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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콘서트는 연예인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결국 동료 의원인 정두언 의원이 노래 몇곡 부르고 마쳤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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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파장이 법원의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유례없는 동조 행위가 이어지고 이것이 학사모 등 일부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로 확대되면서, 판결 불복의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조전혁 의원의 진정성만큼은 이해하고 있는 편이다. 어지간한 월급쟁이가 평생을 저축해도 현찰로 모으기 어려울 억 단위의 돈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서도 일정 기간 의연하게(?) 명단을 내리지 않고 유지한 것을 보면, 조전혁 의원은 '확신범'이라고 보는 것이 맞고 최소한 파렴치범은 아니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에 대한 생각은 그의 주요 저서 중 하나인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책의 제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전교조 조합원의 한 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다. 누구에게든지 나 개인이나 내가 속한 단체가 없어져야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을 만들게 했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나 그런 평가를 받는 단체에게나 모두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전교조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천하의 못된 악당에게나 퍼부을 악담을 듣는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러한 적의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미안함마저 들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조전혁 의원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가 솔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에 대한 극단적 적의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마음을 품고 전교조 명단 공개를 해놓고서 '전교조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단지 학부모의 알 권리 차원에서만 명단을 올려놓았다'고 강변을 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솔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전교조가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할 만큼 전교조에 적대적인 사람이 명단을 공개한다고 하면 그 의도는 객관적으로 뻔한 것이 아닌가?

전교조 명단 공개... 하지만 학교는 미동도 안 했다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놓은 교원단체 소속 교사명단 21만명 분.
 조전혁 의원이 자신의 사이트에 올려놓은 교원단체 소속 교사명단 21만 명 분.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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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조전혁 의원과 그에 동조하여 명단을 누리집에 게시한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 교육을 살리기 위하여 전교조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신념일지 몰라도 우직한 신념인 것만은 인정해주고 싶다. 그러나 교육을 진정 사랑한다면 이쯤 하고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지금 전교조 명단은 공개될 사람에게는 이미 모두 공개가 되었다. 아직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은 찾아볼 마음이 없는 것이고, 관심 있는 학부모나 학생은 자기들이 관심 있는 학교의 교사가 교총 교사인지, 전교조 교사인지 이미 다 알아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족한 줄을 알고 그만둘 때도 되었는데 전혀 그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도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명단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개개인이 독립적인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사법부 판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니라고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단 공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학부모들의 반응이 생각만큼 폭발적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공개 초기에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학부모의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 교사의 교원단체 명단이 공개되는 경우에 그 학교에 관련된 당사자들만 열람해 보아도 그런 정도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명단 공개 후 학교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보수 신문에서 예상한 전교조 교사 담임 거부 사태 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전교조 소속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전교조 교사는 조전혁 의원이나 한나라당 의원이 생각하는 만큼 나쁜 교사들이 아니다. 솔직히 모든 이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매우 훌륭한 교사라고 이야기하고 싶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도 싶은데 낯이 간지러워서 더 하지 않겠다.

교사의 이념엔 전혀 관심이 없는 학부모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20일 오후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4대강 사업 등 선거쟁점에서 불리한 상황을 면하기 위해 전교조를 정쟁의 숙단으로 삼기 위한 정략적인 행위'라며 규탄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명단 불법공개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한 가운데 지난달 20일 오후 전교조 사무실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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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부모의 관심은 교사의 정치적 성향에 있지 않다. 조전혁 의원도 사회과학을 해서 잘 알겠지만, 정치적 성향과 가르치는 솜씨는 인과관계가 없다. 지난 5일 정두언 의원실에서 전교조 교사와 수능 성적의 상관관계를 조사해서 발표했다가 통계를 좀 아는 사람들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정두언 의원도 지금쯤이면 통계적 논란이 있는 자료라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만,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가 있는 학교의 진학률이 낮다는 식의 무식한 발언을 하지 않은 것은 학자 출신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서라고 믿고 싶다.

학부모들의 진정한 관심은 교사들의 정치성향이 아니라 잘 가르치고 자기 아이를 잘 지도하느냐에 있다. 그리고 내 자식이 학교를 다니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을 뿐이지 교사의 이념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물론 보수 신문에서 술자리 난동을 피운 교사의 소속 단체가 하필이면 전교조일 경우에 이를 대서특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에 따라 선입견을 가진 학부모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가 학생들을 원만하게 가르치고 생활지도를 하고 있다면 그의 소속 단체는 전혀 학부모의 관심 대상이 될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아이 담임교사의 소속 단체를 유독 궁금해 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이념적 편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노릇이다. 얼마 전 비리로 걸린 장학사와 교장의 대부분이 교총 출신이라고 해서, 교총을 비리 선생의 집합처로 본다면 수긍할 것인가?

조전혁과 한나라당, 너무 일찍 마지막 칼 꺼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돕기 위해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조전혁대책위' 주최로 열린 콘서트에서 연예인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진수희, 나경원, 전여옥 의원과 참가자들이 대책위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돕기 콘서트가 열린 1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진수희, 나경원, 전여옥, 정두언 의원 등이 참석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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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의자에 앉자, 정두언 의원이 '조전혁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전혁 의원 옆자리에 앉은 정두언 의원이 '조전혁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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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명단 공개의 가장 큰 문제는 집단의 문제를 개별적인 구성원에게 부담을 주고자 하는 식으로 했다는 데 있다. '선동할 때는 앞장서서 하면서 명단 공개는 극구 반대하는 이중성을 보인다는 비판'이 있지만, 개별적 사실로 들어가면 이는 초점이 안 맞는 말이다.

노동조합은 대중 조직이다. 대중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선동가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 있는 법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기에 나 같은 사람은 전교조 선동가로 보일 테지만, 나는 학생들 앞에서 일부러 밝히지는 않는다 해도 그런 이야기가 화제로 떠올랐을 때 전교조 교사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이다.

물론 학부모들 상담을 할 때 전교조 교사임을 밝힌 적은 없다.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라 말할 기회도 그럴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제동은 웃음에는 좌우가 없다고 했지만, 실제 교육 현장의 학생 상담에서도 좌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자기 아이가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지,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상담하고 있는 와중에 전교조 교사라는 꼬리표가 들어갈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학부모하고 교육 정책을 두고 토론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국회의원이 불법 내지 편법을 통해서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하면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마지막에 꺼내야 할 칼을 너무 일찍 빼든 감이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불복종 운동은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친북좌파 세력이나 해야 할 방법이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늘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 전교조이니 국회의원이 저항운동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국회의원님께서 그런 식으로 행동했을 경우에 일 파장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학부모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자기 아이 담임이 어떤 교원단체에 가입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가령 학부모들은 공인인증서를 통해서 학교 정보를 알 수 있는 누리집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자기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원단체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학부모의 알 권리라면 해당 학교의 학부모에게만 알리면 될 일이지, 불특정 다수가 보는 홈페이지에 명단을 게재하는 것은 명백한 사생활 침해일 뿐이다.

애들 보기 창피하니, 이쯤에서 그만 합시다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흡연이 금지된 청계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해서 강제이행금을 물게 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자신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콘서트를 앞두고 흡연이 금지된 청계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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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조전혁 의원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논술 특강이었다. 논술에 대한 대학 교수님의 고견을 들으려다가 많이 실망을 하였다. 왜냐하면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공사를 찬양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을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명분은 경제 논술이었는데, 내용은 특정 정치 세력 옹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조전혁 의원이 전교조 교사들의 편향성을 비판하고 그 편향성이 학생들의 교육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억지를 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조전혁 의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법을 알고 싶다면, 언제든지 방법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런 면과 저런 면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립적이지, 시장원리만 지고지순한 진리이고 특정 정치세력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특강이 중립은 아니라는 것을 조전혁 의원은 알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교사들은 그 부분에 있어서 조전혁 의원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

교사들끼리 흔히 하는 이야기로, 애들 보기 창피하니 이쯤해서 그만 하기를 제안한다. 진정으로 교육을 사랑한다면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란다. 전교조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확산시킬 요량이거나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라면, 또 전교조 교사가 이 세상에서 한 줌도 남지 않을 때까지 투쟁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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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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