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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10명 중 9명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입률에 있어 남녀 간 차이는 거의 없으나, 생명보험의 경우에는 여성의 가입률이 높고, 손해보험은 남성의 가입률이 높다고 한다.

2010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by 보험연구원)
▲ 개인별 보험가입률 2010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by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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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당 보험가입률(2010년) 역시 96.4%로,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최근 5년간 큰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민영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은 가구는 불과 4% 미만이라는 뜻이다.
2010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by 보험연구원)
▲ 가구당 보험가입률 2010 보험소비자 설문조사 (by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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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미래에 발생할 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함이고, 따라서 보험계약은 가입보다 '유지'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가입한 보험은 잘 유지되고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0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13회차 유지율은 71.3%, 25회차 유지율은 62.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가입 후 1년 안에 10명 중 3명이, 2년 안에 10명 중 4명이 보험을 실효 또는 해약했다는 뜻이다.

2009 상반기 보험회사 판매채널 현황 및 효율분석 (by 금융감독원)
▲ 보험계약 유지율 현황 2009 상반기 보험회사 판매채널 현황 및 효율분석 (by 금융감독원)
ⓒ 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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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청약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불요불급한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보험계약 유지율은 완전판매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통상 가입 후 1년, 2년이 지난 시점의 유지율을 측정함).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일까? 고질적인 '연고' 중심의 판매 관행과 모집 조직의 전문성 결여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발생하는 '불완전판매'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지표를 더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보험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들의 '정착률'이다. 아래 (금감원)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09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13월차 보험설계사 정착률은 36.1%로 전년 대비 3.7%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점에 10명이 입사했다고 가정할 경우, 6.4명이 채 1년을 넘기기 못하고 퇴사했다는 뜻이다(통계에는 없으나, 25월차 정착률은 이보다 훨씬 좋지 않을 것이다).

2009 상반기 보험회사 판매채널 현황 및 효율분석 (by 금융감독원)
▲ 보험설계사 정착률 현황 2009 상반기 보험회사 판매채널 현황 및 효율분석 (by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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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는 보험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고, 가입 후 1년 안에 30% 정도가 보험을 '깨며', 보험을 판매한 설계사의 64%가 1년 안에 회사를 그만 둔다."

그야말로 비효율의 '전형'이요 매우 부끄러운 통계지만,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현 주소다. 보험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않고 중도에 실효(해약)된다면 보험 가입의 목적은 소멸된다. 그리고 보험의 유지에 핵심적인 '고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바로 보험설계사다. 따라서 설계사가 중도에 회사를 그만둔다면, 보험 유지율은 자연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설계사들이 조기에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래 표는 작년 8월 보험연구원에서 생명보험 설계사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2009.8-9월 실시, 유효 데이터 631건, 최대 허용오차 95% 신뢰수준에 士3.9%) 설계사들의 주된 이직원인은 경제적 보상(4), 회사 제도와 문화(3), 조직 내 인간관계(2), 그리고 개인의 영업능력 상태(1)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 이직원인과 시사점 (by 보험연구원)
▲ 보험설계사 이직원인 순서 보험설계사 이직원인과 시사점 (by 보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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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및 개수 면에서 보더라도, 개인적 요인보다 '제도적인' 문제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능한 설계사를 자사로 데리고 오기 위한(혹은 뺏기지 않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선 지급 제도(상품 판매수수료를 한꺼번에 미리 당겨주는 것을 말함) 등 '소모적인' 수수료 경쟁은 결과적으로 설계사들의 이직을 부추겼고, 수수료 선 지급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한 '환수제도'가 또 다른 이직의 원인을 제공하는, 말 그대로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보험료 납입이 중단되어 보험이 조기에 해약되면 고객은 납입한 보험료의 극히 일부만을 돌려 받을 수 밖에 없고, 설계사는 보험료가 계속 입금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미리 선불 받은 수수료를 다시 '토해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익을 본 것인가? 보험회사다. 고객도, 설계사도 이익을 보지 않았다면 달리 누가 있겠는가? '그 돈은 대부분 사업비로 사용되었다'는 보험 그 자체의 '구조학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 허울좋은 논리를 수긍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판매직종의 이직률이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하더라도, 채 1년도 지나기 전에 절반이 넘는 사람이 그만두는 '업'을 과연 온전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높은 연봉이 보장(?)된다 한들, 자신의 직업적 수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고객에 대한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런 조건에서, 설계사의 이직을 단지 이기심(타 회사로의 이적)과 무능(판매실적 부진)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설계사의 이직은 곧 보험회사의 경쟁력 상실로 연결되는 '중대한' 경영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보험회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 왔는가? '양'이 아니라 '양털'에 더 큰 관심을 두었고 새로운 '모집인을 모집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을 뿐이다. 결국 '대량모집 대량탈락'으로 표현되는 한국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보험회사는 '고소득 전문직' 혹은 '자유로운 직업컨설턴트' 라는 달콤한 말로 순진한 사람들을 현혹하려 하지 말고, 직업적 안정을 유지해가는 조건 하에서 훌륭한 인재를 선발하여 '진정한' 보험전문가로 키워나가는 일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왜? 적어도 현 시점에 보험설계사는 전문가보다는 판매원에 더 가까운 존재로, 그것도 직업 안정성이 가장 낮은 직종의 하나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책임의 '상당한' 부분은 설계사가 아니라 보험회사들에게 있다.

그렇다면, 이 구조화된 병폐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누구일까? 바로 (보험설계사를 포함하여) 고객들이다. 우리나라 '보통' 가정의 '보통' 사람들과 만나 재무상담을 해보면, 자산 내역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보험, 그 중에서도 특히 '장기상품의 과잉'이다. 이미 우리 국민의 다수가 '너무 많은' 설계사들로부터 '너무 많은' 보험을 가입해 보유하고 있다(재무위험에 대비한 적절한 보장규모는 몇 %라는 등의 이야기는 모두 재무공학적인 접근에 불과할 뿐, 신뢰할만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험은 팔리고 있고 보험설계사를 미래 유망직업으로 소개하는(거의 홍보에 가깝다) 기사가 흘러 넘치는 것을 보면서, 도무지 이 놀라운 '신비의 마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불가사의할 따름이다(이 신비한 마법에 대한 해석은 '가입자=보험설계사'라는 것과 '가입-해약-가입-해약'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두 가지가 존재함).

중산층은 물론 취약계층에 이르기까지 과다한 보험료 납입으로 수입-지출흐름이 왜곡되는 경우는 너무나 쉽게 발견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보험가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무적 안정이다. 각각의 재무목표에 맞게 장, 단기 상품을 균형 있게 가져가는 것이 재무설계의 기본이라고 할 때, (종신보험을 포함하여) 장기상품 위주의 편중된 금융자산 구성은 한 쪽으로 '찌그러진' 불균형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먼저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순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떤 건강식품을 고를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이며, 건강을 잃은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질병에 합당한 치료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환자(재무 건강성이 훼손된 가정)에게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한 비타민(위험방지)을 사라고 강변하는 것은 '몰상식'을 넘어 '양심'의 범주에 해당하는 일이다. 숲이 불타는데 나무 한 그루에 물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침몰하는 배 위에서 테이블을 정리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보장의 필요성이라는 미명 하에 '불요불급한' 보험상품들이 너무나 쉽게 권유되고 또 팔려나가고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중인 보험설계사 숫자는 2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전, 현직) 보험설계사들 중 상당수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져있다는 것은 시장에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다. 대관절 이들 가운데 자신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그러므로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고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이 모집인이 아닌 진정한 보험 '전문가'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려면, 무엇보다 설계사를 '바라보는' 보험회사의 관점이 변해야 한다. 채용과 정착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보험설계사를 '소모품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아무리 강변한다 하더라도 36.1%의 생존 확률이 바뀌지 않는 한, 소속 설계사의 명패는 계속해서 바뀔 것이고, 고아계약(최초에 가입을 권유한 설계사가 그만두는 바람에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되는 계약을 말함)은 늘어날 것이며, 결과적으로 'Win-lose'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의 법칙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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