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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첫 직선제 선거에서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고 외치면서 당선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인사비리라는 악재를 맞은 여권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명단 공개'라는 회심의 카드로 6·2 지방선거에서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3월 26일부터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천안함 침몰 관련 뉴스에 묻히긴 했지만, 지난 14일 검찰이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1억4천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공 전 교육감을 구속기소한 것은 분명히 대형 사건이다.

 

공 교육감의 경우엔 당선 직후부터 학원계로부터 선거자금을 빌리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아 검찰의 이번 기소 내용이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공 교육감 말고도 교육청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장학사·장학관, 일선 학교 교장·교감 등 총 55명이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된 일은 '공정택 교육'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 누구보다도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계 인사들이 돈으로 직위를 사고 판 '반 교육적' 행태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특히 '반 전교조' 성향을 내세우며 당선된 교육감이 비리의 주범이었다는 점에서 6·2 지방선거에서 치러질 교육감 선거의 향배를 정한 사건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육비리 심판론'은 공 전 교육감과 성향이 비슷한 보수적인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반대로 진보적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인 것.

 

또 진보성향 야당들이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방선거 공통 공약으로 내걸고 교육분야 선거 이슈를 끌어가고 있는 점도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형국이다. '교육비리 심판론'으로 인해 '교육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자리가 위태할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보수 성향 후보에게 불리한 판세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선 각 시·도 교육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은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학업 성취도 평가에 대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교과부의 갈등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성향의 교육감이 다수 당선된다면 정부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인 것.

 

전교조 조직력 약화해 진보 교육감 막는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 반전의 카드가 나왔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교원단체 및 노조 가입교사 명단을 19일 공개한 것. 조 의원은 전교조가 이 명단 공개를 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음에도 명단 공개를 강행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의 선거비 지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조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교과부에 '초중등 교사 교원단체 가입 현황' 제출을 요구해왔고 지난달 27일 마침내 해당 자료를 제출 받았다.

 

이번 명단 공개는 '전교조 저격수'로 꾸준히 활동해온 전 의원의 '성과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번 교육감선거를 '반 전교조' 기조로 치르겠다는 한나라당의 선전포고로도 읽힌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지난달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교조를 강하게 공격하겠다"며 "구체적 전략을 공개할 수 없지만 국민에게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심판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9일 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에는 장학관·장학사의 교원단체 가입 자료가 빠져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공 교육감 인사 비리사건으로 상당수가 기소된 장학관·장학사들의 소속 단체 자료를 교과부로부터 제출받고도 명단 공개에선 빼버린 것.

 

결국 한나라당은 이번 교육감 선거의 최대 악재인 교육청 인사비리 문제를 덮을 카드로 전교조 명단 공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교조 명단 공개가 전교조의 조직력과 소속원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전교조 출신 혹은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의 당선을 막는 효과를 낼지, 반대로 '반 전교조' 교육감의 엄청난 비리에 놀란 표심이 전교조 쪽으로 쏠릴지는 미지수다.


태그:#전교조, #조전혁, #공정택, #명단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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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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