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한국최고의 가드로 군림했던 이상민이 은퇴를 선언했다. 갑작스런 그의 은퇴였기에 1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던 많은 농구팬들은 그를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자의건 타의건 이상민의 은퇴는 많은 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핵심은 영구결번에 관한 논란이다.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상민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상민 ⓒ 삼성썬더스 홈페이지

97~98시즌 대전현대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상민은 10년을 한결같이 한 팀에서만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갔다. 하지만 2007년 소속팀 KCC가 서장훈을 FA(자유계약)로 영입하며 이상민을 보호선수로 지명하지 않자 재계라이벌 삼성에서 이상민을 데려가며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10년간 리그를 통틀어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던 이상민은 보상선수 절차를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름을 타의적으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영구결번과 강동희의 사례

 

영구결번은 프로 선수에게 가장 큰 명예로운 일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코트를 누볐지만 단 4명의 선수(김현준, 김유택, 허재, 전희철)만이 이 영예를 안았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우지원의 등번호도 소속팀 모비스에 영구결번된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그보다 먼저 은퇴식을 가진 이상민의 영구결번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성적과 인기를 통합해 봤을 때 이상민의 영구결번은 확정적이지만 10년의 선수생활을 한 KCC와 3년 동안 활약하며 선수생활을 매조지한 삼성구단 모두 선뜻 영구결번에 관한 입장을 나타내길 꺼려하는 눈치다.

 

과거 기아와 모비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강동희 감독이 구단과의 마찰 끝에 LG로 이적해 선수 생활을 마쳤지만 그 어느 팀에서도 영구결번이 되지 않았던 사례처럼 이상민도 비슷한 전철을 밟지나 않을까 우려스럽다.

 

9년 동안 3할을 쳤던 장성호도 팀을 옮긴다?!

 

프로데뷔 후 15년째 기아에서 뛰고 있는 장성호의 트레이드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미 전력 외로 평가받으며 타 팀과 트레이드 카드가 되어 버린 장성호의 사례는 한국프로스포츠엔 프랜차이즈 스타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내고 있다.

 

 트레이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기아 타이거즈의 장성호

트레이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기아 타이거즈의 장성호 ⓒ 기아 타이거즈

1998~2006년까지 9년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아 타선의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장성호는 지난 시즌 3억원의 연봉 삭감을 통보 받으며 팀과 마찰을 빚었고 올 시즌엔 단 한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기아가 시즌 초중반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순간이 있었지만 장성호의 1군 복귀는 실패로 돌아갔다. 장성호가 적지 않은 나이임엔 틀림없지만 고액연봉 선수를 별다른 부상요인이 없는데도 2군에 방치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장성호는 2007년 0.281를 기록하며 3할 타율에 실패했지만 2008년 다시금 0.304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물간 선수로 평가받으며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던 지난 시즌에도 0.284를 찍으며 타격만큼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하지만 그의 자리는 이제 기아에선 찾을 수 없다.

 

90년대 기아 왕조와 2000년대 초반 기아의 부진을 함께하며 15년의 고락을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치곤 너무 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장성호가 영구결번을 할 정도의 메가톤급 활약을 펼치진 못했지만 구단 야구팬들에겐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데뷔에서 은퇴까지 한 구단에서 뛰는 선수를 보는 즐거움일지 모른다.

 

20년 동안 유타재즈에서만 뛰며 NBA의 전설이 된 존 스탁턴, 모자 옆으로 삐져나온 흰머리가 인상적이었던 칼 립켄 주니어도 19년간 볼티모어에서만 뛰며 그 팀의 자랑이자 전설이 되었다. 이들은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고집하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자신의 실력이 하향세에 이르렀다고 판단된 순간 주저 없이 은퇴를 선언하며 정상의 자리에서 팬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였다.

 

짧은 프로스프츠 역사 때문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눈에 보이는 단순 성적으로 판단 할 수 없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가치를 우린 너무 낮게 보는 것 같다. 이상민의 영구결번 논란과 장성호의 트레이드가 프로스포츠에 저평가 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2010.05.08 15:00 ⓒ 2010 OhmyNews
이상민 장성호 프랜차이즈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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