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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와 바람직한 생활정책
'생활정치연구소'는 6·2지방선거와 관련해 서울지역 25개 구청장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해 의미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사회복지, 교육, 부동산, 지방행정·주민참여, 체육·여가, 환경 등 분야별로 참신한 정책들을 선정해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이를 소개하는 형식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안정론'과 '심판론' 등 정치적 의미부여가 관심사이지만, 지방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본래의 의미에 주안점을 둔 기획입니다. - 기자말

지난 5월 14일 마감된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결과, 서울지역 25개 구의 구청
장을 선출하는 데 92명의 후보자가 등록하여 평균 3.7: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는 25개 구에 후보자를 모두 낸 반면, 자유선진당은 3명, 민주노동당은 2명, 창조한국당은 1명, 진보신당은 2명, 국민참여당은 5명, 미래연합은 3명, 자유평화당은 1명, 친박연합은 2명, 평화민주당은 6명이 출마하였고, 무소속 후보자는 17명이다.

본 고는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지역 구청장 후보들이 내세운 교육분야의 공약에는 어떤 것
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생활정책과 관련하여 우수 공약은 무엇인가를 공약의 참신성, 구
체성, 실행가능성, 주민참여 및 수혜성, 사회적·지역적 적합성을 기준으로 선정하여 평가하고자 한다.

좋은 공약이란 공약의 목표가 제시되어 있고, 공약의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 기간, 그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판단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92명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교육분야에서 각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제시한 공약은 무상급
식이다. 한나라당 소속 후보자들은 대부분 무상급식을 언급하지 않았거나, 단계적 무상급
식 확대를 제시한 반면, 민주당 후보자들은 무상급식 전면 확대 실시를 내세우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교육분야에서 비한나라당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가장 많은 공약으로 제시했다.
 교육분야에서 비한나라당 후보들은 무상급식을 가장 많은 공약으로 제시했다.
ⓒ 학교급식개선 조례제정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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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생활정책의 측면에서 내세울 만한 교육분야의 공약들로는 첫째, 공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한 지원방안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보조금 지원 확대, 학교시설 현대화 사업 지원, 온라인 학습을 포함한 방과후 학교 사업 지원, 원어민 영어교사 증원 배치, 대학생들을 통한 학습도우미 제도 지원, 교사 잡무를 줄여줄 수 있는 행정보조요원 지원 등이 있다.

둘째,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한 급식 지원방안 마련이다. 친환경 급식 시스템을 도입하고, 무상 급식의 비율을 점차적으로 늘려 나가 무상의무교육을 실현하는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생안전 증진 방안으로 학교폭력 예방 활동 및 등·하굣길 안전 지킴이 사업 지원 등이 필요하다.

넷째, 평생교육시스템 구축 및 여건 개선이다. 지역주민들의 평생교육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여 맞춤식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섯째, 보육 분야와 관련된 것으로 구립보육시설 확충 및 종일반/야간반 확대 운영, 주민이 참여하는 육아·보육시설 운영, 권역별 도서관 건립, 방과 후 학습지원시스템 마련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당의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 중 우수 사례들을 살펴보자. 우선, 종로구의 정창희 후보(한나라당)는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목표 하에 교육경비보조금 지원 확대, 원어민 영어교사 전면 배치, 대학생들을 통한 학습지도 멘토링제, 학교시설 현대화, 방과후 학교 지원, 학교폭력 추방, 장학금 지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교육발전을 위하여 교육경비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필요한 사안이다. 2009년에 25개 구청이 지원한 교육경비보조금은 모두 합쳐 1340억 원에 육박한다. 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한다거나 대학생들을 활용한 학습지도 멘토링제의 실시, 학교시설 현대화 사업 및 방과 후 학교 사업 지원, 학교폭력 추방에 동참하고 장학금 지원을 확대한다는 공약은 지역 주민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공약이다. 다만 각각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이 얼마인지, 매년 몇 퍼센트씩 달성해 나갈 것이지 등을 실행가능한 수치로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둘째, 강북구의 박겸수 후보(민주당)는 교육 분야에서 강북구내 초등학교·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으로 내 걸고 있다. 박 후보의 선거공보에 따르면,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이자 평등교육의 시작"이라고 명시하고,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15위인 전북이 무상급식률 1위를 자랑하는 것은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 채우는 아이가 없도록 정성을 쏟은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박 후보의 공약은 사업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 기간,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안겨주고 있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초·중학교 무상 급식의 사업목표는 보편적 복지와 평등교육 구현을 위하여 관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구상이다. 우선순위 무상단기과제로서 2011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행절차를 보면, 구청장 취임 직후 관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위한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구청장 직속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후, 해당 지방교육청 및 서울시와 협의하여 국비, 시비 지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친환경 급식을 위하여 농어촌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우리 농수산물 보급망을 확보하고, 국가적 실천과제 설정을 위하여 관련 교육법 개정 청원 운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공약의 이행 기한으로는 무상구청장 취임 직후 2010년 말까지 실시 준비를 완료하고 2011학년도부터 전면 실시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 계획으로는 무상초등학교 64억 원, 중학교 41억 원 등 약 105억 원이 예상되는 바, 재원 조달농수산물 무상국비(지방교육청), 시비, 구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타 후보들의 공약과 비교해 볼 때, 매우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박 후보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화 강북'을 만들기 위해 중기 과제로 주민생활권과 밀착된 '풀뿌리 도서관' 20개 설립, 구민회관, 동사무소, 도서관의 문화교양강좌 활성화, 한국 현대사 박물관 조성(4·19묘역, 신익희 묘역, 문익환 생가 등을 기념하는 한국현대사 박물관), 학교 체육시설·장비 지원 대폭 확충, 시립도서관 3개 건립 등도 공약하고 있다. 시립도서관 건립을 위한 사업목표, 이행절차(내용), 재원 및 규모, 이행 기한 등을 보면 앞에서 밝힌 것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구체적이며, 측정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어 생활 정책으로서의 공약의 면모를 잘 갖추고 있다.

셋째, 강동구의 이해식 후보(민주당)는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설립을 자신의 7대 공약 중 제1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이 센터 설립을 통하여 학생들의 스펙관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공약의 추진 목표는 대학입시 여건 변화에 맞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 증진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체험학습, 자원 봉사 프로그램 제공, 초·중·고·대학·기업·지자체 간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공약의 우선순위로는 취임 즉시 착수하도록 하고, 이행 절차는 평생학습센터에 병설 운영하고 추후 관내 청소년수련관을 기능 전환하여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운영 방식은 공·사교육계의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크 및 진학지도 교사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원하고, 자기주도형 학습 및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저소득층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는 일명 '반딧불 학교', '디딤돌 학교' 등의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강동교육 지원 장학기금 마련 등을 실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공약을 위한 이행 기간 역시 구체적이다. 자기주도 체험학습 지원센터 설립 조례를 연내에 제정하고, 2011년 초에 센터를 설립하고 시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점차 확대해 나간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명품교육 지구(BEZ - Best Edu Zone) 조성, 권역별로 학교연계 교육기반 시설 공동 활용 시스템인 에듀클러스터, 테마형 작은 도서관 10개 신설, 친환경 의무 급식을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 기간, 재원 조달방안의 양식에 입각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써의 신뢰를 높여 주고 있다.

반면 상당수 후보들의 공약은 여전히 구호성 공약에 머물러 있고, 달성 목표, 이행 방법 등이 추상적으로 기술되어 있어 보다 생활과 밀접한 정책 및 공약 개발에 아쉬움이 많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체대 교직과 박호근 교수의 글로 생활정치메타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활정치연구소, #생활정치, #박호근, #6.2지방선거,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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