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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아이패드의 판매대수가 100만 대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나오기가 무섭게 삼성전자도 태블릿PC 사업 진출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가칭 'S-패드'로 불리는 삼성의 야심작은 이번에도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S-패드'가 아이패드의 대항마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아이폰 열풍 이후 애플社(Apple Inc.)에 밀려 기를 못쓰는 모바일 디바이스(Mobile Device)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도전하고 성공을 거둔다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한사람으로서 아이패드와 삼성 'S-패드'의 대결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그것은 조만간 부딪히게 될 두 기계 간의 대결 이면에 모바일 디바이스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이니 태블릿PC니 하는 것들이 열풍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단순히 이들이 휴대폰의 진화형이라서가 아닙니다. 똑똑한 이 기계들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창조해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보거나 오락을 하고, eBook으로 만들어진 잡지를 보기도 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얼핏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과거에는 누리기 어려운 형태의 유희이자 소통방식입니다. 개개인의 생활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모바일 인터넷 기기들은 꽤나 강력한 문화적 도구인 셈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설명회 때마다 수없이 많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객들이 감동받기를 강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순히 기계의 겉모습이 아닌 그것이 담아내고자 하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감동,감격 그것이 경쟁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삼성전자의 태블릿PC 출사표를 보면 갤럭시 시리즈와 같은 스마트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고객을 어떠한 형태의 문화적 혜택으로 감동시킬 것인가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저 그것을 담는 그릇에만 너무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소위 '엄친아'의 이력서를 보는 듯한 고사양 제품 스펙은 아직은 다른 외산기업에 의존하는 OS나 작은 애플리케이션 규모와 오히려 묘한 대조를 보이기도 합니다. 

 

비유컨대 영화관을 차려놓고 사람들에게 비록 우리 영화관은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상영하진 않지만 영사기는 최고급 사양이라며 홍보하는 느낌입니다. 더욱이 삼성이 'S-패드'의 출시를 공식화한 반면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인 MS와 HP가 연달아 그들의 태블릿PC인 '쿠리어'와 '슬레이트'에 대한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토록 강력하고 거대한 미디어 혁명에 우리의 준비나 태도가 미흡했음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은 물론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금번의 애플발 문화 혁명은 진정성을 가지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결코 따라가기 쉽지 않은 힘든 싸움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고객들에게 한 차원 높은 문화적 가치를 제공하려는 깊은 반성이 없다면 삼성과 애플의 대결은 그 결과가 이미 불보듯 뻔한 것이 아닐까요?  비록 아이패드를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삼성이 이번 대결을 계기로 삼아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려는 철 지난 제조업 마인드에서 깨어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태그:#ㄴ아이패드, #S-패드, #삼성전자, #스티브잡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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