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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적용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교육과정 자율화 조치에 따라 서울지역 초등학교가 한해 체육 시간을 평균 4시간씩 줄인 사실이 전수조사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대신 남는 시간을 영어와 수학 시간을 늘리는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흘리개 초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육시간을 줄여 영어몰입교육 등에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체육이 학력향상에 기여 한다'는 국제 교육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 79%가 체육시간 줄이고 영수 과목 늘려

 

20일 서울시교육청이 국회 안민석 민주당 의원(교육과학기술상임위)에게 건넨 '2010학년도 초등학교 교과별 수업시수 증감 현황'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는 체육 기준시수(교육과정이 정한 필요시수) 102시간 대비 평균 4.2시간씩(3학년 -4.1, 4학년 -4.1, 5학년 -4.3, 6학년 -4.1) 체육시간을 줄였다. 서울지역 국공사립 586개 전체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일주일에 3시간씩 수업하는 체육교과에서 4시간은 일주일과 그 다음 주 절반가량의 체육 수업을 전체 학교가 없앤 셈이다. 실제로 체육 한해 기준시수 102시간 가운데 1/5 가량인 20시간 이상을 줄인 학교는 강남교육청 3학년만 따져 봐도 소속 52개교 가운데 6개교였다. 이 교육청 소속 A초는 24시간이나 줄이기도 했다.

 

이를 조사 대상 전체학교의 3~6학년 체육시간으로 환산해 감축된 정도를 살펴보면 모두 9765시간이었다. 5학년 체육과목의 경우 586개 초등학교 가운데 기준 시수보다 줄어든 학교는 78.7%인 461개교였다. 증가한 학교는 8.7%인 51개교에 그쳤다.

 

반면 영어와 수학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영어는 평균 6.6시간 늘어났고 수학은 5.4시간 더 확대했다.

 

이처럼 체육시간 빼돌리기는 국제 학계의 연구결과와도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를 보면 '체육활동이 학업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를 주도한 웨치슬러 과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학교들이 학업 성취도 향상을 이유로 체육을 줄이고 있지만 체육시간이 길수록 성적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놀 틈 없는 아이들, 체육시간까지 줄이다니..."

 

체육시수가 줄어든 까닭은 교과부가 올해 처음 실시한 교육과정 자율화 조치에 따라 과목별로 '고무줄 시수'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김해경 전교조 초등교육과정팀장(초등교사)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놀 틈 없는 아이들이 체육시간을 원하는 정도는 상상 이상"이라면서 "교과부는 교육과정 자율화를 통해 다양화를 추구한다고 했지만 영어와 수학 시수만 늘리는 등 초등에서도 입시교육 자율화만 꾀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학교별로 학생 학부모들이 원하는 교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입시교육이 확대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교육과정 자율화에 따라 학력 신장을 중점으로 두는 학교가 많아 체육 시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체력 증진과 학력 신장을 도모 한다'면서 '서울 학생 7560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7560 운동'은 학생이 일주일(7일)에 5일, 하루에 60분 이상 누적해서 신체활동을 벌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사업의 핵심은 정규 체육수업 시간은 물론 아침 시간, 점심시간, 쉬는 시간 등 여가 시간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에 정규 체육시간을 빼돌린 학교들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져 눈총을 받게 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체육시간,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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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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