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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사진작가'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강영호. 영화 <인터뷰>(1999년)의 포스터를 작업한 이래 <피도 눈물도 없이>, <파이란> 등 수많은 영화포스터와 상업광고 사진을 찍어 온 그가 얼마 전에는 다큐를 주로 찍는 파워블로거 이상엽 작가와 함께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2박3일 동안 사진워크숍을 진행했다.

상업사진계에선 이름을 날렸지만, 현실세계를 표현하는 작업과는 거리가 있었던 강영호 작가는 올해 초 처음으로 순수사진전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 99-variations>를 열었고, 지식나눔의 배움터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학교에서 강의까지 맡았다. 상업과 순수의 변주를 꿈꾸는 강영호 작가를 홍대 앞 그의 스튜디오 상상사진관에서 만나보았다.

종합아티스트를 지향하는 강영호 작가는 사진이 힘을 지니려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이미지텔링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 사진작가를 넘어 종합아티스트로 종합아티스트를 지향하는 강영호 작가는 사진이 힘을 지니려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이미지텔링이 있어야 된다고 말한다.
ⓒ 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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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variations>는 대중문화에 대한 복수

- 10년 동안 상업작가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 99 variations>(이하 99 variations(변주)>로 순수예술에 첫 발을 디뎠는데 주위의 반응이 어떤가?
"어느 매체평을 보니 대중과 미디어는 환호했는데, 화단과 평단은 외면했다라고 나온다. 아마도 많은 평론가들은 돈 많은 상업사진작가가 쇼를 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헌데 나의 목적은 기존 문화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고 예술을 통한 복수였다."

- 무엇에 대한 복수와 외면을 말하는 건가?
"상업사진을 주로 찍으면서 상상력,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기 힘들었다. 특히 광고는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의 틀 안에 갇혀 나 자신을 맘껏 발산할 수 없었다. 그리고 광고를 찍을 때 작가는 단지 연예인의 보조자로만 기억된다. 아니 거의 거억되지 않는다. 나의 열정과 날것을 순수하게 꺼내 보이고 싶었고, 배우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99variations>에서 거울을 통해 반전된 내 이미지를 보면서 스스로 매력적인 피사체라 여겼다."

- <99변주>의 어떤 내용이 복수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인가?
"거울 속의 나만 보고 찍는 것 자체가 바로 철저한 외면과 복수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99variations>에는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고,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오직 나의 상상력과 나의 몸만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대중문화를 외면했고  연예인스타 중심의 한류를 비판했다는 사실 자체도 잘 모른다."

- 한류의 어떤 점을 비판하나?
"핵심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연예인 스타 얼굴과 몸매를 팔아서 한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은 얄팍한 것이다. 적어도 백남준 정도로 서구의 문화계를 상대로 작품을 만들어야 진정한 한류지 일본이나 동남아 일부, 그것도 아줌마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려고 해선 안 된다.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지금의 한류가 허당문화이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것을 다 안다."

상업사진을 주로 찍던 강영호 작가가 순수예술을 시도하게 된 것은 연예인스타 중심의 한류문화, 대중문화에 대한 공격이자 복수심의 발로라고 한다.
▲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의 99 variations>의 한 장면 상업사진을 주로 찍던 강영호 작가가 순수예술을 시도하게 된 것은 연예인스타 중심의 한류문화, 대중문화에 대한 공격이자 복수심의 발로라고 한다.
ⓒ 강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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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력적인 피사체를 만들기 위해 두 달 동안 굶으며 매일 냉녹차만 2리터 마셨고, 몸무게를 15kg이나 감량했다고 하던데, 그런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나?
"어떤 모델보다도 나의 모습에 만족스러웠다. 살을 빼면 성구분이 모호한 중성의 느낌이 드러나는데, 이런 몸으로 좀 더 다양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

- 나르시즘의 취향이 있어 보이는데.
"자기애가 강하다. 나는 사진 찍을 때 공연하듯, 내 무대인 듯 마음껏 나 자신의 움직임을 마음껏 뽐내면서 작업한다. 아마추어 사진작가도 사진 찍을 때는 멋진 자세로, 자신감 있게 찍어야 한다. 그 순간은 분명 작가인 것이다."

이미지텔러 장르를 열어가는 아티스트

- 현재의 작업 내용을 보면 사진작가인지 행위예술가인지 구별이 모호해 보인다.
"나는 스스로를 사진작가를 넘어서는 종합아티스트라 여긴다. 사진과 미디어,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결합해서 예술을 하는 아티스트다. 그리고 이미지텔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 이미지텔러란 뭘 말하나?
"스토리텔러가 이야기로 메시지를 전달하듯이 나는 이미지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이미지텔러라는 말은 내가 만들었고, 내가 개척한 장르다. 이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싶다."

-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에 1년간 주역을 공부했는데, 1원론에 바탕을 두고 변신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예술철학이다. 역지사지, 입장 바꿔 생각하기를 중시하는데, 나 스스로 변신을 추구하면서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변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역지사지 하면서 소통하다보면 나의 복수심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지난 4월 17일에 열린 오마이스쿨 사진강좌 출사 시간에 수강생에게 찍힌 강영호 작가. 사진 찍는 폼을 강조했는데 전화 거는 폼도 그럴듯하다.
▲ 강화도 날라리? 지난 4월 17일에 열린 오마이스쿨 사진강좌 출사 시간에 수강생에게 찍힌 강영호 작가. 사진 찍는 폼을 강조했는데 전화 거는 폼도 그럴듯하다.
ⓒ 박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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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음악가로는 바흐를 좋아하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무척 좋아한다. 글렌 굴드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할 때 자기 허밍 목소리를 넣는데, 내가 알기로 피아니스트가 녹음할 때 자기 목소리를 넣는 유일한 사람이다. 악보를 완전히 외운 뒤에 마치 바흐가 자기 안에 들어온 듯이 연주하는 글렌 굴드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 이번 오마이스쿨 사진강좌에서 진보신당 홍보위원을 맡고 있는 이상엽 작가와 호흡을 맞춰가며 강의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평소 교류가 많았나?
"작년에 네이버 오늘의 포토 심사위원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나는 무당파지만 이상엽 작가와는 톨레랑스와 솔리다리떼, 관용과 연대의식의 정신에서 서로 존중하며 사귄다. 자기영역을 지키면서도 자유로운 토론을 즐길 수 있어서 서로를 좋아 한다."

- 사회 현실 영역에 대한 관심은 없나?
"우연한 기회에 강금실씨가 서울시장 나올 때 포스터를 찍기도 했다. 정치적 견해와는 전혀 상관없이 한 번 찍어보고 싶은 인물이라 무료로 촬영했다. 나는 국경, 지역, 당파를 초월해 상상력의 바다에서 노는 자유인을 지향한다."

- 국가브랜드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년에 한 차례 회의 참석하고 사진에 대한 리포트를 낸 적이 있다. 사진하는 사람으로 청와대에 올린 대통령 사진을 보면 답답한 심정이 든다. 백악관의 오바마, 청와대의 이명박 대통령 사진을 비교해서 개선점을 제안했다. 청와대 사진에는 한 마디로 감성이 없고 사진미학이 없다. 이는 또한 우리 문화의 수준이기도 하다. 국가브랜드를 높이려면 먼저 청와대 홈페이지 사진의 품격부터 높여야 한다."

- 최근에 사진 찍는 인구가 부쩍 늘었는데 사진 문화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사진 찍는 노하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다. 사진 찍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한다. 나는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에도 대학원에서 사진이 아닌 불문학을 전공했다.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데 머물 것이 아니라면 스토리텔링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기초가 탄탄해야 된다고 본다."

춤추며 사진 찍는 이유는?

- 오마이스쿨에서 사진강의 할 때도 그렇고, 수강생 사진 품평하면서 사진마다 음악을 깔아주면서 비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진과 음악을 결합시키는 이유는 뭔가?
"좋은 음악은 내가 작업할 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청중들의 긴장을 풀어 준다. 이번에도 강의 시간에 바흐의 음악을 틀자마자 수강생들 얼굴의 근육이 바로 풀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춤추는 사진가로로 유명한데, 이런 이벤트가 사진 작업에 도움이 되나?
"사진을 눈으로만 찍는 것이 아니며 사진기로만 찍는 것도 아니다. 음악, 춤, 비디오, 의상, 향기 그밖의 수많은 일상과의 자연스로운 연결, 이러한 숱한 디테일이 모여서 완성도를 높여간다."

- 디테일을 중시하는 것은 자신이 완벽주의자라 그런가?
"어느 정도는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다.  중국의 한 경제학자가 쓴 <디테일의 힘>이란 책을 보면 '100-1=99가 아니라 0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디테일, 마무리, 장인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이고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는 사진찍을 때 폼도 마음도 프로 작가처첨 찍을 것을 주문한다.
▲ 사진찍을 때는 작가처럼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는 사진찍을 때 폼도 마음도 프로 작가처첨 찍을 것을 주문한다.
ⓒ 홍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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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장비를 어떤 사람은 인내심을 강조한다. 나는 장비에 대해선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노출과 초점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이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잊어버릴 때 좋은 사진이 나온다."

- 앞으로 어느 방향에 중점을 둘 계획이고, 어떤 작업을 준비하고 있나?
"이제 더 이상 상업시장에서 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어렵다. 더 강력한 이미지와 스토리로 파워풀한 문화상품을 만들어서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다."

- 올 여름에 다시 오마이스쿨에 사진강좌를 진행한다면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나.
"다양한 관점의 사진 강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나처럼 현실을 외면하는 강사와 현실을 파고드는 작가가 함께 참여해서 다양한 변주곡을 들려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상엽, 강영호 작가가 진행하는 두 번째 오마이스쿨 사진강좌는 올 7월 강화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1회 사진 강좌 안내-http://school.ohmynews.com/OSH_WEB/Lecture/class_view.aspx?pLC_CD=SL000001026



태그:#강영호, #오마이스쿨, #사진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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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채식과 마라톤, 지금은 달마와 곤충이 핵심 단어. 2006년에 <뼈로 누운 신화>라는 시집을 자비로 펴냈는데, 10년 후에 또 한 권의 시집을 펴낼만한 꿈이 남아있기 바란다. 자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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