
가까스로 몰아다 붙이고 변죽을 돌려 손질하여 물기를 시쳤다.
이 앨쓴 해도에 손을 싣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굴르도록_
<바다>-'정지용'

송정항
 송정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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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다... 송정 간이역

바닷가의 송정역은, 송정해수욕장과 송정포구와 함께 여행엽서그림 같은 간이역이다. 시인 릴케는 '놓쳐버린 기차가 더 아름답다'고 말했듯이, 송정역은 놓쳐버린 기차가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는 역이다.

송정역은 부산시 등록 문화재 302호로 지정되었다.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것 같이 이제는 너무 단아하게 단장된 송정역은, 1934년 12월 16일 영업을 시작하여 1941년 보통 역으로 승격되었다.

1976년 7월 차급화물 업무를 중지하고, 여객 승강장이 1개소이며, 여객열차가 하루 22회 통과하는데, 이중 14회는 송정역에 정차하며 화물차는 17회를 정차한다. 상행선 7 번 하행선 7번이다. 출발지는 부산 부전역, 종착역은 역시 부전역이다. 기차 요금은 2500원이다.

송정역은 해운대 역과 기장 역의 중간에 있다. 동해남부선의 숱한 간이역 중에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을 가진 역. 그래서 기차시간표에 없는 추억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을 수 있는 낭만과 꿈과 사랑이 있는 동해남부선 간이역 중 가장 아름다운 역이다.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송정역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송정역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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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25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자전거 여행, #송정포구, #송정해수욕장, #부전역, #동해남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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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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