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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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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전교조 저격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또 한 건 했다. 19일 조전혁 의원은 '학부모의 알권리'를 명분 삼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학교별, 교원단체별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조 의원은 앞서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과 시행령'에 의하여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각 학교별 교원단체의 회원 수 공시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며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 학교별, 교원단체별 회원수를 요구하여 이를 받아냈다. 여기까지는 교육 당국의 직무 감사를 위한 정당한 행동 범위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법은 전교조가 제기한 '조합원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판결에서 "전교조 명단 공개는 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보호하여야 할 개인 정보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단 공개는 불법"이라고 판시했다.

조전혁 의원이 개인적으로 전교조에 반감을 가지는 것은 자유다.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개인의 신념이니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공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자신이 만든 법을 근거로 법원이 내린 판결을 무시하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조전혁 의원과 조중동의 '이중잣대'

조 의원은 인천대 교수를 하다가 휴직계를 내고 국회의원이 된 이른바 '폴리페서'다. 그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선거출마 및 투표를 목적으로 본인과 가족이 선거 출마 지역구로 위장 전입을 한 혐의로 2008년 6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이어 7월 검찰은 공직선거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 원(공직선거법 위반 100만 원, 주민등록법 50만 원)을 조 후보에게 구형했다.

당시 조 후보는 법원에서 '법을 잘 몰라 저지른 실수'라는 취지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였고 인천지방법원은 7월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 50만 원, 주민등록법 위반 벌금 20만 원 등 7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후 이 판결이 확정됐다.

조 의원이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자기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선처를 호소하면서, 법원에서 공개하지 말라는 판결을 받은 전교조 회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어느 면으로 보나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는 비단 조전혁 의원 개인의 생각은 아니다. 정두언 의원, 박보환 의원 등 수많은 의원들을 포함한 한나라당의 전체 입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그들은 "전교조가 불법 조직도 아니고, 그들이 그토록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이 있는데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 논리를 그들에게 똑같이 적용해 보자.

"한나라당이 불법 조직도 아니고, 그토록 옳은 일을 한다는 신념이 있는데 대한민국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 당원 명부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한나라당 100만이라는 당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 또 이전부터 전교조 명단 공개를 독촉해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도 "조선일보가 불법 신문도 아닌데 대한민국 1등 신문이 200만이라는 독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 공개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

교원단체 가입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 사이트.
 교원단체 가입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 사이트.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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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교육상임위 소속 조전혁·정두언 의원이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에 앞장서는 이유는 이번 지방 선거에 전교조를 끌어들이려는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이념적 공포심을 유발시켜 선거에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도 이것이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시도지사 선거에서 현재 큰 교육 쟁점은 '무상급식' 문제와 '교육 비리' 문제다. 특히 이번 비리에 연루된 사람의 대부분이 친한나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총 소속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한나라당은 결코 교육비리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번 교육비리의 몸통이라고 일컬어지는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구속 기소된 것과 관련하여 2008년 공 교육감의 당선을 'MB교육에 대한 국민의 지지'라고 환영하던 한나라당과 MB 정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교육 비리를 척결하자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끝까지 반대하던 한나라당과 MB는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명단 공개,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 의원이 할 일인가

현재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와 관련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과 그 시행령이다. 그런데 이 법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이 중 하나가 조전혁 의원이고 그 공개 범위를 정하는데 있어 교원단체 조합원수를 추가하여 2008년 12월부터 이를 공개하도록 한 일등 공신 역시 조 의원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 법과 시행령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 중의 하나가 조 의원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그가 주도적으로 개입한 이 법과 시행령에는 교원단체 조합원 명단 공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법원은 이를 근거로 하여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조 의원은 이 판결에 승복해야 했다. 굳이 이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겠거든 고등법원에 항고를 하면 하면 된다. 그것도 못 미더우면 국회의원의 권한으로 교원단체 조합원 명단까지 공개하는 것으로 법률 개정안을 내어 개정하면 된다. 실제로 한나라당 교육상임위 박보환 의원이 이런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발표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그것도 자신이 직접 개입하여 범위를 정한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교원단체 회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국회의원으로서, 특히나 교육상임위원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태그:#조전혁, #한나라당, #전교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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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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