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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노 대통령 생각하면 눈물 나고 그래요. 나이는 43살이나 먹어가꼬. 내가 원래 냉정한 사람인데. 사진 보기도 힘들어요. 유고집도 다 샀는데 들여다보질 못하겠어요. 좋은 세상 오면 볼라꼬."

 

봉하마을 광장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던 오후 2시께. 송아무개(43)씨는 먼발치에서 추도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해에서 왔다는 그는 "예전부터 노 대통령을 좋아했다"면서 봉하마을에도 종종 들렀다고 말했다. 함께 온 부인은 행사장 안에 들어가 있단다. 부인도 노 전 대통령의 '열성팬'이다.

 

"지난 1년 간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다"

 

"아침에 자고 있는데 와이프가 이야기 해줘서 (서거 소식을) 알았어요. 처음에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아입니까. 와이프는 일주일 동안 일어나도 못했어요. 충격이 너무 커가꼬."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인간적이고 민주적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반대의견 다 들어줬잖아요. 솔직히 이명박 대통령처럼 할라면 누가 못합니까. 대통령은 모든 걸 다 쥐고 있는 사람 아입니까. 그런데 노 대통령은 반대소리 다 들을라고 했어요. 그게 민주주의지."

 

그러면서 그는 노 대통령이 서거한 후 "지난 1년 간 나라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반대 소리도 듣는 게 선거인데 4대강도 그렇고 반대소리를 못하게 관권선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상도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바뀌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에 '기대'를 걸었다.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말고 꼭 야권이 단일화 했으면"

 

56세 여성인 '까몽'은 카메라를 들고 추도식 현장을 찍고 있었다. 용인에서 왔다는 그녀는 지난해 대한문 앞 분향소 풍경을 49제때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음> 아고라를 통해 중계했었단다.

 

그는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부산에서 계속 출마했을 때부터 노 대통령을 좋아했었다"고 회고했다. 서거 당시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눈시울을 붉히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더라고요. 전화통을 붙들고 대성통곡을 했어요. 누구보다 민주적이었고 권위적이지 않고 서민적이고. 너무 아까워요." 

 

지난 1년간 그녀의 삶에는 변화가 생겼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예산이 삭감되면서 관급공사를 하는 남편의 일거리가 줄어 살림이 어려워진 것. 그녀는 "촛불을 들어야 할 현장이 많은데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현장에도 못 나가고 후원금도 못 내고 있다"며 속상해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정이 좋아지면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6·2 선거에서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지 말고 꼭 야권이 단일화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비가 와도 이만큼 왔으니 더 의미 있어"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 가운데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지지자가 된 사람들도 있었다. 구미에서 왔다는 서장준(61)씨가 그렇다. 서씨는 "부인이 노 대통령을 좋아했을 때는 사실 잘 이해를 못했는데 돌아가신 후에 그 분의 사상, 발자취, 업적을 따라가다보니까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노 대통령과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이 일치했다면서 현 정부의 남북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가 50년생, 6·25 세대거든요. 다시는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서로 양보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물론 북한도 문제가 있지만 좀 더 잘 사는 우리가 북을 포용하고 베풀어야 하는데."

 

전라도 광주에서 온 22세 대학생인 배나래씨는 '노무현 서거 1주기 전시회장' 앞에서 노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보며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배씨는 노 전 대통령의 '열성팬'인 아버지를 포함해 온 가족이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정치는 고리타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배씨는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자신이 얼마나 정치에 무지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씨는 요즘 정치기사도 자주 찾아보고 스크랩도 하고 있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노 대통령의 팬이 된 사람도 있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황영미(39)씨는 "노 대통령의 '열성팬'인 남자친구 때문에 노 대통령을 알게 되긴 했지만 이제는 남자친구 보다 더 노 대통령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황씨는 "비가 오고해서 혹시나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놀랄 만큼 많이 왔다"면서 "비가 와서 덜 오긴 했지만 비가 와도 이 만큼 왔으니 더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태그:#노무현 , #노무현 1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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