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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노회찬, 두 후보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인 한판이었다. 18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선택 2010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사교육비 대책 등 생활밀착형 이슈를 중심으로 후보들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 한명숙 민주당 후보, 지상욱 자유선진당 후보,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 등 4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 특히 전날 KBS 토론회에 초청기준 미달로 참석하지 못했던 노회찬 후보 활약이 두드러졌다. '복지 혁명'을 주장한 노 후보는 비슷한 공약을 내건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때론 입을 맞추고 때로는 각을 세우면서 오세훈 후보를 압박했다. 토론회 홀대 설움을 씻으려는 듯 노 후보의 입은 불을 뿜었다. 

 

첫 번째 주제는 무상급식이었다. 이미 관훈클럽 초청 토론과 KBS 토론은 물론, 장외 공방을 통해서도 여러 번 부딪힌 주제였지만 각 후보들은 여전히 할 말이 많았다.

 

[무상급식] "총리 때 왜 안했나" vs "그렇게 거짓말하면 안돼"

 

한명숙 후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한 후보는 "무상급식은 예산부족 문제도 아니고 부자급식의 문제도 아니다, 교육철학의 문제"라며 "그동안 토목건설에 들인 많은 돈을 사람에게 쓴다면 친환경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후보는 한 후보가 총리 시절 작성된 문건을 제시하면서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오 후보는 "학교급식종합개선대책 문건 94쪽을 보면 저소득층 지원은 차상위계층 포함해서 2011년까지 11%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돼있는데 이는 전면적 무상급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무상급식을 대선공약으로 내놓고 총리 재직 시절에도 그렇고 노무현 정부 동안에도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그렇게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맞받았다. 한 후보는 "그때 학교급식대책회의는 빈번하게 발생한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저소득층 급식 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을 무상급식 폐기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노회찬 후보도 거들었다. 노 후보는 "친환경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라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예산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16개 시도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서울이 무상급식 지원이 가장 낮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당시 노무현 후보가 내놓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공약은 미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약속이었다"며 "하지만 2004년 이해찬 총리가 예산 부족을 이야기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저소득층에만 무상급식을 적용한 바 있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는 "참여정부가 복지예산을 20%에서 28%까지 올렸지만 노령연금이나 장기요양 보험 등에 많은 예산이 소요돼 한계를 느꼈다"며 "이번에는 시대적 과제가 된 무상급식을 이어받아서 반드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상욱 후보는 "무상급식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대강 예산을 깎았어야 했는데 작년 민주당은 손도 못댔다, 어디서 충당할 것이냐"고 따졌다. 한 후보는 "오세훈 후보 시장 시절 쓴 홍보비, 디자인 서울 사업비, 도로 건설비 등을 합하면 무상급식을 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1라운등 무상급식으로 몸을 푼 후보들은 2라운드 무상보육으로 넘어갔다. 무상보육은 노회찬 후보가 내놓은 핵심공약이었다.

 

[무상보육] "탁상 공약" vs "복지정책이 거꾸로 타는 보일러도 아니고"

 

노 후보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이대로 가면 2019년부터 인구가 줄게 된다"며 "어린이집을 두 배로 늘리고 보육료를 무상으로 하는 등 서울시 예산 3%, 6000억 원을 아이를 제대로 낳게 하기 위한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탁상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린이집 비용은 20~40만 원까지 차등이 있고 영어 어린이집은 100만 원까지 한다"며 "현실을 보면 100% 무상보육은 실무적으로 힘든 탁상 공약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격이 이어지자 노 후보의 입이 불을 뿜었다. 노 후보는 "4~6살 100% 어린이집유치원비 무상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공약이었고 2011년까지 6살 100% 무상보육, 0~5세 소득하위 80% 무상보육은 작년 복지부가 내놓은 아이사랑 플랜"이라며 "오세훈 후보만 소득 하위 70% 무상보육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이 정부보다 더 후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거꾸로 타는 보일러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복지공약이 왜 이렇게 자꾸 거꾸로 축소되는지 오히려 따져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가 "(노 후보가 제시한 무상보육도) 100%는 아니다"라고 하자 노 후보는 "그럼 100만원짜리 영어유치원에 돈을 대주라는 건가, 그거 축소한 것 가지고 본질 흐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후보는 "무상보육 예산 6000억 원은 매우 큰 돈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안양천과 중량천에 배를 띄우겠다며 2440억 원, 한강 오페라 하우스 짓는데 5000억 원, 시정홍보비만 3400억 원을 썼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비극적 상황을 후손들에게 넘길 것인지 우리 세대에서 해결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후보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노 후보의 무상보육 전면실시에 공감한다"며 "오세훈 후보는 한나라당 수준보다도 낮은 소득하위 70% 무상보육으로 왜 이렇게 후퇴하느냐"고 비판했다.

 

지상욱 후보가 "두 딸을 가진 아빠로서 보육에 상당히 관심이 있다"며 민간보육시설 지원 대책 묻자, 노 후보는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3라운드는 공교육 강화 및 사교육비 대책을 둘러싼 공방으로 채워졌다. 멍석은 사교육·학교폭력·준비물 등이 없는 '3무(無)학교'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오세훈 후보가 깔았다.

 

[사교육비] "참여정부, 기러기 아빠 양산" vs "지난 2년 사교육비 16.5%↑"

 

오 후보는 "교육 문제에 있어 시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라며 "예산을 4년 동안 1조 원까지 늘려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방과후 학교 활성화, 공교육 환경 보강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명숙 후보가 "공교육의 본질을 모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후보는 "지난 2년간 서울의 사교육비는 16.5%나 늘었고 강남의 학원도 18개월 만에 2배가 늘었다"며 "사교육을 조장한 한나라당이 사교육비 없애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5년간 사교육비 증가가 연 12~13%에 달했고 영어공부 위해 미국, 캐나다, 나중에는 필리핀까지 나가는 기러기 아빠가 양산됐다"며 "이명박 정부 2년간 사교육비 증가는 연평균 3%에 그쳤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찬스'(1분간 발언기회)까지 써가며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사교육비 증가 원인을 참여정부에 미뤘는데 사실은 이명박 정부의 사교육 조장정책 탓"이라며 "영어 몰입교육, 0교시 파동, 우열반 편성, 특목고 확대, 일제고사 부활 등으로 공교육이 해체 위기"라고 맞섰다.

 

노회찬 후보는 서울시의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하나고등학교 문제를 지적하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하나고] "가난 대물림 막을 제도" vs "MB·오세훈·공정택 합작품"

 

오 후보가 "하나고는 80%를 비강남 학생으로 뽑고 30%에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은 비강남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으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고 하자 노 후보는 '찬스'를 신청하고 작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

 

노 후보는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하나고 들어간 학생이 첫 시험에서 200등을 했다, 사교욕을 받지 않으면 다닐 수 없는 학교가 하나고"라며 "그런 학교를 지어놓고 사교육비 없앤다, 교육격차를 없앤다고 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1년에 1200만 원이 드는 하나고가 어떻게 강남북 교육격차를 해소하느냐, 강북에 루이비통 명품관만 지어놓으면 강남북 격차가 해소되느냐"고 따졌다.

 

한 후보도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 후보, 구속된 공정택 교육감의 합작품 아닌가, 뭔가 냄새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저소득층 자녀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튼다면 학비가 1000만 원이 든다한들 무엇이 불공평하냐"며 "저소득층 자녀가 원천적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가 문제지 장학금 주고 똑같이 기회를 주는 것은 교육으로 인한 가난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후보자간 상호토론에서 노 후보는 "오 후보가 공교육 지원 예산 3400억 마련한 것을 치적으로 자랑해 알아보니 이는 전임 시장 시절에 교육지원조례가 통과되면서 확보된 것"이라며 "상속 받은 유산과 자기가 번 돈을 구분 못하는 치적 가로채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밖에 오세훈 후보가 "하나고 특혜를 거론하는 한명숙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고양 국제고 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고 하자 한 후보는 "터무니 없는 거짓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 출입도 제한한 KBS 토론, 방청객이 질문 던진 MBC 토론

 

취재 기자들의 출입도 금지됐던 전날 KBS 토론회와는 다르게 이날 MBC 토론회는 서울시민들이 방청객으로 참여해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후보들은 재치 있는 대답으로 방청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가장 먼저 "이미지와는 안 어울리게 첼로를 배웠다는데 실력이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은 노회찬 후보는 "풍기는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가"라며 "첼로는 인간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소리라서 좋아한다, 혼자 소음 안 나게 즐기는 정도"라고 답했다.

 

오세훈 후보는 "스트레스 받을 때 드럼을 친다는데 시장 재임 중 언제 드럼을 쳤느냐"는 질문에 "여유가 없어 손을 놓은지 꽤 됐다, 최근에는 서울시의 프로젝트도 점검할 겸 산책을 한다"고 대답했다.

 

지상욱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보다 심은하씨 남편으로 더 유명하다"는 돌발 질문을 받고 "아내는 두 딸의 엄마이고 소중한 아내다, 또 토론에서 카메라 보는 시선을 지적해 주는 등 가장 중요한 참모"라고 말했다.

 

한명숙 후보는 "주차의 달인"이라는 별명에 대해 "지금 이미지와는 안 맞지만 운동신경이 발달해 운전도 잘하고 주차도 잘한다"고 소개했다.


태그:#서울시장, #오세훈, #한명숙 , #지상욱,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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