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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서울대 교수(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1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 - 노무현이 탐독한 <유러피언드림> 현장을 다녀와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용익 서울대 교수(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이 18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 - 노무현이 탐독한 <유러피언드림> 현장을 다녀와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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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선 성장 후 분배'가 가져온 불행이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내며 저출산 대책을 총괄했던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 일갈이다. 18일 오후 7시 30분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 여섯 번째 강사로 나선 김용익 교수는 "저출산은 단순히 애를 키우기 힘들어서 혹은 여자들이 자기 인생을 위해 애를 안 낳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저출산은 안정된 일자리, 쫓겨나지 않을 주택, 돈 들지 않는 교육, 먹고 살 만큼의 기본소득 보장, 노후 안정, 돈 없어서 죽는 일 없는 의료 등 이런 것들이 너무나 부족해서 나타난 사회현상"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죽하면 아 새끼 낳는 것도 안 하려 할까'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저출산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성장에만 올인해 분배를 소홀히 하며 복지를 미룬 결과 힘겨운 삶을 살게 된 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 나라의 삶의 모습을 저출산이라는 결과가 말해준다는 설명이다.

[김용익 교수] "오죽하면 아 새끼 낳는 것도 안 하려 할까"

노무현 특강인데 웬 저출산 이야기일까. 연유를 살피려면 특강의 제목부터 따져봐야 한다. 여섯 번째 특강의 제목은 '노무현이 탐독한 <유러피언드림> 현장을 다녀와서'이다. 노 대통령이 세 번이나 밑줄쳐 가며 읽었다는 <유러피언드림>. 노 대통령이 왜 이 책을 즐겨 읽었는지를 알고자 <오마이뉴스>는 연중기획으로 유러피언드림의 현장을 탐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고민과 그가 꿈꿨던 '사람다운 세상'이 무엇인지 엿보고자 하는 시도다.

이 날 특강은 첫 취재지였던 프랑스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했던 김용익 교수와 김영숙·전진한 시민기자가 강연자로 나서 저출산에 대한 문제의식, 취재 뒷얘기 등을 들려주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생애주기를 따라서 물처럼 자연스럽게 삶이 흐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며 그 흐름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국내 현실의 난관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취재를 하며 느낀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다른 점도 곁들였다.

한국인에게는 출산이 아닌 결혼부터가 난관이다. 남부럽지 않은 결혼식, 혼수, 집까지. 김 교수는 "한국 사람에게는 결혼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인생 절차 중 하나인데 반해 프랑스는 집은 모기지로 장만하고, 혼수 장만은 물론 안하며 강력한 세입자 보호로 전세로 사는 것도 용이하다"고 비교했다.

결혼 후 닥치는 것은 출산의 난관이다. 그는 "한국은 출산을 하려면 직장의 눈치를 엄청 봐야 하고, 휴가를 다 찾아먹으면 잘리기 십상일 뿐 아니라 의료비도 본인 부담"이라며 "프랑스는 출산 비용은 무료고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휴가를 쓸 수 있게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부모가 출산 이후 맞이하게 되는 육아, 초중등 및 대학 교육 등은 모두 개인이 책임지고 돈을 대야 하는 일들이다. 프랑스 부모는 보육비용을 국가가 내기에 부담이 없고, 직업에 대한 차별이 없어 입시 지옥 및 사교육도 없다. 특별히 돈 드는 일이 없는 셈이다.

김 교수는 "생애 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한국과 프랑스의 출산율이 왜 한쪽만 높은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에서 배워야 할 점은 직접적 원인만 해결하려는 것 아니라 간접적인 즉, 바탕이 되는 복지 정책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 주택, 교육, 의료보장, 소득보장 등의 바탕을 까는 것이 한국의 잠재 성장력을 확보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며 "21세기 한국에서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의 포인트가 물적 자본인가, 인적 지본인가 생각해 봐야할 것"이라며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김영숙 시민기자] 두 아이의 엄마가 본 프랑스 '충격적'

김영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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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유러피언드림 취재에 동행했던 김영숙씨는 두 아이의 엄마가 본 프랑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씨는 "이전 직장에서는 퇴직할 때까지 출산 휴가를 쓴 여직원이 아무도 없었고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에는 입사 후 출산을 하다 보니 진급에서 2년 정도 누락됐다"며 "아이가 축복인 것은 당연하지만 마음의 부담도 됐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런 경험을 직접 하고 보니 "프랑스의 일하는 여성은 어떻게 사나, 이게 제일 궁금했다"며 김씨는 프랑스 회사 로레알 방문기를 풀어 놓았다.

그는 "로레알은 여성이 출산 휴가를 쓰고 난 후 복직 후 원하는 부서로 가고 직급도 높여 갈 수 있다"며 "로레알이 화장품 회사라 주 고객이 여성이라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다른 곳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지만 상당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프랑스는 기업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일하는 엄마를 굉장히 배려한다"며 "프랑스 유치원과 학교는 매주 수요일마다 쉬는데 이때 엄마들도 무급 휴가 이용해서 같이 쉬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전진한 시민기자]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

전진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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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취재에 동행했던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두 아이의 아빠의 관점으로 프랑스 취재기를 전했다.

'아빠'의 눈으로 바라 본 한국 사회는 암울했다. 전씨는 "정부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이야기하지만 낳고 나니까 예쁜 아이 얼굴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게 아니라 파산하게 될까 고민하며 엄청난 실의에 빠지게 됐다"며 "어찌어찌 버티다가 아이를 초중고에 보내고 대학교 까지 보낸 후 우리 아이가 다시 아이를 낳으면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 가서 가장 놀란 게 출산 비용, 키우는 수단 등을 모두 국가가 책임져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으로 인해 느껴지는 문제의식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라며 "반면 우리나라는 육아가 그야말로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전씨는 "프랑스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곳"이라며 "프랑스 취재 후, 자녀들에게 이런 사회 물려줘도 되는지의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깊게 느꼈다"고 감회를 전했다.

강연이 모두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이 마련되었다. 한 청중은 김용익 교수에게 "우리도 북유럽 같은 복지국가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한국 예산을 분석해보면 음성적으로 기업에 지원되는 돈이 조 단위가 넘는다"며 "이를 줄이고 복지 쪽으로 돌려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사회에는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 네 아이는 네가 키워라' 구조인데 핵가족 사회에서는 더 이상 내가 키울 방도가 없다"며 "사비를 들여 육아를 감당하는 것이나 세금을 내서 나라가 사회적 육아 비용으로 쓰는 것이나 드는 돈은 거의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서 사회적 육아가 가능한 복지국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오는 25일 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특강'에서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강사로 나서 <'마지막 인터뷰'에 실리지 않은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태그:#노무현, #저출산, #프랑스 , #유러피언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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