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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는 군사작전하듯이 맹렬한 속도로 국토의 숨통을 옭죄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6.2 지방선거를 기다립니다.(중략) 서울 시장, 경기지사 야권 후보자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오직 자유와 생명, 평화의 관점에서 후보를 단일화 하십시오."

 

지난 24일 여주 신륵사 옆 남한강변에서 열린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기도회'에서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대표)이 끝내 읽어 내리지 못한 '종교인들의 호소문' 내용 중 일부다.

 

지난 24일 여주 신륵사 옆 남한강변에 4대 종단(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의 종교인들이 모였다.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기도회'에 자리한 300여 명의 종교인들은 비가오는 궂은 날씨에도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기도를 이어갔다.

 

공동기도회가 끝나갈 무렵, 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호소문'을 낭독하기 위해 마이크 앞에서서 잠깐동안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이어 수경스님은 "꼭 이렇게 어려운 것은 나를 시킨다"며 농담을 던지고, 호소문이 적힌 종이를 폈다 접었다 한참을 머뭇거렸다. 몇 번의 쓴 웃음을 짓고 나서야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뭔가 결심한듯 호소문의 앞부분을 "거두절미하고 읽겠다"며 종이를 다시 폈다.

 

하지만 결국 호소문을 읽지는 못했다. 항상 호탕하게 웃고, 유머감각도 뛰어난 수경스님의 모습과는 매우 달랐다. 4대강 사업을 거침없는 말로 비판하던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도대체 수경스님이 낭독하려고 했던 호소문의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호소문을 읽는 대신 "종교인들이 이렇게 기도를 하는데 정치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양심에 걸린다"며 "우리의 기도가 부족해 4대강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정말 부끄럽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야권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한다"고 말한 뒤, 호소문 낭독순서를 마쳤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수경스님이 호소문 낭독을 망설였던 이유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정치인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절박한 심경에서 나온 것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수경 스님은 이날 미리 작성한 호소문을 통해 서울 시장, 경기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 "4대강 개발은 국민을 적대시하는 정권, 복종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강권통치의 산물"이라면서 "현 정부의 반생명, 반평화, 반민주의 난폭한 질주는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수경스님이 읽지 못한 호소문의 전문이다.

 

서울시장·경기지사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호소

 

자유와 생명, 평화의 가치보다 더 크고 무거운 것은 없습니다. 이것이 무너질 때 전쟁과 폭력, 무자비와 불관용, 굶주림과 불평등이 인간을 불행하게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민주주의의 위기, 환경의 위기, 경제의 위기는 자유와 생명, 평화의 가치를 몰각한 데서 왔습니다. 그 결과가 '4대강 개발'입니다.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불교 성직자들은 단순히 반개발을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자유와 생명,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의 이행입니다.

 

현 정부의 4대강 개발은 철저히 반민주적입니다. 국민을 적대시하는 정권, 복종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강권 통치의 산물입니다. 이를 막아내지 못하면 국토와 생명만 잃는 게 아니라 삶의 본질적 숭고성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지금 정부는 군사작전을 하듯이 맹렬한 속도로 국토의 숨통을 옭죄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실오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6·2 지방 선거를 기다랍니다.

 

서울시장, 경기지사 야권 후보자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오직 자유와 생명, 평화의 관점에서 후보를 단일화하십시오. 정치적 견해와 입장의 차이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자유와 생명, 평화의 가치를 우선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정당 정치인에게 당리당략 추구는 너무도 당연합니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라도 우선은 현정부의 반생명·반평화·반민주의 난폭한 질주는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진정한 승자, 상생의 묘리를 보여 주십시오. 4대강 개발에 죽어가는 온갖 생명의 신음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오늘 우리 종교인들의 간청은 자유와 생명, 평화의 기도입니다.


태그:#4대강, #수경스님, #6.2지방선거, #후보단일화, #4대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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