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굄돌이 있는 전형적인 탁자형 고인돌이다.
▲ 강화 고인돌 굄돌이 있는 전형적인 탁자형 고인돌이다.
ⓒ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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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강화도에 일을 보러 다녀오는 길에 고인돌을 보고 왔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아름다운 고인돌입니다. 사진을 보다 문득 여러분들께 고인돌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졌습니다. 대부분은 아시는 얘기이겠습니다만, 잠깐 기분전환 좀 하시지요.

세계 거석유물 숫자의 73%, 고인돌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있답니다. 모르셨지요? 놀라지 않으셨나요? 우리나라가 '고인돌의 나라'랍니다.

그래서 고고학자 등 일부 전문가들은 영어 돌멘(Dolmen) 대신 우리 단어 고인돌(Goindol)을 정식 명칭으로 쓰는 것이 더 옳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고인돌은 선사(先史)시대, 즉 인류가 글로 역사를 적기 이전에 생겨난 유적으로 무덤으로 생각되는 큰 돌의 조합(組合)입니다. 무덤이면서 제단의 역할까지 한 것으로 보입니다.

돌 1개가 1개의 고인돌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3~4개의 돌로 되어 있지요. 가장 크고 길쭉한 돌을 덮개돌이라 부릅니다. 한자로는 개석(蓋石)이지요. 고인돌을 셀 때는 무덤처럼 '기(基)'라는 단위를 쓰기도 합니다.

남방형 북방형 하여 지역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고도 하지만 고고학(考古學)은 최근 이 같은 구분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다만 유명한 강화도 고인돌처럼 덮개돌을 지탱해주는 돌(굄돌)이 있는 것과 덮개돌만 땅 위에 놓인 것으로 나눌 수 있지요. 전남 화순이나 순천, 전북 고창의 고인돌공원에 가면 덮개돌만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이고 늠름하게 서 있는 고인돌의 모습에서 우리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머나 먼 태고(太古)의 인류, 옛 사람들을 만납니다. 역사의 두께와도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공룡만큼 아이들이 좋아하지요.

코믹 이미지의 성인만화 <고인돌> 표지 촬영
▲ 박수동 이미지 코믹 이미지의 성인만화 <고인돌> 표지 촬영
ⓒ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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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도 절묘한 맛이 있지만, 이 고인돌은 박수동이라는 걸출한 만화가에 의해 코믹 섹시 아이돌(idol)의 이미지로 그려져 중년과 노년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생긴 모습 때문에 고기 구워 파는 집의 간판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이미지를 원용(援用)하여 식품회사 이름으로 삼기도 합니다.

태고(太古)의 역사 두텁게 더께 앉은 아름다운 문화유산
박수동의 코믹 섹시 이미지 만화로 중년들까지 "좋아요."  

큰 돌로 만든, 고인돌을 포함한 거석(巨石)유물이 전 세계에 55,000개 가량 있다고 합니다. 이중 우리나라에만 40,000개(북한지방 15,000개)의 고인돌이 있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말고 고인돌이 많은 나라는 아일랜드인데 1,500개에 불과하답니다.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문화, 특히 이슬람 지역의 문화를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깐수 박사' 정수일 교수가 오래 전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의 한 부분을 인용합니다.

- 거석(巨石)문화권의 중추(中樞)에 우리 한반도가 우뚝 서있다. 중국 동북 요녕 지방과 한반도, 그리고 일본 서부의 규슈 지방을 망라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른바 '고여 있는 돌'이란 뜻의 고인돌(돌멘)이 많이 발견되는 까닭에 이 지역을 '동북아시아 돌멘권(dolmen圈)'이란 하나의 거석문화 분포권으로 묶을 수 있다.

이 분포권에서 우리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그 가운데 자리 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물도 가장 많다. 고인돌은 한반도 전역에 걸쳐 널려있는데, 대개는 무리를 지어 있어 그 분포밀도가 상당히 높을 뿐만 아니라, 형태나 부장품도 다양하다. 알려지기로는 지금 세계에 약 55,000여 기의 각종 거석유물이 있는데, 그 중 고인돌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적인 명소인 화순 고창 강화의 고인돌공원 주목
5만5천개 전 세계 거석유물 중 한국에 고인돌 4만개

거석유물이 많다는 아일랜드에도 고인돌은 고작 1,500여 기밖에 안 된다. 그런데 한반도에는 약 40,000여 기(북한에 14,000~15,000여 기)가 집중되어 있다. 그 중 전남 지방에서만 발견된 것이 20,000여 기나 되니, 정말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고인돌 밀집지역이다.

그래서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화순(전남) 고창(전북) 강화(인천) 지역의 고인돌 군을 세계문화유산 997호로 등록하였다. 고인돌이 대표적 거석기념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커다란 문화적 긍지를 갖게 된다. (문명교류기행 <거석문화사에 우뚝 선 고인돌> 2004년 6월28일)

우리나라의 거석유물은 대부분 고인돌인데 다른 나라에는 고인돌 말고도 다른 몇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유명한 영국 솔즈베리 평원의 스톤헨지는 고인돌과 함께 거석유물의 대표 격입니다. 선돌 즉 입석(立石)이라는 유물이 있는데 이 선돌(영어로는 멘히르 menhir)들 위에 돌을 얹은 것이 헨지(henge)입니다. 선돌이 줄지어 있는 것은 열석(列石)인데 프랑스 카르나크 지방의 열석이 유명합니다.

선돌 스톤헨지 열석 등 선사 인류의 흔적 거석유물
모아이 돌하르방 피라미드도 넓은 의미의 거석문화

칠레 이스터 섬의 모아이 유적은 역사는 짧지만 엄연한 거석유물이지요. 제주도 돌하르방 또한 거석유물이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의 동구 밖 장승도 나무를 깎은 목조각(木彫刻)이 많지만 실은 원형(原形)이 돌조각으로 거석문화의 하나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도 다 넓은 의미의 거석유물입니다.

세계 각지에 여러 형태의 거석문화가 퍼져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고인돌이 많습니다. 고인돌이 많다는 것, 선사시대 이 땅에서 거석문화가 크게 빛을 발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살기에 더 좋았고, 다른 지역의 인류들보다 더 일찍 '문명'(文明)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모여 살았으며, 권력자의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벤트 즉 의식(儀式)이 발달한 것이지요. '죽음'을 실감한 최초의 인류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한반도에는 아직 문화재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고인돌들이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이글을 읽은 분들이면 이제 산과 들에 나설 때 만나는 큰 돌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겠습니다. 혹시 고인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요.

한번 쯤 신비로운 고인돌의 여러 모습을 관찰하고 나면 여러분도 금방 고인돌 '박사'가 되고 '고인돌 광팬'이 되실 겁니다. 아직 안보셨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화순 고창 강화의 고인돌공원에 꼭 가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고인돌가게(www.goindolgage.co.kr) 이야기창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인돌, #고인돌가게, #고창, #화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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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등에서 일했던 언론인으로 생명문화를 공부하고, 대학 등에서 언론과 어문 관련 강의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얻은 생각을 여러 분들과 나누기 위해 신문 등에 글을 씁니다.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직책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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