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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도 못하고 보기 안타깝네요. 뿐만 아니라, 재수 없게 담배 피우는 것하고, 꽁초 버린 것까지 좌빨신문에 게재되어 벌금이 추가되었네요. 해서 제가 오늘 의원님 후원금 계좌에 조금 후원했습니다." (닉네임 '몰라도돼')

 

지난 18일 한 시민이 후원금을 납부했다며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십시일반 팔 걷어붙인 누리꾼, 후원금은 '18원'

 

'조전혁 콘서트' 무산으로 망신을 당했던 조전혁 의원에게 후원금을 내겠다는 누리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소속 교사 명단을 공개해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물게 된 데다 후원 콘서트까지 무산되자, 누리꾼들이 조 의원을 돕겠다며 십시일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연말에 후원금 영수증까지 부탁한 이 시민이 조 의원 후원계좌에 넣은 돈은 단돈 18원. 그는 "아직은 여유가 없어서 18원 밖에 못 보냈는데 난중에 돈 많이 벌면 동그라미 한두 개 보태서 넣도록 하겠다. 힘내라"는 격려(?)도 잊지 않았다.

 

조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를 비판하는 수백 건의 글과 함께 이와 같은 후원금 납부 글이 20여건 이상 게재돼 있다. 초소형 후원금 '18원'은 조 의원의 행동에 대한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교조도 최근 '조전혁 의원에게 100원의 기적을!!'이라는 '물값 주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정작 '후원금 수난'을 당하고 있는 조 의원 본인은 의연한 모습이다. 조 의원은 지난 18일 전교조 행사장에서 나온 막말 문제와 관련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모욕과 비난, 저급한 조롱이 쌓이면 제가 풀이 꺾일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하라"고 말했다.

 

'초소형·물값' 후원금 잇달아... "속 차리길 바라며"

 

'후원금 18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달 30일부터다. 닉네임 '팔다리가쑤셔'는 "조 의원님, 후원회비 내고 싶어요, 매일 18원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신 접지 마세요,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조광석씨도 "법 위에 군림 해 보려고 하더니, 왜 꼬랑지를 내렸느냐"고 비판하더니, "후원금 18원 보내려고 하는데, 후원 계좌 좀…(알려 달라)"고 했다.

 

권배성씨는 "전교조 명단 발표 후 의원님께 후원을 한 사람이다. 통장 확인하시면 알겠지만 18원 후원했다"며 "아마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의원님께 후원한 사람이 족히 천만 명은 될 것 같은데, 이를 환산하면 1억8000만 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저의 주거래 통장이 수협인데, 후원계좌 중 수협이 없어서 수수료가 500원이나 된다"며 "죄송하지만 수협계좌도 만들어 주면 안 되겠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주문했다.

 

'이들이 정말 18원의 후원금을 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즈음, 닉네임 '우왕'은 "콘서트도 실패하고, 많이 힘드시죠"라는 글과 함께 조 의원의 국민은행 후원계좌에 18원을 넣었다는 인증샷(증거사진)을 올렸다. 그는 또 "후원금 영수증은 넣어두세요. 제가 째째하게(쩨쩨하게) 공제나 받으려고 후원한 거 아니잖습니까? ㅎㅎㅎ"라는 글을 남겼다.

 

초소형 후원금은 조 의원의 홈페이지뿐 아니라 <다음> 아고라에도 등장했다. 닉네임 '한글사랑나라사랑'은 지난 14일 "장난스럽게 상욕이 포함된 18원? 곤란합니다. 진심을 담아서 19원을 보내드렸습니다"라고 적었다.

 

조 의원으로부터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받게 된 전교조도 가세했다. 전교조는 지난 11일 '희망기금 모금 분회' 홍보지를 통해 "조전혁 의원에게 100원의 기적을!!"이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전교조는 캠페인 제안서에서 "교원단체 명단공개라는 불법행위도 마다하지 않다가 법원으로부터 매일 3000만 원 벌금을 전교조에게 물게 된 조전혁 의원을 돕자"며 "MB식 경쟁교육 차별교육 탓에 무너진 공교육도 모두 전교조 탓이라 믿는 그의 불굴의 의지를 북돋우어 주자"고 했다.

 

"지금 그가 있어 전교조에 대한 지지와 호의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가 파산하면 안 됩니다. 그가 꺾이면 안 됩니다. 단돈 50원, 100원씩이라도 모아줍시다. 빚더미에 앉아서 울화통 터지는 그의 가슴을 식혀 줄 생수 한 병 값이라도 보탭시다. 그렇게 물 먹입시다. 혹시라도 냉수 먹고 속 차릴 기적을 바라며……."

 

심재철도 '후원금 수난'... 조전혁 "명예훼손 법적 대응"

 

온라인에서 '후원금 수난'을 당한 것은 조전혁 의원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5월 '광우병 파동' 당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이 '알바지원비'라는 명목으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후원금 액수는 주로 '1원'이나 '18원'이었다. 당시 심재철 의원은 "광우병에 걸린 소일지라도 SRM(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한 나머지 부분은 안전하다"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탔다.

 

심 의원에게 쏟아진 '알바지원비'는 그를 비판하는 누리꾼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서 촉발됐다. 닉네임 '스마일'이 "아주 저질의 허위사실 유포이며 엄중한 사법처리 대상입니다. 사이버경찰에 신고합니다"라고 댓글을 단 것. 그런데 닉네임을 클릭한 누리꾼들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마일'의 블로그가 바로 심재철 의원의 공식 블로그였던 것이다. 나중에 심 의원은 그 댓글을 본인이 아닌 사무실 직원이 썼다고 시인했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심재철 의원에게 댓글 아르바이트비로 1원이나 18원을 후원금으로 보내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역시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캠페인이었다.

 

또 하나, 당시 누리꾼들은 자신들이 낸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을 우편으로 받기 원했다. 당시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은 연말에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해야 하는데, 영수증 발송 과정에서 누리꾼들이 낸 후원금보다 더 비싼 우편요금을 지불하게 만들어 심 의원을 골탕 먹이겠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심 의원이 실제 영수증을 발급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채 유야무야됐다.

 

초소형 후원금을 내고 영수증 발급을 요구하는 것은 조전혁 의원 후원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18원의 후원금을 내고 후원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1월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법상 기재돼 있는 영수증 교부에 대한 항목이 "연간 1만 원 이하의 후원금에 대해서는 따로 영수증을 교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바뀌었기 때문이다.

 

초소형 후원금이 정치인을 조롱하는 수단으로는 여전히 강력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정치인을 골탕 먹이는 일은 불가능해진 셈이다.

 

물론 조전혁 의원은 자신을 '조롱'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각종 모욕과 명예훼손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여의도에서 열린 전교조 21주년 행사 참석자들이 자신에 대해 '짐승', '왕따', '발달장애' 등의 표현을 써 가며 비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조 의원은 "비열하고 저급한 협박에 꺾일 것 같으면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조전혁, #조전혁 콘서트, #후원금 18원, #전교조,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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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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