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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법회를 마친 뒤 신도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왕루를 나서고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법회를 마친 뒤 신도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법왕루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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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구세주를 모독한 김 목사는 더 이상 예수님의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잘못한 목사에 대한 교회 내의 따끔한 지적일까? 아니다. 이는 서울 강남구의 대표 사찰인 봉은사 일요집회에서 나온 발언이다.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은 28일 2500여 명의 신도 앞에서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대치동 순복음 강남교회 김성광 목사의 발언을 비판했다.

"약자 돕고 불의 비판한 예수님도 좌파인가?"

"김성광 목사가 본인 교회에서 신도들을 모아 놓고 설교하기를 '나는 얼음 깨는 배가 되어 앞으로 가겠다. 불교를 깨부수고 우상을 깨부수고…' 이런 막말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는 봉은사를 지칭하며 '떡이나 얻어먹는 20만 명의 신도가 있는 봉은사가 반국가 단체의 소굴'이라고 막말했다."

명진 스님은 김 목사의 불교 비하 발언에 대해 "성경에서 여호와 하느님이 임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면서 "성경 말씀대로 하면 이 법당에도 하느님이 있고 처처곳곳에 하느님 아니 있는 곳이 없는데 불교를 깨부순다는 것은 하느님이 임한 곳을 깨부순다는 것으로 이런 막된 언행을 앞으로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김 목사가 봉은사를 '좌파·반정부·반국가 행동하는 단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명진 스님은 "힘들고 아파하는 약자를 돕는 것이 청년 예수의 길이었고, 양심에 따라 불의를 비판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해 온 몸을 바친 것이 청년 예수의 일생 이었다"며 "그러면 김 목사가 믿는 예수님도 좌파인가?"라고 되물었다.

승려가 목사에게 예수의 생애를 설명하고 '예수님 이름을 더럽히지 말라'고 충고하는 독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성경 구절을 인용한 법회 말씀에는 하느님(7번)과 예수님(10번)이 부처님(5번)보다 많이 언급되는 이색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절 묘지로 표시... MB 정권의 종교 편향적 행태 드러나"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밝힌,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10월 13일 자승 총무원장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와,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에 와서 스님과 신도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법회에서 공개적으로 털어놓고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먼저 밝힌,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 2007년 10월 13일 자승 총무원장이 이상득 의원을 데리고 와, "이명박 후보가 봉은사에 와서 스님과 신도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을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법회에서 공개적으로 털어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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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적 행동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스님은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의 예로 김윤옥 여사의 십자가 목걸이와 사찰 지도 표시를 거론하며 "이명박 장로 부인은 건국 이후 (유일하게) 두 번에 걸쳐 공식적인 자리에 십자가를 걸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는 국가 지도자가 자기 종교 색깔을 너무 드러낼 경우 종교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에 과거 김영삼(장로) 대통령 때도 그의 부인이 십자가를 걸고 다닌 적이 없는데, 유독 이번 정부에서만 종교 색이 드러나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명진 스님은 "이명박 정부가 취임하고 얼마 안 돼 지도에서 절을 전부 뺐고 얼마 전에는 절을 전부 묘지로 표시했다"며 "이것이 과연 이명박 장로 정권의 종교 편향적이고, 광신적인 믿음의 행태가 아니라고 어떻게 우리가 믿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명진 스님이 '봉은사 외압 파문'이 확산된 시점에 일요법회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언급한 것은, 이번 파문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나타난 종교 편향적 사건 중 하나로 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진 스님이 "이명박 대통령이 종교 편향 때문에 서울 시청 앞에 20만 명의 불자가 모였을 때 이후 다시는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과연 그 약속을 지키고 있나? 지키고 있다고 생각 하냐?"고 법왕루 안에 모인 신도들에게 물었을 때에는 신도들 사이에서 "아니로"라는 대답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자승 원장, 불교 깨부순다는 김 목사와 다르지 않아"

'봉은사 외압설'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법왕루 앞에 게시된, 명진스님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보고 있다.
 '봉은사 외압설'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봉은사 법회에 참석한 신도들이 법왕루 앞에 게시된, 명진스님에게 보내는 응원 메시지를 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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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광 목사 등 이명박 장로를 추종하는 목사는 불교를 깨부수겠다고 하고,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장로와 친하고, 이러면 이게 그림이 어떻게 나오나? 지금 봉은사는 한국 불교의 희망이다. 그 희망의 중심에 신도들과 스님들과 종무원과 제가 있다. 저를 봉은사에서 내쫓겠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를 깨부수기 위해…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 자승 총무원장이다. 그럼 자승 총무원장은 김성광 목사와 밀통하고, 강남 순복음교회 신도들과 야합해 봉은사를 깨부수겠다는 그 말과 무엇이 다른가?"

명진 스님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에 대해서도 종교 편향적 발언을 하며 불교계를 부수려는 인물과 다름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때 이상득 의원을 봉은사에 데려와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의 봉은사 방문을 부탁하고, 총무원장 시절 '세종시 문제를 여당안대로 추천해 달라'고 조언한 것은 물론 봉은사 주지를 경질하라는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던 자승 총무원장이, 친정부적이고 불교를 깨부수겠다고 한 김 목사와 다를 바 없다고 본 것이다.

자승 총무원장이 보인 정치적 행보에 대해 명진 스님은 "출가 사문이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면 어떤 직책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것"이라며 "중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명진스님, #봉은사, #일요법회, #안상수, #자승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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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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