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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21일 오후 창원의 한 대형매장 앞에서 4대강정비사업으로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21일 오후 창원의 한 대형매장 앞에서 4대강정비사업으로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벌였다.
ⓒ 감병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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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값 폭등은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마산, 창원, 진주 등 경남지역 대형마트 앞에선 환경단체 회원들의 1인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29일 "4대강 사업으로 중단된 낙동강 둔치 경작지의 30% 정도가 시설 엽채류여서 채소 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와 언론에선 모두 이상 기후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경남북지역 전체 시설원예지 가운데 냉해 지역은 46%인 반면 낙동강 둔치 보상 지역은 5%에 불과하다"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최근 채소 값 폭등 원인은 4대강 사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4월까지 이어진 냉해와 일조량 부족 등 날씨 탓이라는 얘기다.

6월 지방선거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인 4대강 사업이 최근 채소 값 폭등과 맞물려 장바구니 물가 문제로 번졌다. 때마침 4대강 개발로 사라지게 된 낙동강 둔치(제외지)에는 봄채소 조기 출하로 가격 안정에 버팀목이 돼온 하우스 단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연 4대강 사업이 도시 서민 장바구니 물가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짚어봤다.

올해 채소 값 폭등은 날씨 탓? 4대강 사업 탓?

 지난 30일 아침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쇼핑 카트를 끌고 온 소매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난 30일 아침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쇼핑 카트를 끌고 온 소매 손님들로 북적였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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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아침, 전국 농수산물 최대 집산지인 서울시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새벽 경매가 끝난 이른 아침부터 중도매상 앞엔 도매 손님뿐 아니라 자가용이나 쇼핑 카트를 끌고 온 소매 손님들로 북적였다. 최근 채소와 과일 값이 크게 오르고 일부 품목은 품절까지 되는 상황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인창수 과장은 "3월부터가 채소류 생육에 중요한 시기인데 일조량 부족과 저온 탓에 모든 작물이 평년(5년 평균) 동기 대비 30% 정도 가격이 올랐다"면서 "다만 높은 시세가 형성되면 기존 개별 판매하던 것과 상품성 떨어지는 것까지 모두 가락동 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에 전체 물량은 예년 90~95% 수준으로 크게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창수 과장은 "4대강 사업이 채소 값에 영향을 주는 큰 요인은 아니"라면서 "채소류는 한번 심으면 두세 달 후에 수확하기 때문에 농경지 감소보다는 농가들의 작목 전환이나 시설원예 난방비가 더 큰 변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와 배추의 시세 역전 사례를 들었다. 작년 이맘때 시세가 안 좋았던 무는 올해 적게 심은 탓에 올해 2배 이상 치솟은 반면, 작년 고가였던 배추 값은 오히려 작년 7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채소특작과 안형덕 사무관 역시 "요즘 날씨 영향으로 줄긴 했지만 시설원예 생산량은 계속 늘어 오히려 과잉이 걱정돼 적정하게 줄이는 상황이었다"면서 "전국 채소재배지 가운데 4대강 둔치 경작지 비중이 작아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전국 시설원예지 면적이 5만㏊ 정도이고 경남북 지역이 2만1500㏊인데, 낙동강 사업으로 보상받는 하천둔지 경작지는 2900㏊, 이중 시설 원예지는 1/3인 1천㏊ 정도여서 경남북지역에서도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대강 유역은 발등의 불... 대체 농지-산지 확보 비상

중앙정부나 서울지역에선 이처럼 여유를 보이는 반면 4대강 주변 지역은 당장 발등에 불이다. 특히 하천 둔치 수용 면적이 가장 넓은 낙동강과 금강 지역이 가장 민감하다.

매달 농산물 재배 면적과 작황, 가격 동향 등을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도 4대강 사업이 지역별, 품목별로 부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이 지난달 29일 자체적으로 집계해 <오마이뉴스>에 제공한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자료에 따르면 수박(575㏊), 딸기(250㏊), 토마토(237㏊), 오이(87㏊) 등 과채류 6개 품목에서만 1185㏊의 농경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약 300㏊)의 약 3배 면적으로 무, 배추, 감자 등 채소류와 과일류가 빠진 걸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특히 딸기는 '용강 딸기'로 유명한 경남 양산(90㏊)과 밀양(150㏊)에, 수박은 금강 유역인 충남 부여(345㏊), 경북 구미(120㏊)에 몰려 지역별 편중도가 심했다.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이 4월 29일 자체 집계한 과채류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농업관측센터 과일과채관측팀이 4월 29일 자체 집계한 과채류 품목별 4대강 사업 수용 면적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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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에 접한 경남 밀양시 하남읍 남밀양농협 황철식 상무는 "하남읍 채소 경작지 가운데 하천 둔치는 딸기가 10%인 1만5000평(약 5㏊), 감자는 20%인 10만 평(약 33㏊) 정도"라면서 "올해까지는 하천부지에서 수확이 가능해 괜찮지만 내년부터 농사를 못 짓게 되면 딸기와 감자 출하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추, 딸기, 감자를 조기 출하해온 이 지역에서 이번 냉해로 줄어든 수확량은 30% 정도다. 품목에 따라 이번 냉해에 못지않은 출하량 감소를 예상할 수 있다.

황 상무는 "하천 둔치 농민들이 대체지를 물색하고 있지만 주변 땅은 이미 농사를 짓고 있고, 멀리 이주하기엔 보상금이 너무 부족해 곤란해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남읍뿐 아니라 주변 상남 지역 보리 농사와 초동지역 무, 배추 농사에도 큰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경남지역 최대 농산물 집산지인 부산 엄궁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4대강 사업을 앞두고 일찌감치 대체 산지 확보에 나섰다.

엄궁농수산물도매시장 이석우 차석은 "아직 4대강 개발 지역에서도 재배를 하는데다 이미 작년부터 경남 지역 경작지 감소에 대비해 전남 지역에 대체 산지를 확보해 물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산지까지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운송비가 더 들기 때문에 농작물 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 지역은 5t 트럭 한 대 운송료가 40만 원 정도라면 전남 지역은 60만 원 정도로 50% 가량 높다는 것이다.    

"시설채소 재배지 16%까지 감소... 가격 영향 불가피"

현지에선 당장 올해보다는 본격적으로 4대강 둔치 경작 중단이 영향을 미칠 내년 이후를 더 염려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선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까지 열렸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농어업인회관에서 열린 '4대강 사업과 농업 농촌 피해 발표대회 및 토론회'에서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경작지는 전체 농경지의 1.56%인 2만7532㏊에 달하고, 특히 시설채소 재배 면적은 16%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채소 값 영향을 우려했다. 

4대강 사업으로 경작이 중단될 하천둔치 농경지 면적을 2만7532㏊로 추정할 경우 전국 채소재배면적(2008년 기준 22만3천㏊)의 12.3%에 달하고, 이 가운데 30% 정도를 시설채소 재배지(전국 5만300㏊)로 볼 경우 16.4%에 이른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 발표 수치가 현재 보상 협의 통보 면적에만 한정한 반면, 장 교수는 애초 국토해양부 4대강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4대강 사업 편입 경작지(1만7750㏊)에 준설토를 쌓을 농경지(9324㏊)와 침수 우려 농경지(458㏊)까지 모두 합했기 때문이다. 

 낙동강 사업으로 하천 둔치 경작이 중단된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하우스 딸기 재비지와 노지 감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낙동강 사업으로 하천 둔치 경작이 중단된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하우스 딸기 재비지와 노지 감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 다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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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4월 30일 전화 통화에서 "서울과 가까운 팔당 유기농단지 등은 재배를 강행하고 있지만 금강 유역이나 부산 경남 지역 등 실제 경작 중단이 진행되고 있어 전국적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면서 "채소와 과채류는 가격 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생산량이 줄면 가격은 10% 정도 더 오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천둔치 경작지가 비옥한 충적토인 데다 수자원보호구역이어서 그동안 유기농 등 친환경농산물을 주로 생산한 점도 최근 유기농을 많이 찾는 도시 중산층 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9일 농민들의 끈질긴 반대에도 팔당 유기농단지 18.8㏊ 수용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4대강 보로 수위 높아져 주변 농가도 간접 피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 앞에서 참외를 선별·포장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장 앞에서 참외를 선별·포장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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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4대강 사업 영향이 사라지는 농경지에 한정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장상환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10m 내외 높이의 보를 쌓아 낙동강에만 10억t의 물을 저장하게 되면 강의 전 구간이 댐 지역처럼 안개와 서리 발생 일수가 2배 가까이 늘어 인근 지역 농작물 생육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호근 팀장 역시 "최근 봉숭아 주산지인 충북 음성 지역을 다녀왔는데 지대가 높은 경사지보다는 물가 평지가 찬 공기가 오래 머물러 동해(凍害)가 더 심했다"면서 "오히려 4대강 사업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강 수심이 올라가면서 주변 농가에 미치는 일조량과 안개 등 간접적인 영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채소 값 폭등 관련 정부 대책 발표를 보면 이상 기후를 내세워 4대강 사업 영향력을 애써 감추려 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날씨 영향은 한두 주면 풀릴 수 있지만 절대 농경지 감소나 수심 증가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 계속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점이다. 
 
올 초 통계청은 2009년 경지면적이 173만7000ha로 2008년보다 2만2000ha(1.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대규모 택지 개발 영향으로 10년 평균 감소폭인 0.9%를 크게 웃돌았다. 덩달아 세계적 식량 위기 속에서 우리의 식량 자급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런 판에 4대강 사업에 따른 농경지 감소를 걱정해야할 주무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조차 대책 마련은커녕 국토해양부와 더불어 '4대강 사업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만 한정해서 보면 경작지 감소가 커 보일 수 있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미미하다"거나 "국산 채소류나 과일 값이 급등하면 그만큼 수입 물량에 늘기 때문에 소비자 장바구니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농민과 소비자들 처지에서 근본 대책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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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교육,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