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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부터 내린 비는 18일 오전에 더욱 굵어졌다. 80년 광주 영령들의 한 섞인 눈물이 비가 되어 망월동 묘역을 적셨다. 국립5.18민주묘역에 있는 윤상원 열사의 묘에, 5.18아람동지회 이재권 열사의 묘에, 옛 묘역에 있는 무명열사의 묘에, '혁명시인' 김남주 시인의 묘에, 김양무 전 범민련 남측본부 상임부의장의 묘에 놓여진 하얀 국화만이 오는 비를 달래는 듯 싱싱함을 더했다.

 

5월 광주의 영령들을 보듬고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추모객들은 장대비 속에서도 우산을 받쳐 들고 속속 망월동으로 모였다. 그 동안 정부가 주관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30주년을 맞은 올해 이명박 대통령의 행사 불참과 광주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불허 등 광주정신 폄훼와 홀대 속에 반쪽짜리 행사가 됐으며, 이에 반발한 시민사회 진영과 야당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5.18민중항쟁 30주년 행사위원회 주최의 기념식이 망월동 옛 묘역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추모보다 분노의 분위기가 더했다. 사람들은 광주영령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를 삼키는 듯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부르지 못하게 한 광주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분노가 서렸다. 이 분노는 '광주 출정가'로 이어졌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영원한 민주화 행진을 위해......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나가 나~가 목숨을 걸고 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5.18민중항쟁 30주년 행사위원회 정동년 공동상임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바로 어제까지  우리는 우리의 소망인 자주, 민주, 통일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오늘 우리는 못난 죄인이 되어 당신들 앞에 이렇게 섰다. 30년 동안 피와 눈물로 쌓아올린 자주, 민주, 통일의 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가슴만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년 위원장은 이어 "금강산은 닫히고, 개성공단은 풍전등화처럼 가물거리고 있다"며 "당신 앞에 머리 꿇고 사죄하던 반역의 무리들이 오늘은 어디 한 번 해볼 테면 해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 강산에 다시 암울한 시대의 쇠사슬이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5월 광주정신 폄훼하는 이명박 정부 6.2지방선거에서 심판해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불행히도 5.18광주민중항쟁 정신이 훼손당하며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인권 등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강기갑 대표는 "현 시기 야권연대는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이번 6.2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5.18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자격을 비로소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행사에서 부르지 못하게 한 것과 관련해 서울에서 참가한 박해전 5.18아람동지회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노래"라며 "이명박 정부가 5월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고 있다. 5.18정신을 크게 훼손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정부 행사에서 배제됐지만, 국립5.18민주묘역에는 노래 소리가 넘쳤다. 유족들이 행사 참가를 거부하며 행사장 입구에서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불렀고, 참배객들은 묘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분노를 삭이며 노래를 불렀다.

 

이날 행사에는 정동년 5.18민중항쟁 30주년 행사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 배은심 유가협 회장, 장두석 한민족생활문화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야당 정치인, 유족과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 사람일보


태그:#5.18, #인병문, #정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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