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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레인보우 유권자연대의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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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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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건 맘에 안 드는데 생활이 바쁘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잖아요. '4대강'을 막고 싶다고 굴착기 앞에서 싸울 수도 없고,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양심이 찔리고.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 유권자로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여성노동자회 대강당에선 '막걸리 파티'란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내 최초로 결성된 'LGBTQ[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퀘스처닝(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탐색하고 있는 사람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식하거나 혹은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을 말함)] 유권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연대인 '마포 레인보우 유권자 연대(이하 마레연)'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유권자 모임'이라는 타이틀만 들었을 땐, '분위기가 무겁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건물 밖으로까지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이날 '파티'에는 50여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이들이 '처음 만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 6일 만들어진 '마레연'은 페미니스트, 퀴어 활동가들과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포구 단위에서 유권자 운동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다.

마레연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활동은 크게 세 가지다. ▲ 마포구에 살고 있는 LGBTQ와 우리의 권리를 지지하고 사회적 변화를 꿈꾸는 이들을 유권자로 조직하는 것 ▲ 마포구의 공직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정보와 정책을 공유하고 평가하며, LGBTQ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활동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 ▲ 유권자로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에 투표함으로써 우리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 등.

LGBT, 정책의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마레연 모임은 기존 단체들과는 좀 다른 '당번제'를 운영하고 있다. 단체가 생기면 운영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마레연은 이것을 당당히 거부했다. 보통 '운영진'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역할이 '위계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란 의미로 '당번'이라 부르기로 한 것.

모임 오프닝 인사에서 당번들은 유권자 연대를 조직한 계기를 밝혔다.

"제가 사는 마포구를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마포구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우리가 어떤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면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오현주 진보신당 마포구의원 후보도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초의 LGBT 유권자 연대가 갖는 의미를 설명했다.

"여당이나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은 이미 조직된 명부를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는 반면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들은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조직된 명단이 없어서 직접 거리로 나가 목이 터져라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마레연과 같이 유권자가 나서서 등록운동을 하기 시작하면, 하나의 명단을 가지고 정치인들과 협상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이것은 '캐스팅보트'가 돼서 실질적으로 정치적인 힘이 된다. 정부 여당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소수자에게는 굉장히 무관심한 면이 있지만, 이런 자발적인 운동을 통해 정책적인 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밀크>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밀크>
ⓒ 마운틴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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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선거에서 LGBT 유권자 집단이 갖는 영향력은 역사적으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지난 2월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밀크>는 1977년 동성애자로서는 최초로 미국 시의원 자리에 오른 하비 밀크의 삶을 그리고 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 후보였던 조지 모스코니는 밀크와 공조해, 밀크를 지지했던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유권자들에게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게이들은 특정 도시나 블록에 많이 사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어, 게이 유권자층(Gay Vote)이 지역구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하비 밀크가 공직에 있었던 시간은 불과 11개월 남짓이었으나, 그가 미국의 정치사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의 당선 이후,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후보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LGBT 유권자의 영향력도 사뭇 달라졌다. 미국에서는 LGBT 유권자의 영향력이 지역구를 넘어 대선에까지 미치게 됐다. 1983년에는 최초로 주요정당 대통령 후보가 LGBT 유권자 앞에서 연설했으며, 92년에는 빌 클린턴 후보가 군대 내 게이문제를 지지함을 밝혔다.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LGBT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았으며, 엘 고어도 게이 이슈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아시아인보다 게이 유권자층이 더 두꺼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최현숙 진보신당 후보가 최초로 종로구에서 출마했다. 이제 정치에 있어 LGBT의 권력이 결코 간과할 만한 수준이 아님을 보여 주는 사례다.

'마레연' 첫 번째 모임의 가장 큰 이슈는...

행사 중 회원들이 각자 '마포구에 생겼으면 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 '우리가 원하는 마포구' 행사 중 회원들이 각자 '마포구에 생겼으면 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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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임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당번들이 직접 준비한 부침개와 막걸리 등 먹을거리 등을 나눠 먹으며 친목을 다졌다. 행사 중에는 '우리가 원하는 마포구'라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도 마련됐는데, 참가자들은 물론 지켜보는 이들까지 흥미로워지는 시간이었다.

이날 참가한 회원들 사이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것은 '35세 미만 1인 가구자'의 주택신청 가능 면적 규제를 개정하는 것이었다. 현행법상 혼인 신고를 할 수 없는 동성 커플들은 주택을 신청할 때 독신 자격으로 신청하게 된다. 그런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32조 1항에서 단독 세대주가 신청할 수 있는 주택의 면적이 40㎡ 이하로 제한돼 있어 충분한 공간을 갖기 어려운 상황. 이날 모임에선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해당 규제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이날 모임에선 LGBTQ와 직접 관련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반려동물을 배려하는 정책이 부족한 점이 지적됐다. 한 회원은 작년 추석 연휴에 길에서 죽은 고양이를 발견해 신고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연휴라서 담당 직원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고 했다. 다른 회원은 "반려동물이 치료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이 마포구에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일명 '서교자이'에 관한 의견도 있었다. 고급 아파트로 알려진 '서교자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주민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우리는 서교자이에 안 살아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적 소수자뿐만 아니라, 마포구에 살고 있는 여러 소수자들과 연대해서 '소수자가 행복한 마포구'가 되길 바랍니다."

이와 같이 LGBTQ 문제뿐 아니라 사회의 '주류'가 주목하기 어려운, 언뜻 보기에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모임에서 제기됐다.

비정규직,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의 여러 소수자들의 문제와 그들이 받는 차별의 문제는 이미 사회에서 비교적 많이 논의되고 있고, 실제로 개선의 노력도 부족하게나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그에 비해 LGBTQ 문제는 아직까지 현 사회에서 논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른 여러 소수자들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미성년자, 저소득층 등이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는 것과 상통한다.

이날 상영된 하비 밀크의 다큐 영상에서, 그의 지지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밀크는 성소수자의 권리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색인종, 장애인과 같은 모든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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