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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강남역에 자리한 삼성 본사 건물 앞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노동자 박지연씨의 49재 추모제가 열렸다.

 

박지연씨는 2년 전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을 얻어 투병하다가, 지난 3월 31일 사망했다. 박씨는 최근 10년간 삼성반도체에서 일어난 백혈병 피해자 중 사망자로서는 8번째 발견자.

 

박씨의 죽음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 추가 제보가 속속 이어져,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제보자는 총 47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13명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2007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클린룸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와 역시 같은 라인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민웅씨의 부인 정애정씨도 자리했다.

 

해당 라인에서는 황유미씨 이전의 전임자도 유산과 몸의 이상으로 라인을 떠났고, 황씨의 뒤를 이은 이숙영씨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한편 박지연씨의 가족은 이날  등장하지 않았는데, 반올림 측은 이날 행사가 시작하기 전 "삼성측이 박지연씨 어머니를 진상규명 시도를 못하도록 괴롭혀서 결국 산재소송도 취하하게 만들었다"고 알려왔다.

황상기씨는 이 자리에서 격앙된 목소리로 "노동자가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가 병에 걸리고, 죽어가도 돌아보지 않는 것은 노동자 자신을 위한 일이 될 수 없다"면서 "권리는 노동자가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웅변했다.

정애정씨는 "삼성이 해외에 알려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이 많이 용서해주는 것 같다"고 운을 띄우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나간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삼성은 듣지 않습니다. 외치고 외치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데도 삼성도 정부도 나몰라라입니다. 역학조사한다고 했을 때, 그래도 정부기관이니까 공정하게 해줄 줄 알았습니다. 피해자들이 믿을 데가 거기 밖에 없었으니까."

그는 "더이상 어떤 정확한 규명을 '우리 피해자들이' 해주어야 하냐"고 반문한 뒤, "남편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 수 없다"고 절규했다.

이날 추모제는 유족들의 발언 이후 추모공연과 추모영상, 추모시와 편지 낭독 순서로 진행됐으며 여느 때와 달리 경찰의 방해가 없는 가운데 숙연한 분위기로 끝났다. 한편 이날 추모제에서는 서울대 인문대 학생들이 유족들에게 연대기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족 대표로 기금을 받은 황상기씨는 "백혈병뿐 아니라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비로 쓰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프로메테우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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