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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공사로 인한 부작용이 이리 많을 줄이야
▲ 4대강 공사를 하면 안되는 이유 4대강 공사로 인한 부작용이 이리 많을 줄이야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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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변에 있는 신륵사  앞에 여강선원이 개원했다는 소식을 진즉에 들었다. 가봐야지, 했던 것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지난 9일 이제야 나서게 되었다. 그동안 인터넷매체나 신문지상을 통해 4대강 관련 뉴스를 챙겨보면서 이 땅의 자연과의 평화공존을 원하는 사람중 하나인 나 역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고장에도 4대강 현장이 있다. 북한강변의 팔당유기농 단지가 그곳이다.

쫒겨날 처지에 놓인 유기농 단지의 농민들의 노고가 크다고 한다. 얼마 전엔 정부에서 팔당유기농지를 강제로 수용한다는 발표가 있었으니 팔당의 농지가 바람앞의 등불이다.  다만 팔당 생협 조합원이자 일개 시민인 나는 그저 양수대교 아래서 한창 진행 중인 4대강 공사 현장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른다. 양수대교를 건너다 보니 오탁방지막을 여러군데 설치했어도 공사 중인 북한강은 맑은 물빛 대신에 부연 흙탕물이 섞여 드는 중이다.

농지를 빼앗기게 생긴 농민들이 그래도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은 팔당 주변의 농지들이 애처롭게 보인다. 햇살은 눈부신데 음울한 분위기가 농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내가 만들어낸 감상만은 아닐 것이다.

강이 파헤쳐지는 걸 바라보고만 있는 탑이 애처롭다
▲ 석탑과 강 강이 파헤쳐지는 걸 바라보고만 있는 탑이 애처롭다
ⓒ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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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선원에 가는 길에 북한강과 남한강을 두루 만난다. 앞으로 얼마나 이 자연스럽게 어울린 강변의 풍경을 볼수 있을 것인가. 신륵사를 앞두고 보를 만들기 위한 공사 현장을 마주했다. 강 바닥을 어떻게 파헤쳤는지 강변에 준설토가 산을 이뤘다.  신문지상에서 보았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 하다. 그 엄청난 준설토를 당국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결국 군인들까지 투입하기로 했다지 않는가.

4대강의 공사전후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 4대강 사진전 4대강의 공사전후의 사진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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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도자기축제로 출렁거린다. 오월의 햇살은 눈이 부시다 못해 따갑게 내리쬔다. 신륵사 입구를 마주보고 수경 스님이 상주하시는 여강선원의 컨테이너 건물이 보인다. 지율 스님이 찍으셨다는 4대강주변의 공사 전후의 사진이 마당에 진열되어 있다. 스님은 선원 옆에 작은 천막에서 생활하시는 중이다. 잠도 1인용 텐트에서 주무신다는데 앙고라 모자가 여즉 놓여 있어서 물었더니 밤에는 추워서 모자를 써야 하신다고. 스님이 우려주신 산뽕잎차를 마시며 4대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짜고짜 "어떻게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한 템포 쉬시더니 "조급히 생각하지 말라" 신다. 결론을 내려고 하는 일이 아니라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하신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하겠고 안달하고 조급해 한다고 4대강 죽이기 공사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 역시 한 템포 박자를 늦춘다. "나 한 사람부터 먼저 달라져야 할 것이다"고 하셨다. 그래야 주변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맞는 말씀이다.

그동안 환경주의자인 체 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니 스님의 말씀에 비추어 부끄러운 점이 많다. 물도 아끼고 전기도 아끼고 되도록 적게 써야 한다시며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점을 가장 우려하셨다. 그 점에 있어서 나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반대운동'이 단순한 개발에 대한 반사적인 저항이 아니라 우리 안의 물신숭배 사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자고도 하셨다. 우리 안의 물신주의가 개발지상주의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수경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엄마 아빠 옆에서 얌전하게 스님이 끓여주신 차를 마시던 아들녀석에게 당부의 말씀도 잊지 않으신다. 컴퓨터 너무 하지 말아라, 라고. 어른들의 물신주의를 일찍부터 답습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고 밖에서 뛰어 놀 시간도 없이 학교와 학원에 묶여 있는 아이들에 대한 염려의 말씀도 하신다.

토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는데 일요일엔 도자기축제장을 찾는 인파와 신륵사를 찾는 인파에 비해 여강선원은 비교적 한산했다. 수경 스님을 뵙고 여강 주변을 한바퀴 돌 생각을 여쭈었더니 오후 2시부터 오체투지를 하신다고 한다. 계속해서 그래 오셨다는데 무릎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새만금 반대 '3보1배'와 지리산에서 시작된 4대강 살리기 '오체투지'를 하시면서 무릎에 문제가 있었다는 뉴스를 접했던 터였다. 괜찮다, 고 하셨는데 이제 세속의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뻘이신 스님의 다리가 그런 경로를 거치고도 멀쩡할리가 없을 것이다.

일요일, 오후 2시 수경스님이 오체투지를 시작하신다
▲ 오체투지 일요일, 오후 2시 수경스님이 오체투지를 시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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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지킬 수만 있다면.......
▲ 수경스님 강을 지킬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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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전시관을 둘러보고 2시에 여강선원을 다시 찾으니 스님이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 시간을 재고 계셨다.

2시. '강을 모시는 사람들' 회원 두 분과 스님 한 분이 수경 스님을 뒤따른다. 스님은 여강선원 앞에서 오체투지로 신륵사 앞 여강을 기어서 가셨다. 오월의 땡볕은 스님의 얼굴에 자꾸만 땀방울을 만들었다. 거친 스님의 숨소리가 들린다. 스님을 지켜보는 여강의 숨소리도 거칠게 들리는 것만 같다.

신륵사 앞, 여강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 강을 바라보는 스님 신륵사 앞, 여강이 평화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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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길에 남한강변에 산더미처럼 높이 쌓여진 준설토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저 땅은 우리들의 먹을거리를 길러내던 신성한 농토였고 저 강은 온갖 물고기들과 수생식물의 삶터이지 않았었나. 누가 저러한 권리를 주어 이 땅을 유린하는가 묻고 싶었다.

강에서, 땅에서 사라져 가야만 하는 생명들을 위해 땡볕 아래서 오체투지를 하시는 스님을 따라 가니 또 눈물이 흐른다. 생명의 고귀함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원망의 눈물이기도 하고 생명을 모시는 이의 숭고함을 위한 눈물이기도 한.

'강을 모시는' 사람들을 이끄는 수경 스님은 아마도 4대강 공사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강을 모시는 마음으로 오체투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4대강 파괴 멈춰'라는 대형펼침막 앞에서 오늘의 오체투지 일정을 마무리 한다. 물고기들이 눈물을 흘리는 조형물들이 강 앞에 대롱거린다. 물고기들이 흘리는 눈물에는 아랑곳도 없이 일요일인 오늘도 강은 파헤쳐지고 있다.

오체투지후 기도문을 읽고 계시는 스님
▲ 기도문 오체투지후 기도문을 읽고 계시는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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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강을 바라보는 신륵사 담장의 꽃담은 예쁘기도 하다
▲ 꽃담 상처입은 강을 바라보는 신륵사 담장의 꽃담은 예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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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륵사 경내를 한 바퀴 돌아 신륵사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다는 '강월헌' 정자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마주한 4대강 공사 현장은 가장 참혹하다. 정자를 배경으로 강바닥을 파헤치는 작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강물은 더 이상 맑은 물빛이 아니다. 둔탁한 물빛은 본래의 강물빛을 잃어 버렸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강을 '죽이려'드는 공사를 하는 이유가 뭔가.
마냥 한가롭고 여유가 넘치던 강월헌의 풍경은 살풍경이 되어 가슴을 치는 듯했다. 어쩌란 말인가. 강을 그냥 '내비두면' 안되겠는지, 저들을 붙잡고 묻고 싶은 답답한 마음을 감추고 돌아서 나오는데 신륵사 마당의 꽃담이 눈에 들어온다.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꽃담의 아름다움이 순수하다. 꽃담으로 해서 한줄기 평안을 얻는다. 그러나 이 반쪽짜리 평안은 이내 마음의 평정은 잠깐일 것이다. 왔던 길 되돌아 가는 길은 다시 4대강 현장과 마주하는 길일 것이니.

오체투지 끝내고 땀에 절은 옷가지를 빨래하는 수경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심정이 그래서 더욱 착찹하다. 안녕히 계시라는 아들 녀석의 인사에 조금 전 담담하게 오체투지를 마치신 투사였던 스님이 인자한 얼굴로 말씀하신다. '또 와'

스님의 건강을 빈다. 또한 4대강의 안녕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여강 선원을 개원하시고 여강에서 4대강 반대 오체투지를 하시는 수경스님을 5월 9일에 뵙고 왔다.



태그:#여강선원, #수경스님, #오체투지, #신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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