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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침몰정국'에서도 여전히 챙겨야할 현안들은 무엇일까? 사진 왼쪽부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독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방송인 김미화씨.
 '침몰정국'에서도 여전히 챙겨야할 현안들은 무엇일까? 사진 왼쪽부터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독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방송인 김미화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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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기사는 천안함 침몰과는 별 상관이 없다. 제목에 '천안함'을 쓴 것은 천안함 침몰 이후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다른 중요 뉴스에 대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10여 일이 지나도록 침몰원인도 규명되지 않고 진상은폐 의혹만 연이어 불거지면서 천안함 침몰 이외의 뉴스들은 '망각의 강'을 건넜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뒷돈을 주고받은 교육자들이 잡혀들어가도 큰 뉴스로 취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천안함 침몰과 함께 수많은 큰 뉴스들도 침몰해버린 형국이다.

[#1 키워드 - 안상수] '불교계 외압' 의혹에 무대응 중인 집권여당 원내대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왼쪽' 눈을 가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왼쪽' 눈을 가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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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로 자취를 감춘 뉴스 1위'는 뭐니뭐니해도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에 정치권의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지난달 21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의 폭로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강남 부자 절의 좌파 주지' 운운하며 봉은사를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에 한국 사회가 분노에 휩싸인 즈음인 3월 16일 한 보수단체 출범식에서 지난 정권의 교육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와중에 성폭행 살해용의자 김아무개 사례를 거론한 '좌파교육 발언'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돼 거센 반발을 샀던 안 원내대표였기에 여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좌파 교육'에 이어 '좌파 주지'를 운운하며 불교계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성난 누리꾼들은 '짜파게티 먹고 배탈 나면 좌파게티라고 욕할 사람'이라는 말까지 만들었다.

명진 스님의 폭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해오던 안 원내대표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지자 야당의 진상조사특위 요구를 반박하는 등 다시 '원내대표 본연'의 자리에 의연히 섰고, 지난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는 4대강사업·개헌·사법개혁·교육비리 근절 대책 등 '잊혀져 가는' 집권여당의 '숙제'를 환기했다. 그러나 '좌파 주지 축출 압력 의혹'에는 여전히 무대응이었다.

[#2 키워드 - 조인트] '철통 같은' 취재망 뚫고 출국한 김우룡, 귀국은 언제?

한 시민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인천공항 국제선 탑승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사진을 MBC 노동조합에 보냈다.
 한 시민이 미국으로 출국하는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을 인천공항 국제선 탑승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사진을 MBC 노동조합에 보냈다.
ⓒ MBC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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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 김재철 MBC 사장이 "MBC 내 좌빨 80%를 척결한" 비결로 "큰 집이 불러다가 조인트도 까고 매도 맞고한" 일을 거론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국회에 불려나가 '조인트 청문회'를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큰 집 조인트' 발언으로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지난달 19일 이사장직을 사퇴한 김우룡 교수는 6일 인천국제공항의 모든 국제선 출입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던 취재진의 눈을 피해 출국에 성공했다.

천안함 침몰에 국내의 모든 관심이 쏠려 있는 시점이고 4월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출국했다는 점에서, 또 '철통 같은' 취재망을 피해 무사히 출국한 것에 대해서 '누군가가 김 교수에 의전실 사용 등의 편의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교수의 이번 출국 성공은 자신을 향한 여러가지 의혹을 덮는 데에 매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가 '박연차 게이트' 때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해외 체류를 고집하며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전철을 밟는다면 '큰 집 조인트' 의혹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김 교수가 조만간 귀국한다 해도 언론의 관심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큰 집 조인트' 발언이 나오게 된 내막과 사실관계에 더해 '김 교수의 출국 성공 비결'도 세간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3 키워드 - 독도] 천안함 틈 탄 일본, 독도 영토표기 일사천리

일본이 내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다고 결정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흥사단 소속 회원들이 일본의 왜곡된 교육정책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내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다고 결정한 가운데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흥사단 소속 회원들이 일본의 왜곡된 교육정책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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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한일정상회담 당시 일본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교과서 해설서에)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를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발언했다고 하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이 국민소송단이 제기한 관련 소송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이런 움직임과 상관 없이 지난달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초등학교 5학년의 모든 사회교과서에 독도를 영해에 포함시킨 지도를 실었다. 6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했다.

국내에선 "천안함으로 경황이 없는 틈을 타 독도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낸, 국가 간 기본적인 예의도 저버린 무례함의 극치"(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의 노림수는 국제사회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라는 분석 때문인지 한국 외교부는 여전히 '조용한 외교'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초등학생들이 이제부터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는 교육을 받게됐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는 '천안함 이후'에도 여전히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할 부분이다.

[#4 키워드 - MB경제팀] 재무부 출신들의 화려한 부활... '성장주의' 편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신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신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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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정국 사이에 이명박 정부 1기 경제팀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 1일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김 총재의 친정부적 성향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독립성 유지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김 신임총재가 비운 청와대 경제수석 자리에는 최중경 주 필리핀 대사가 내정됐다. 최 내정자와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의 결합은 고환율정책에 대한 책임 논란으로 물러났던 '강만수-최중경 콤비'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고환율 성장정책'으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 경제특보·정책실장·경제수석에다 기획재정부장관·금융위원장·금감감독원장이 모두 옛 재무부 출신으로 채워져 '성장주의 편향'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5 키워드 - 사람들] 맹형규 인사청문회, 김미화 퇴출 움직임 꼭 챙겨야

방송인 김미화씨
 방송인 김미화씨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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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형규 청와대 정무특보는 새 행정안전부장관에 내정됐다. 맹 장관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지만, 이 청문회가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 기간 동안에도 천안함 선체 인양 작업 및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에 민감한 정계의 속성을 감안하면, 쟁점이 되지 못하는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송곳질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와중에 지난 해 여론의 큰 반발을 샀던 'KBS의 윤도현·김제동 퇴출'과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천안함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챙겨봐야할 흐름이다. 

KBS노조에 따르면, KBS 심의실은 4월 3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에서 개그우먼이자 방송진행자인 김미화씨가 해설을 낭독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어서 임원회의에서는 '일부 프로그램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내레이터가 잇따라 출연해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의 김제동 퇴출이 10·28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요인이 됐다는 여권 내의 지적이 많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중 인기도에서 이들과 별 차이가 없는 김미화씨의 출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KBS 임원들의 '용기'는 '천안함 침몰' 정국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해 보인다.


태그:#천안함, #김우룡, #김미화,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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