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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대학살'이라는 단어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돈을 지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13명(사립 5명 제외)의 교사에 대한 파면 해임 절차를 진행 중이고,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는 전국적으로 교사 169명에 대한 파면 해임 방침을 발표했다. 이들의 혐의는 모두 '불법 정치 활동'이다.

검찰, 이주호 교과부 차관 등 정치자금 수수 확인

이주호 교육부 차관과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한겨레 신문 보도. 검찰은 10여명이라고 했지만 이보다 훨씬 많다. 전교조는 속전속결로 수사하고 기소하더니 이들은 아직도 수사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차관과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 등이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는 한겨레 신문 보도. 검찰은 10여명이라고 했지만 이보다 훨씬 많다. 전교조는 속전속결로 수사하고 기소하더니 이들은 아직도 수사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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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주호 교과부 차관이 국회의원 시절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공개했다. 전교조와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서버를 압수수색하고 계좌를 추적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사했던 검경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는 이 의원의 추궁에 내사에 나섰다. 그 결과 이주호 차관이 국회의원으로 있던 시기에 교사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한겨레> 25일자 참조) 이주호 차관뿐 아니라 이군현, 김학송 의원 등이 교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이다.

검찰은 10여 명이라고 밝혔지만 정치인들에게 돈을 준 교원들은 이보다 훨씬 많고, 당원 가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교원과 고위 교육공무원들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을 받은 한나라당 의원 역시 이보다 많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등이 한나라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친한나라당 교원단체와 교원들의 정치자금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을 했으니 검찰이 어떻게 수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사실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는 이정희 의원의 폭로 이후 교사들을 불러 조사하고, 계좌를 추적하고, 학교 행정실의 연말세액정산 내역 등을 확인해 이주호 차관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수의 교사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전교조 관련 수사는 생중계를 하듯 흘리던 검찰이 지금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아직 법리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면서 최종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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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서울중앙지검이 전교조 교사들을 기소한 공소장에 의하면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7조에 의하면,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교사가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이어 이중잣대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교사들에게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았으면서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하고, 받은 것도 모두 돌려주었다고 하던 그 이주호 차관이 결국 꼬리를 밟힌 셈이다.  이는 검찰이 전교조 교사들을 기소하고 교과부가 이들을 파면 해임하겠다고 나선 논리대로라면, 명백하게 국가공무원법 위반이고, 불법 정치자금이다.

교사들이 정치활동 혐의로 기소되고, 파면 해임 결정이 내려진 사태에 이주호 차관도 직간접적으로 그 중심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교사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으면서 교사들을 징계하고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호 차관도 파면 해임 요구할까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징계에 돌격대장처럼 앞서고 있는 이난영 교과부 교원협력팀장이다.  이난영 팀장은 "교사들이 정당에 당비를 내거나 후원비를 내는 것은 절대로 안 되며, 그 자체로 확인할 필요도 없이 파면 해임 당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언론에서 당당히 밝혔다.

이제 이난영 팀장은 이 질문에 다시 대답해야 한다.

"당신의 상관인 이주호 차관이 교사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주호 차관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주호 차관도 고발하고 반드시 파면 해임하라고 요구하라. 그리고 이주호 차관에게도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똑같이 말해라. 이렇게 말할 수 있나?"

조폭이 사람 패놓고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이다. 국민의 공무원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막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했는데 소송을 해서 복직을 하려면 최소 2~3년의 세월이 흘러야 한다. 그때 가서 복직 판결을 받으면 지금까지 못 받은 임금과 이자까지 모두 국민의 혈세로 물어내야 한다.

교사 1년 연봉 4천만 원이 3년이면 최소 1억 2천만 원이고, 교사 169명이면 200억이 넘는다. 여기에 이자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액수가 늘어난다. 교사들이 단 한 명이라도 소송에서 이기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 소송에서 지게 되면 이난영 팀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다.

'2심 재판 후까지 징계 연기 결정한다'더니

서울교육청의 지난 3월 22일 징계위원회 회의록. 징계위원장인 이성희가 직접 2심 재판 이후에 징계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고, 만장일치로 징계위원들이 동의하여 의결했다. 그런데 이성희 권한대행은 무슨 일인지 갑자기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이들을 파면 해임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의 지난 3월 22일 징계위원회 회의록. 징계위원장인 이성희가 직접 2심 재판 이후에 징계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하고, 만장일치로 징계위원들이 동의하여 의결했다. 그런데 이성희 권한대행은 무슨 일인지 갑자기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이들을 파면 해임한다고 밝혔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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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서울 지역 교사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같은 선거에서 기소된 공정택 서울교육감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대법원 판결까지 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들 교사에 대해서는 24일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징계 여부는 28일 최종 결정된다고 한다.

이전 공정택 전 교육감의 약속도 있었고 김경회 전 부교육감 역시 재판 판결 이후에 징계를 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최근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이들의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위원장인 이성희 서울교육감 권한대행이 직접 "2심 판결 이후에 징계위원회를 별도로 개최할 때까지 유보한다"는 제안을 했고 회의 참석 징계위원 9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해 결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자가 입수한 이날의 징계위원회 회의록에서 이성희 위원장은 대상자들이 출석하지 않았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임을 확인하면서 "2심 결과가 나오면, 추후 징계 의결 날짜를 정해 징계 의결하는 것에 대해 위원님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라고 제안을 하자 의원들 전원이 "(모두) 좋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징계위원장 이성희는 이런 결정을 뒤집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해 이들을 파면 해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간에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전교조 서울지부에 의하면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조차 "위에서 결정해서 내려온 것이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의 명령으로, 왜 스스로 그들의 결정을 뒤집었을까? 참고로, 이성희 권한대행은 교과부 파견 공무원이고, 교과부에서 학교자율화추진위원장을 하던 시절에도 시국선언 교사들의 파면 해임에 앞장 섰던 인물이다.

징계위원회의 생명은 독립성이다. 징계 여부에서부터 징계 양정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성희 서울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은 징계 제청권자인 동시에 징계위원장이다(징계위원회의 장은 부교육감이 맡는다). 재판으로 치면 검사가 기소하고 그 검사가 다시 직접 재판을 하는 꼴이다.

이성희 징계위원장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뒤집었다. 특단의 사정이 없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이성희 징계위원장 겸 교육감 권한 대행이 스스로 징계위원회의 존재 가치를 부정한 것이다. 그는 스스로 왜 징계위원회 결정을 스스로 뒤집었는지 그 특단의 사정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관련자들과 한나라당은 입장 명확히 밝혀야

이성희 현 서울교육감 권한대행
 이성희 현 서울교육감 권한대행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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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 아무 비판 없이 위에서 하라는 대로, 어떤 때에는 먼저 나서서 위에서 좋아할 것 같은 것만 골라서 하는 공무원이라면 공무원의 자격이 없다. 지금 전교조를 둘러싸고 이루어지고 있는 대량 징계 사태는 누가 보아도 형평성을 상실했고 이성을 상실한 조치다. 현재 진행 중인 선거를 빼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전교조 교사들을 징계하고자 한다면 먼저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도 안 하겠단다. 이들을 떳떳하게 파면 해임하려면 교사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이주호 차관부터 검찰에 고발하고 파면 해임한 이후에 해야 순서다.

이성희 서울교육감 권한 대행 역시 먼저 징계위원장으로서 내렸던 결정을 뒤집은 것에 대해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최소한 결정을 뒤집은 이유라도 국민에게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대규모 파면 해임 사태의 한가운데 있는 교육부 최고위 관료들인 이주호 차관, 이성희 서울교육청 권한 대행, 이난영 교원협력팀장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교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 역시 전 한국교총 회장으로서, 그리고 소속 의원들이 교사들에게 수백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한나라당 역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태그:#이주호, #한나라당, #정치자금, #이성희, #이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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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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