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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숙명여대 학생사찰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관련기사: 학교가 '몰래' 나를 감시하고 있었다) '숙대 학생사찰 사건'은 숙명여대 학생처 소속 학생문화복지팀이 숙명인게시판의 게시물 중 학교 측에 비판적이거나 사회 참여적인 글들을 스크랩해 보관한 문건이 드러나면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에 대해서는 입학 전형과 출신고교, 주소, 학점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담긴 학적부까지 첨부돼 있어서 언론탄압과 개인정보유출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나 역시 그 사건의 피해자였다. 2008년에 촛불집회를 다녀와서 쓴 글이나 총학생회에 대한 생각을 적은 게시물들과 함께 학적부가 스크랩됐다. 당시 사찰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충격을 금할 길 없었다. 이를 기사로 써서 널리 알렸지만 속으로는 계속되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부터 눈에 띄지 않게 받을 불이익에 대한 지레짐작 등으로 남몰래 한숨짓는 나날들이 많았다.

숙대 사찰사건 발생 석달... 해결 안 되니 불안감도 여전

 학생문화복지팀 이름의 파일 7여권
 학생문화복지팀 이름의 파일 7여권
ⓒ 숙명여대 42대 총학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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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걱정이 계속된 것은 사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학교는 올리나마나 한 공지로 학교의 '이미지 실추'를 걱정하기에 바빴다. 애초에 원인제공을 어디에서 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는 생각을 안 하고 학생사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됨으로 인해 학교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만을 우려했다.

여러 언론에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학생처에서는 "온라인 게시글 보관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학적부 수집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민원 처리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인정했다. 대책으로는 '학생 정보보호 태스크포스팀'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을 구성하고 '개인정보취급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 등을 약속했다. 실제로 해당 문제에 관심이 많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되었고 학생문화복지팀, 총학생회 등과 간담회를 갖기도 하는 등 가시적인 활동도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재학생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생사찰 건이 드러난 이후 숙명인게시판에는 "이런 글 쓰면 사찰당할지 모르지만" "지금 이 글도 스크랩하고 계신가요?" 와 같은 우려 섞인 표현이 많이 눈에 띈다. 학교측이 대책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재학생들의 분위기다.

태스크포스팀과 총학생회는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을 하고자 하나 학생문화복지팀이나 학생처에서는 납득할 만한 답변이나 명쾌한 대응이 나오지 않았다. 해당 스크랩 파일을 만든 교직원이 퇴사해서 정확한 정황을 알 수 없다고 말하거나 적절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등이다. 사건 발생 석 달이 지나가지만 진상규명은 요원하고 사건은 시나브로 잊혀져 갔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했지만...

하지만 학생사찰 건은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닐 뿐더러, 3월에는 대학본부 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학제개편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본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이번 학제개편은 본부가 숙명 구성원들과의 논의를 배제한 채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데다 학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많은 반발을 샀다. 교수와 학생들이 상복을 입고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교수님도 몰랐다... 숙명여대 일방적 학제개편 파문)

 스크랩 파일에서 나온 기자의 학적부 조회 내역
 스크랩 파일에서 나온 기자의 학적부 조회 내역
ⓒ 박솔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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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사찰 건도, 학제개편 문제도 우연히 일어난 커뮤니케이션 미스 정도가 아니다. 대학본부의 마인드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뿐인 사과, 말뿐인 학교 사랑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었다. 이에 나를 비롯 사찰 피해자 7명은 학교본부를 상대로 학생사찰 건에 대한 송사를 벌이기에 이르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 12일 서울중앙지법에 학교법인 숙명학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소장의 내용은 학생문화복지팀 등이 본인들의 동의 없이 게시글과 학적부를 무단으로 스크랩하여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당해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기에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만원씩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소송은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했지만 미온적인 학교 본부의 태도를 보자니 다른 답이 없었다. 소장 제출에 대해 학생처장은 "교육적으로" 좋지 못하기에 논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시켜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정당한 권한 침해에 대해 반발하는 것과, 학생을 감시하고, 개인정보와 인격을 침해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교육적으로" 좋지 못한 걸까.

학교는 여전히 나를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인드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바꾸어야 한다. 요즘 본부가 열심히 부르짖는 '리본(Reborn)'을 위해서도 학생을 감시하고, 무시하는 그 마인드는 바꾸어야 한다. 본부와 구성원 간의 신뢰 속에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봄날은 언제 올까. 벚꽃이 피었어도 아직은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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