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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party 홈페이지.
 20'party 홈페이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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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는 은정인(25)씨는 요즘 매일 매일 파티를 즐기고 있다. '20's Party(20대 파티)', 즉 '20대들의 파티'라는 유권자운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여느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토익 공부와 대외활동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던 은씨. 하지만 문득 자신의 생활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강박적으로 스펙만 늘려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은씨는 또래의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방식의 스펙 쌓기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20's Party를 만났고 20대 당사자운동의 측면에서 여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스펙업'이나 '미여지'같은 카페에서 괜찮은 스펙거리가 없나 뒤적거리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대부분 그런 활동들은 사실상 기업체나 정부가 기획한 틀 안에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놀아야 하는 것이죠. 그에 비해 요즘 참여하고 있는 20's Party는 모든 활동을 20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요."

은씨가 참여하는 '20's Party'를 비롯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20대들을 중심으로 한 유권자운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책제안, 투표참여선언이 이어지고 20대 후보들을 초청한 토론회도 개최되고 있다.

20대, 서울시장 면접위원으로 나선다

'한국사회 변화를 희망하는 20대·대학생 유권자 모임'으로 지난 3월 출범한 '20's Party'가 주력하는 활동은 '2010서울시장공개채용'. 이는 20대 대학생들이 직접 '면접위원'이 돼 서울시장 후보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20대는 대개 기성세대에 의해 면접을 '당하는' 입장에 있지만 20's Party는 그러한 프레임 깨버렸다. 20대 대학생들이 직접 서울시장후보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준비하고 그들의 공약을 평가한다. 20대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20's Party 운영진 김성환씨는 "단순히 투표율을 올리는 차원을 넘어서 진정성 있게 20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수 전문가들의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 괴리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20대가 직접 정책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이라고 '서울시장 공개채용'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주1회 거리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대중의 반응이 정말 좋다"며 "그동안 20대들은 정치적으로 동원의 대상에 가까웠는데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니까 열띤 참여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포기론 등 절망적인 견해들이 많았지만 사실 20대들 또한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김예슬의 대자보에 대해 상당한 호응이 일어난 것이 그 증거"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유권자 연대 '2U', "88만원 세대를 88% 세대로"

20대 대학생들의 2U있는 투표선언 대학생유권자연대
 20대 대학생들의 2U있는 투표선언 대학생유권자연대
ⓒ 대학생유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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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연세대에서는 '대학생들의 2U(이유)있는 투표선언'이라는 슬로건을 단 '2010 지방선거 대학생 유권자연대 2U'가 발족했다.

이 모임엔 연세대, 숙명여대, 한양대, 부산대, 전남대 등 전국 21개 대학의 총학생회와 원불교대학생연합, 한국기독교대학생연합 등 종교단체, 시민주권 학생모임, 대학 YMCA와 같은 NGO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했다.

2U는 지방선거 전까지 대학생 정치참여 권리선언대회, 대학생 온·오프 투표선언 전국 공동 캠페인, 부재자 투표소 설치와 전입신고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20's Party가 '서울시장 공개채용'이라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2U는 투표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일단 투표에 참여해야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양미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정책국장은 "20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집회나 서명운동도 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제 하에서 대학 주변 공간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가 중요하다"며 "또한 우리나라에 20대 정치인이 너무 적고 20대를 위한 정책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고려대에선 '지방선거 20대 출마, 철부지인가 희망의 증거인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지역 정치학 연합학회(이하 서정련, openforum.cyworld.com)에서 주관한 이 토론회에는 민주당, 진보신당, 한나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에서 각각 예비후보들이 참여했다.

이번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20대는 4월 25일 현재 32명. 서정련이나 청어람 등 20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모임에서는 20대 후보들을 직접 초청하는 토론회나 간담회를 속속 개최하고 있다.

이날 서정련 토론회에서는 초청한 예비후보들과 같이 20대로 구성된 패널들이 예비후보들에게 ▲ 출마 계기와 정책 ▲ 20대 후보가 갖는 의미 ▲ 현실적인 공천 가능성 ▲ 20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방안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지영(숙명여대 4학년) 서정련 대표는 토론회를 개최한 계기에 대해서 "대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지역 유지나 전문가들로, 약력은 화려하지만 제대로 된 정책이 없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꼈다"며 "정치 참여에 열의가 있는 20대들의 참여가 요구되며, 특히 지방선거는 정치 신인들에게 중요한 등용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하지만 이는 그동안 현실정치에서 20대를 위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0대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20대가 직접 정치인이 되어 이슈를 대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각 정당에서는 인재양성 차원에서도 20대 정치 신인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고, 20대들도 스스로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20대론 붐이지만... 현실정치에 영향력 있을까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해 9월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저소득층 두번 울리는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해 9월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저소득층 두번 울리는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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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투표참여, 정책제안, 직접 출마와 토론회 등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하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긴 하지만 현실정치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0대 후보자 수가 이전에 비해 많지 않으며, 실제로 20대 후보들이 당선되었을 때 20대를 위한 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정보에 의하면 2006년의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정식 후보로 출마한 20대는 72명이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예비후보는 25일 현재 32명. 공천 탈락 등의 가능성을 고려할 때 2006년 선거에 비해서 훨씬 적은 수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의 저자인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실 조성주 보좌관은 "지난 2006년은 상대적으로 20대들이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 진보정당의 세가 상당했지만 지금은 그 세력이 절반 이상 꺾인 상태"라며 "그러다보니 20대 담론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 이번 선거에서 20대가 특별히 주목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지난 1월, 20대 인터뷰집 <요새 젊은 것들>을 박연, 전아름씨와 함께 쓴 단편선씨는 "최근 20대들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실제로 대의정치에 수렴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등록금 문제 등 대학생 관련 의제가 있기는 하지만 (각 학교의 이슈에 대해서) 지방선거와 현실투쟁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태그:#20대, #유권자운동, #지방선거, #정치참여,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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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2011년 <청춘, 내일로>로 데뷔해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을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2021년 10월 아기 호두를 낳고 기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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