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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20일째인 15일 저녁 백령도 장촌포 함미 인양해역에서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 위에 탑재되어 있는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야간 조명등을 설치해 실종자 시신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안함 침몰 20일째인 15일 저녁 백령도 장촌포 함미 인양해역에서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 위에 탑재되어 있는 가운데, 군 관계자들이 야간 조명등을 설치해 실종자 시신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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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20일 만에 이뤄진 천안함 함미 인양작업은 하늘이 도왔다.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종일 힘을 합쳐 분주하게 움직였다.

15일 오전 8시 50분 천안함 함미가 가라앉은 백령도 남방 장촌포구 1.4km 지점엔 초속 3~4m의 북동풍이 불었고 0.5m의 잔잔한 파도가 유지됐다. 작업에 참가한 민간 인양업자는 "지난주에 기상악화로 세 차례나 피항했던 일이 거짓말 같았다"고 말했다. 함미에 마지막 체인을 걸기 전까지 초속 12~18m의 강풍과 3~4m의 파도로 애를 먹던 것을 염두에 둔 얘기였다.

그의 말대로 함미는 순조롭게, 그리고 천천히 물 밖으로 나왔다. 인양이 시작된 지 12분 만에 사격통제 레이더실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 이어 미사일 발사대, 40㎜부포 포탑 등이 나타났다. 오전 9시 20분 쯤 갑판이 물 위로 올라오자 본격적으로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인양 현장의 사람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해난구조대(SSU) 등이 실종자 유실과 절단면 공개를 막기 위해 설치한 그물망에 안전망을 다시 추가 설치했다. 오전 9시 30분께 크레인선과 함미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자 배수요원들이 함미로 옮겨 탔다. 총 45명의 배수요원들은 함미의 사병식당 등에 진입, 총 22개의 배수펌프를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2시간 동안 격실 등을 가득 채운 약 500톤의 물이 빠지면서 함미를 들고 있는 대형크레인의 부담도 조금씩 덜어졌다. 배수 작업은 정오가 다 돼 끝났다. 선체 내외부에서 수색 및 배수 작업을 진행하던 인력이 하나 둘씩 철수하고 함미를 실을 바지선이 크레인선 근처로 다가왔다. 함미는 낮 12시 12분 수면 위로 완전히 들렸다. 그리고 1시간 여 동안의 미세 조정 끝에 바지선 위에 올라탔다. 

천안함 함미를 들어 올린 크레인선 '삼아2200'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도선 이사는 "마치 책에서 나온 그대로 같은 인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 등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었고 계획한 그대로 순조롭게 잘 됐다"며 "바지선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함미와 거치대가 충돌해 약간 찌그러지긴 했지만 이 같은 인양과정에서 그 정도의 변수는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순조로웠던 인양작업 거치대 파손으로 긴장감 고조... 민·군 힘 합쳐 극복

15일 오후 백령도 인근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절단면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15일 오후 백령도 인근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절단면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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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정도의 변수"라고 말했지만 함미의 바지선 탑재 과정은 순조로웠던 인양작업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바지선이 너울 파도에 흔들리면서 밑바닥이 뾰족한 함미를 안전하게 고정시킬 거치대 10여 개가 크레인에 매달린 함미와 충돌해 파손된 것이다.

사람들이 다시 힘을 모았다. 자신들이 할 소임을 다한 민간 인양업자들이 거치대 보수를 위해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군도 실종자 수색작업과 함께 보수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은 자꾸만 흘러갔다. 애초 예상했던 11시간을 훌쩍 넘기며 거치대 보수 및 수색작업은 계속됐다. 군 당국은 야간조명등까지 켜고 밤샘 수색작업에 나섰지만 밤 11시 15분께까지 44명의 실종자 중 36명 밖에 못 찾았다. 실종자들의 유해는 보트에 실려 독도함으로 옮겨진 뒤 헬기를 타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평택 제2함대 사령부로 향했다.

보수 작업에 참여한 민간 인양업체의 관계자는 이날 밤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작업조를 교대해가며 보수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교대한 작업조는 이미 인양체인 작업 등 며칠 간 계속된 강행군에 녹초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인양 작업을 하며 크레인선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한 그의 목소리는 피곤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들은 천안함 함미 인양작업이 거의 마무리된 이날도 크레인선 컨테이너에 지친 몸을 뉘였다. 그는 "지금도 다른 조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내일(16일) 오전 또 다른 작업 장소인 부산 해운대로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도선 이사도 이날 밤 10시 20분 경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양작업 막바지에 계속해서 안전을 기하자는 내용의 미팅을 하고 있다"며 "거치대 보강작업은 거의 마무리됐는데 수색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군은 해가 밝은 뒤에도 최종적으로 수색작업을 나설 예정"이라며 "크레인선은 함미가 고정되는 대로 평택으로 갔다가 내일 바지선이 도착하면 천안함 함미를 다시 한 번 들어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너덜너덜해진 절단면... 군 통제로 인양업자도 사진기록 남기지 못해

15일 오후 백령도 인근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절단면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15일 오후 백령도 인근에서 인양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 함미가 바지선에 올려져 있는 가운데, 절단면에는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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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관심을 모았던 천안함 함미의 절단면은 상당히 훼손돼 있었다. 군 당국이 설치한 이중 그물망으로 구체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물망 사이로 사선으로 너덜너덜해진 절단면이 드러났다. 갑판이 울퉁불퉁 위로 솟아올랐고 옆면은 전체적으로 좌현 쪽으로 함이 굽어져 있었다. 

인양업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작업자에게 연돌과 연돌 부분 갑판이 아예 사라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절단면을 촬영한 사진 등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군의 통제가 강해서 우리 쪽 사람들도 사진 촬영을 하나도 못했다고 알고 있다"며 "인양 기록을 위해 우리 측에서도 사진 자료가 필요한데 없어서 언론사가 보도한 사진 등을 모아두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천안함, #인양업체, #함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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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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