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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꾸자꾸 좋아지는 유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전 유성구(구청장 진동규)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2010 YESS 5월의 눈꽃축제'가 '자꾸자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유성구는 그동안 유성지역 한복판 거리 가로수로 이팝나무를 심어, 매해 5월이면 이팝나무꽃 축제, 이른바 '5월의 눈꽃축제'를 해마다 개최해 왔다. 벚꽃이 시든 5월, 순백색의 이팝꽃은 온천의 도시 유성과 어우러져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치러지는 올해 '눈꽃축제' 시기를 놓고 지역정가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해마다 5월 중순 개최... 지방선거 있는 올해만 4월 30일 시작?

 

유성구는 지난 2007년에는 5월 12일, 2008년에는 5월 10일, 지난해에는 5월 8일에 눈꽃축제를 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도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이 축제를 개최키로 했다.

 

명칭이 '5월의 눈꽃축제'인데 4월로 축제를 당긴 것에 대해 유성구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꽃이 일찍 필 것으로 예측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동규 현 유성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이전에 축제를 성대하게 열겠다는 욕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진 청장은 눈꽃축제를 마친 직후인 5월 첫째 주께 구청장직을 사퇴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시기는 예년의 눈꽃축제가 시작되기 이전이어서 눈꽃축제가 앞당겨진 이유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유성구는 이번 축제에 2008년 1억1100만 원보다 4배가 넘는 4억8000만 원의 예산을 쏟아 부을 예정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를 무대에 세울 예정이다. 유성구는 거리마다 '5월의 눈꽃축제에 소녀시대가 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더욱 큰 문제는 이팝나무의 꽃이 과연 당겨진 축제시기에 필 것인가이다. 올해 우리나라 기온은 유성구의 예측과 달리, '추운 봄'을 맞고 있다. 이틀 전에는 4월 중순임에도 대전에 눈발이 날리기도 했고,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로 봄의 전령사라는 벚꽃도 1주일 이상 늦게 피고 있다.

 

실제, 대전의 각 자치단체가 해마다 개최하고 있는 '벚꽃축제'는 꽃이 피지 않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고, 일부 자치단체는 시기를 일주일 가까이 연기했음에도 꽃이 피지 않아 축제다운 축제를 열지 못했다.

 

일찍 꽃 피우기 위해 나뭇가지에 '크리스마스 전등' 설치

 

하지만 유성구는 피지 않는 이팝꽃을 피우기 위해 모든 나무에 크리스마스트리용 소형전구를 지난 12일 가지마다 매달았다.

 

유성구청은 '축제분위기 조성'이라고 밝혔지만, 축제 시작 18일 전부터 전구를 달아 밤새 빛을 비추는 이유는 나뭇가지를 데워 일찍 꽃을 피우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유성지역 이팝나무의 가지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이 가지마다 칭칭 감겨져 있다.

 

이를 두고 한 정당관계자는 "많은 군중 앞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현직 단체장의 욕심이야 이해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 같다"면서 "밤마다 켜 있는 전등의 전기세는 시민혈세 아니냐"고 지적했다.

 

'눈꽃축제'의 시기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대한민국 전역을 슬픔에 잠기게 하고 있는 '천안함 침몰 사건'과도 이어지고 있다. 즉, 천안함 침몰사태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은 이 시기에 축제가 웬 말이냐는 주장이다.

 

지난 15일 천안함 함미의 인양으로 36명의 대한민국 장병들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들의 합동 장례식이 '눈꽃축제' 기간에 근접해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유성구의 성대한 축제 개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 허태정 유성구청장 후보 "국민은 우는데 축제가 웬 말이냐"

 

이 같은 지적은 급기야 표면으로 표출되어 허태정 민주당 유성구청장 후보를 비롯한 백성구 대전시의원 예비후보, 윤종일, 윤주봉, 윤경재, 송철진 유성구의원 예비후보 등은 16일 오후 유성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은 우는데 축제를 꼭 해야겠느냐"면서 '눈꽃축제'의 취소 또는 연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뜻하지 않은 천안함 사고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시기에, 사고 20일 만에야 겨우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또 일부는 시신마저 찾지 못해 애가 닳는 이 시기에,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실종된 금양호 선원들의 시신마저 찾지 못한 이 시기에 유성구의 눈꽃축제는 참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미 축제관련 여러 계약이 진행 중이라 할지라도, 예산이 상당 부분 이미 투여됐다고 할지라도 온 국민의 추모와 장례 국면에 대대적인 축제 개최는 정말 맞지 않는 것 같다"면서 "눈꽃축제의 취소 또는 연기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항의서한문'을 유성구청 민원실을 통해 진동규 구청장에게 전달했다.

 

자유선진당 유성구의원들도 축제 취소 촉구

 

이들뿐만 아니라 지난 12일에는 임재인, 이권재, 이건우 자유선진당 소속 유성구의회 의원 3인이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팝나무 개화시기도 맞지 않고, 천안함 사고로 인한 추모기간에 축제를 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눈꽃축제의 취소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현 유성구청장이 축제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면서 "전국의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유성구도 예산이 부족해 복지예산을 줄이고,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실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들여 축제를 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유성구 관계자는 "많은 분들의 지적에 따라 이미 몇몇 행사를 취소하는 등 부분적으로 축소를 검토 중에 있다"면서 "다만, 수많은 계약이 맞물려 있어 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태그:#유성구, #진동규, #눈꽃축제, #이팝꽃,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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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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