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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최악일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학생유권자연대 U2'와 함께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독려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기성 세대의 '편지'를 통해 기성 세대와 젊은 유권자들이 교감하는 선거 혁명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나는 요즈음 대학에서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활력적이어야 할 이 시기에 대학생들이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한 생활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현실 때문이다. 값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도 그 누구도 취업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 따라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그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대학에서 그들을 가르치는 나 역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취업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지식이겠지만, 학원이 아닌 대학이란 그것 이외에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수양을 길러주어야 하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대학은 시장과 기업의 필요에 따라 그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기지가 되어버렸다.

 

'무한경쟁' 취업 현실, 투표참여 독려조차 미안

 

무한경쟁의 취업 현실에 서 있는 그들에게 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 즉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쩌면 매우 미안한 일인지도 모른다. 투표에 참여한다는 것은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는 것이겠지만, 우리 국가와 사회가 그들에게 언제 시민으로서 제대로 대우해준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 국가와 사회는 그들을 과도한 경쟁에 휩쓸리게 만듦으로써 투표에 대한 그들의 관심조차 약화시키고 빼앗아가지 않았던가?

 

어느덧 2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특히 그 초기 때의 촛불집회를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한다. 고등학생들과 때로는 중학생들까지 참여했던 당시의 촛불집회에서 그들이 대통령에 대해, 그리고 기성세대와 학교에 대해 자신들의 불만과 비판을 한껏 토로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은 광우병 우려 미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기성의 사회와 교육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과 불만을 쏟아냈다.

 

또한 나는 당시의 촛불시위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리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시 시위 때마다 불렸던 노래도 기억한다. 정치공동체의 주요 문제에 대해 시민은 단지 정부의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그 결정에 참여하고자 했던 당시 시위 참여 시민들의 공화주의적 요구를 지극히 잘 반영했던 노래가 아니었던가 한다.

 

'투표' 행위 자체가 기성 정치에 대한 압박, '투표' 촛불 들자 

 

그러나 이후 촛불시위 시민들의 요구는 이명박정부에 의해 부정되고 탄압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들은 이제 그 상당수가 대학생이 되었다. 나는 2년 전의 촛불집회 당시 그들이 보여주었던 불만과 비판이 이제는 투표로서 정치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촛불시위 당시의 직접적인 항의와 비판의 방식은 아니지만, 그들의 불만과 비판은 이제 투표를 통해, 그리고 그 투표로 당선된 대표를 통해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투표에 참여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요구가 기성 정치에 의해 훼손되고 배반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 자체는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그 자신을 새로이 발견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투표는 기성 정치에 대한 압박이 되고, 그 압박의 누적은 언젠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란 개개인 시민들의 투표행위를 통해 그들의 집합적 요구를 표출하고 그 표출된 요구를 통해 정책을 바꾸는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들이여, 이제 투표의 '촛불'을 들자.

덧붙이는 글 | 정해구 기자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입니다.


태그:#투표, #6.2 지방선거, #20대, #촛불, #대학생유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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