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오는 6월 2일 민선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요즘 국민들이 실망하는 것이 교육 비리 문제다. 사회제도상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는가 생각한다."

교육 비리가 교육감 선거 시행 탓이라는 얘기다. 결과로만 보면 선거를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 선거 참여 움직임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 대통령, 공정택 당선 뒤 "수고했다" 격려하더니

인사 비리 주범으로 떠오른 공정택씨가 2008년 7월 직선 교육감 선거를 통해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된 것은 맞다. 이런 점에서 MB의 이날 발언은 선거와 인사 비리의 앞뒤 관계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20여 개월 전, 공 전 교육감은 '교육계의 MB'로 통했다. 그의 교육철학이 MB를 빼닮기도 했지만 MB 지지단체가 공정택 당선에 1등 공신 노릇을 한 탓이었다. 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이 선거전에 뛰어들어 '보수 단일화 운동'을 펼치는 등의 일을 벌인 예가 바로 그것이다.

MB 스스로도 가만 있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MB는 공 전 교육감 당선 다음 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했다"고 말풍선을 터뜨렸다. 게다가 MB는 공 전 교육감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여러 신문 보도 가운데 일부만 뽑은 것이다.

2008년 8월 26일치 <한겨레> 10면 모습.
 2008년 8월 26일치 <한겨레> 10면 모습.
ⓒ 한겨레PDF

관련사진보기


이 대통령은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후보가 당선된 것과 관련,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규제 완화와 공기업 개혁 등 개혁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세계일보> 2008년 8월 1일치)

공 교육감은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진곤 교육문화수석을 만나 식사를 했다"며 …공 교육감은 이어 "'네 명이 단일화만 했으면 (당선을) 걱정할 것도 없었던 건데 어쨌든 선거에서 이겼으니 나도 노력을 많이 한 것'이라고 말하자, 대통령도 '수고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한겨레신문> 2008년 8월 26일치)

1년 8개월 후... "교육감이 선거로 돼 교육비리"?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관련사진보기

공정택의 교육감 선거 승리에 대해 격려와 지지를 보낸 입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1년 8개월이 흐른 뒤엔 "교육감이 선거로 되면서 그런 부작용(교육 비리)이 일어났다"고 말 돌리기를 한 것이다.

이 같은 MB 발언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발끈했다. 이 보도는 이날 포털사이트<다음>의 '댓글 많은 뉴스' 1등으로 뛰어올랐다. 대부분 MB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 선거도 안 해야 하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발언이군요."(천심의칠점사)
"체육관 선거 하자는 거냐."(중간은 안돼니)
"지자체장 교육감 모두 각하가 직접 임명, 이렇게 하고 싶을 거다."(남성남남철)
"당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지?"(바람과 구름)

MB의 발언에 대해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공정택 전 교육감은 '교육계 MB'로서 자율형사립고, 영어몰입교육 등 MB 교육정책의 최선봉에 섰던 사람"이라면서 "자율형사립고 입시 비리 등의 교육 비리를 불러온 것은 선거가 아니라 공정택과 MB의 교육정책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교육 비리가 선거 탓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무르익어가는 교육감 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태그:#이명박, #공정택, #교육감 선거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