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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드라슈스 케디스 사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후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게시판에 등록한 지지 의견들.
 지난해 10월 드라슈스 케디스 사건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후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게시판에 등록한 지지 의견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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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조두순 사건으로 들끓던 작년 9월.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있는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서 벌어진 한 살인사건이 큰 화제가 되었다. 바로 4살 딸아이를 성추행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방판사를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드라슈스 케디스라는 남자 이야기였다.

그의 딸을 성추행한 고위공직자들의 범죄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능력이 닿는 한도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끝내 자신의 손으로 가해자들을 복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첫 기사] 변태성추행 당한 5살 딸 위해 아버지가 복수?

아직까지 그에 대해서는 어떤 혐의도 밝혀진 바가 없고, 정확히 누가 살인을 한 것인지 어떤 배경에서 일어난 것인지는 심증 외에는 정확한 물증은 아무 것도 나타난 게 없는 상황. 그러나 그 사건 한가운데 서 있는 그 장본인은, 리투아니아 현지뿐이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정의로운 아버지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살해 혐의자에게 쏟아지는 지지 응원

마침 조두순 사건과 맞물려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많은 공감대가 있기도 했지만, 많은 독자들은 공개적으로 케디스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흡사 잘 만들어진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사건의 전개가 너무 극적인 데다가, 이미 그와 비슷한 내용의 영화가 상당수 제작되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영화 같은 사건이 비극이 아닌 행복한 결말을 맞아 아버지와 딸이 행복하게 같이 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정작 그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드라슈스 케디스는 사건 이후 바로 종적을 감추어 그 사건에 어떤 내막이 감추어져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현지 언론의 분석에 의하면 그는 사업차 자주 왕래한 바 있던 러시아로 도피했을 것이라 보았다. 그는 러시아 비자도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건 즉시 러시아로 이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희망에도, 이 사건은 끝내 비극으로 끝날 것만 같다. 바로 지난 주 드라슈스 케디스가 고향인 카우나스 인근 한 인공호수 근처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호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던 대규모 청소 행사 참가자가 우연히 발견한 변사체는, 대모 스쿠치에녜와 친척들에 의해서 바로 케디스의 시신으로 판명되었다.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서 케디스의 장례식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들.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기 위해서 케디스의 장례식에 모여든 수많은 인파들.
ⓒ Laura Dainy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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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꽃을 든 조문객들이 케디스의 장례식에 모여들었다.
 손에 꽃을 든 조문객들이 케디스의 장례식에 모여들었다.
ⓒ Laura Dainy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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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타의 흔적, 그러나 사인은 구토로 인한 질식

케디스의 대모는 그 사건 이후 어디에서라도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제일 먼저 달려가 혹시 케디스의 시신 아닌지 확인을 해왔다. 이번에 발견된 변사체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영안실에 달려간 대모에 의해서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최초 발견자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시신은 엎드려 누워있었고 온 몸은 파랗게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가 누웠던 자리 옆으로는 담배, 초콜릿, 안경 등과 함께 실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가 가능한 가스총 한 자루가 놓여있었다. 그의 얼굴, 특히 눈 주위에는 피가 낭자했고 몸 여러 군데 구타나 폭력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사체 발견 후 있었던 검찰 기자회견에서, 케디스의 사인은 주변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질식사라고 발표되었다. 그의 몸에서는 타살을 규정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고, 사망한 그의 혈액에서는 알코올 수치가 높았으며 기도에 이물질이 끼어 있었다는 정황을 살펴볼 때, 그는 술을 많이 섭취한 후 구토를 하다가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그만 질식사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신의 옆에서 발견된 권총은 검사 결과, 사건 당일 두 사람을 살해할 때 사용했던 케디스의 총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여동생이 외국에서 직접 초청한 검시관은 그는 타살되었다는 또 다른 결론을 내렸다. 그의 시신에는 타살의 흔적이 여러 군데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더 이상의 부검을 하지 않고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했으며, 지난주 토요일인 4월 24일 그는 카우나스 외곽의 가를랴바 마을 공동묘지에 안치되었다.

 케디스의 무덤에 놓여진 수많은 애도의 꽃들.
 케디스의 무덤에 놓여진 수많은 애도의 꽃들.
ⓒ Mantas Maru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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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명이 함께한 '영웅'의 마지막 길

장례 행렬에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 많은 인파가 몰렸다. 내무부 추산 자료에 의하면 2만5천 명의 조문객들이 장례식에 찾아왔고, 추모객들은 저마다 자가용에 검은 리본을 단 리투아니아 국기를 매달거나, 흰띠로 장식해 애도의 분위기를 더욱 북돋웠다. 그의 마지막을 따르는 수만 명의 인파는, 리투아니아 국민들이 그를 대하는 분위기가 어떠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케디스의 시신이 발견된 후, 그의 소송사건을 앞서 도와주었던 절친 알베르타스 질류스는 살인사건이 있기 전 그와 케디스가 정체 모를 괴한들에 의해서 폭행당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고백해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케디스의 딸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우사스를 자기라도 직접 처단하고 싶다고 말해 문제가 되었다.

질류스는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기 전에 그를 산채로 묻어버리고 싶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감정을 드러냈고, 그의 발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징역 2년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즉시 구금 조치가 내려졌지만, 당시 지나친 흥분 상태에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번복했고, 평소에도 심리상태가 극도록 불안정했다는 것을 이유로 현재는 석방 상태이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혹들

 정의로운 아버지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부각되고 있는 사건의 주인공 드라슈스 케디스 .
 정의로운 아버지로 부각되고 있는 드라슈스 케디스 .
ⓒ 례투보스 리타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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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케디스는 그동안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또 왜 그는 오랜 잠적 끝에 그런 변사체로 돌아오게 된 것일까? 물론 현재까지 그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혐의도 확정된 것이 없다. 단지 그는 그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배가 내려져 있던 상황. 그러므로 그가 정말 사건 당일 지방판사와 동거녀의 언니를 죽였는지 여부는 미궁 속에 감추어져 있다.

게다가 이 사건에는 해결되지 못한 의혹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다. 만약 케디스가 정말 범인이라면 왜 굳이 동거녀의 언니를 죽여야했는지, 사건 당일날 그의 차에 타고 있었다는 다른 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이번에 시신과 발견된 권총은 왜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술에 취해서 쓰러져있던 사람의 신발이 왜 그렇게 깨끗한 지 등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케디스가 그 누구도 죽인 바가 없으며 단지 권력층에 남아있는 부패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 믿고 있다. 아직 그 어떠한 증거도 없으므로 확언하기는 힘들지만, 리투아니아의 누리꾼들은 그 사건 당일날부터 시신 발견시까지의 여러 가지 정황들과 심증을 가지고 그의 죄가 없다는 사실과, 모든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증명하려는 시나리오를 구성해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그의 장례식에 운집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듯, 그는 성폭행 당한 아이의 복수를 위해서 어려운 길을 선택한 용감한 아버지로 추앙되고 있다. 심지어 더 나아가 그를 폭력의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찾아가 직접 구해주는 영웅으로 떠받드는 이들도 있다.

'용감한 아버지' '아이들의 수호신'으로 떠올라

지난해, 사건 발생 후 약 한 달 후 리투아니아 최고의 만화잡지인 <플린타스>에는 아주 특별한 만화가 실렸다. '아이들의 수호자 드라슈스'라는 제목의 한 쪽짜리 이 만화는, 케디스의 이름고 같은 '드라슈스'라는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사탕을 준다고 자가용에 꼬드겨 성추행 하는 남자로부터 여자아이를 구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미 일반에게 익숙한, 자두색 티셔츠에 짧은 머리를 한 드라슈스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성은 밝히지 않았지만 리투아니아어로 '용감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를 명사화한 이름을 사용했다.

그 잡지의 편집장은 리투아니아 포털 <델피>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을 만지려는 아저씨에 대항해서 여자아이가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는 설정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낯선 남자를 따라가지 말라는 교훈도 담겨있어 아이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편집장의 의견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심리학자들은 <델피>와 인터뷰에서, 폭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주인공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의 도움이나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받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그 자리에서 폭력을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은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더욱 조장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이 사건과 연루된 실제 인물들이라는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잡지 편집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드라슈스'라는 주인공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캐릭터 성격에 적합하게 직접 창작한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관련 사건을 아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주인공의 옷차림은 그것이 실제 인물에서 설정을 따온 것임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만화에서 아이를 성추행하는 인물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지만 그의 얼굴에는 콧수염이 나있고 주인공이 아이를 구출할 때, 그의 콧수염을 잡아당기는 식으로 그것을 많이 강조해 보이고 있다. 콧수염은 리투아니아어로 '우새이'라고 하는데, 현재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성은 그 단어에서 파생된 '우사스'이다.

심리학자들을 비롯한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호 만화에서는 싸움을 하고 있는 두 아이들 사이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중재하고자 시도하는 심리학자 앞에 드라슈스가 나타나 아이들에게 그의 조언을 무시하고 주먹으로 일을 해결하라고 충고한다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만화에서 어린이를 구하는 수호자로 다시 태어난 드라슈스 케디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만화의 해악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화에서 어린이를 구하는 수호자로 다시 태어난 드라슈스 케디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 만화의 해악성을 우려하고 있다.
ⓒ <델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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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최후의 결말은 어떻게?

현재 성추행 피해자인 케디스의 딸은 고모의 집에서 보호를 받고 있으나, 모든 재판 결과 케디스의 동거녀인 스탄쿠나이톄가 무혐의로 밝혀질 경우 그녀의 손으로 딸의 양육권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딸을 위한 복수로 세계를 경악시키고, 처참한 주검으로 가족들 앞에 다시 나타난 아버지. 과연 여기까지가 이 이야기의 결말일까? 과연 이 이야기에 등장한 모든 가족들이 다시 행복한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시나리오가 어딘가에 숨어있지는 않을까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한 인터뷰 내용은 리투아니아 포털 <델피(delfi.lt)>의 공식허락 하에 사용합니다.



태그:#케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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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 기자는 십수년간 발트3국과 동유럽에 거주하며 소련 독립 이후 동유럽의 약소국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다. 현재는 공식적으로 라트비아 리가에 위치한 라트비아 국립대학교 방문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