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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처음 들어오는 제주공항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이 고인돌도 생태관광을 위한 소중한 자원입니다.
▲ 제주공항 고인돌 관광객들이 처음 들어오는 제주공항에서 바로 볼 수 있는 이 고인돌도 생태관광을 위한 소중한 자원입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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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이 정도면  될까요?
-싱가폴 대학생들과 함께 한 제주도 생태관광 기록

2010년 3월 28일 장용창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yongchangjang@hotmail.com

1. 서문

2010년 3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싱가폴 폴리텍 대학의 송신니 교수와 학생 40명 일행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했습니다. 가이드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저는 전부터 관심 가졌던 생태관광을 실현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떻게 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2. 생태관광의 원칙들

생태관광이 무엇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대략 이렇게 하면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면서 주민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관광도 즐거워질 것 같은 아이디어는 몇 개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가이드 제의를 받은 후 저는 저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봤습니다.

(1)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배워야 한다.
(2) 관광객은 관광하는 도중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3) 관광객의 지출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해야 한다.
(4) 관광이 즐겁도록 여행 일정은 느슨해야 한다.

날씨가 좋아 경치가 시원시원했습니다.
▲ 한라산 유채꽃 날씨가 좋아 경치가 시원시원했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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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천수 섯물을 싱가폴 관광객들에게 직접 맛보도록 했습니다.
▲ 용담동 용천수 섯물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천수 섯물을 싱가폴 관광객들에게 직접 맛보도록 했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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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오른쪽 학생들 뒤로 보이는 담벼락이 해신당입니다. 해신당 담벼락에 올라서려는 학생들을 교수들이 먼저 제지해줘서, 문화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 용담동 해신당 앞 싱가폴 대학생들 사진의 오른쪽 학생들 뒤로 보이는 담벼락이 해신당입니다. 해신당 담벼락에 올라서려는 학생들을 교수들이 먼저 제지해줘서, 문화를 존중해주는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 장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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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태관광 원칙의 실현 방법

위와 같이 나름대로 세운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썼습니다.

(1) 강의와 퀴즈

다행히 이번 여행은 수학여행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정을 짠 교수들이 처음부터 저에게 제주의 자연환경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저는 옳거니 하고 기뻤습니다. 그래서 석달 전부터 강의준비를 차근차근 했습니다.

둘째로, 강의를 할 때, 그리고 현장에서 설명을 할 때 저는 모든 설명을 퀴즈형태로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 동백동산에서 숯가마터가 보이면, "여기는 숯가마터예요"라고 절대 설명하지 않고, "사람들이 여기서 뭘 했을까요?"라고 퀴즈를 내고 맞추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퀴즈식 강의가 훨씬 더 재미있고, 흥미를 유발하며, 토론과 참여를 유도하는 데 편리합니다.

(2) 생태 관광 윤리

저는 이번 참가자들이 학생과 교수들이라는 점이 아주 맘에 듭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관광하는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들을 자연스럽게 얘기할 수 있었고, 참가자들도 잘 지켜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시간을 주면서 미리 "쓰레기통이 없을 테니,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자기 가방에 넣어두세요."라고 말합니다. 또한 곶자왈 숲에 들어갈 때는 "야생동물들이 놀랄 수 있으니, 낮은 목소리로 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약 30분 정도는 아예 명상하듯이 묵언 보행을 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라서, 이런 숲속의 묵언 보행도 즐겁게 지켜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흘리 마을을 지날 때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사람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지 않도록 했으며, 여름귤이 달린 것을 보고는 절대 탐을 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관광 윤리를 지키도록 한 것은 오히려 학생들의 학습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의 단호한 태도를 보면서, 학생들은 오히려 저라는 제주도 사람이 얼마나 제주의 자연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랑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또한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을 몸으로 터득했습니다.

생태관광에서는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 제주의 자연과 문화 강의 생태관광에서는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요소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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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선생님이 그리도 사랑했던 용눈이오름. 곡선이 정말 예술입니다. 분화구 안쪽만 푸른 이유는 바람이 적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 용눈이오름 김영갑 선생님이 그리도 사랑했던 용눈이오름. 곡선이 정말 예술입니다. 분화구 안쪽만 푸른 이유는 바람이 적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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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에 핀 들꽃(산자고)도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생태관광의 자원입니다. 이것만 봐도 쇠똥이 훌륭한 거름이라는 점, 동네사람들이 오름을 공동목장으로 이용한다는 점 등이 바로 이해됩니다.
▲ 오름의 들꽃 쇠똥에 핀 들꽃(산자고)도 많은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생태관광의 자원입니다. 이것만 봐도 쇠똥이 훌륭한 거름이라는 점, 동네사람들이 오름을 공동목장으로 이용한다는 점 등이 바로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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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광을 위해 저는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라고 주문했습니다. 붉은 송이돌을 화산재(volcanic ash)라고 소개하자, 싱가폴 대학생들이 돌의 맛을 보고 있습니다.
▲ 화산재 맛이 어떨까? 생태관광을 위해 저는 자연을 오감으로 느끼라고 주문했습니다. 붉은 송이돌을 화산재(volcanic ash)라고 소개하자, 싱가폴 대학생들이 돌의 맛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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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동네 식당과 동네 슈퍼 이용

관광산업이 제주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는 방법을 솔직히 저는 잘 모릅니다. 그나마 찾아낸 방법은 동네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슈퍼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친구랑 나눠먹던 쌍쌍바 아이스크림을 선흘리 구멍가게에서 산 다음 친구랑 나눠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그 구멍가게 주인이 아마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 식당을 선택할 때도 가능한 한 동네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했습니다.

(4) 느슨한 여행일정

저는 오전에 한 곳, 오후에 한 곳이라는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첫날 오후에는 강의, 둘째날 오전에는 용눈이오름, 둘째날 오후에는 동백동산만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느슨하게 스케쥴을 잡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여유 시간을 많이 가졌고, 자연을 스스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4. 첫날 공항에서 강의장까지

우리들의 학습은 공항에서부터 바로 시작했습니다. 버스에 짐을 실은 후 공항 주차장 근처에 있는 고인돌로 간 다음, "이 바위의 목적이 뭘까요?"라는 퀴즈를 냈습니다. 아무도 못 맞췄습니다. 고인돌을 책으로도 본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고대의 왕들이 묻혀 있다. (Ancient kings are buried under these rocks)"라고 하자 다들 크게 놀랐습니다.

용담동 해안도로에서 점심을 먹고 강의장으로 이동하던 중 저는 섯물이라는 용천수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정에는 없지만 보여주고 싶어서 내렸습니다. 일정이 느슨한 덕에 이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짠물인지 민물인지 맛보게 한 다음, 원래는 물이 아주 풍부했지만, 지금은 개발 때문에 수량이 줄어들고, 혹시 오염으로 인해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일러주었습니다. 다행히 맛을 본 사람들 중에 설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맙게도 그 바로 옆에 해신당이 있어서, 그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학생들 중 일부가 해신당 돌담 위로 올라서려고 하자, 인솔하는 교수가 말렸습니다. 자신들의 종교와는 아무 상관 없는 무속신앙이지만, 이 지역의 문화를 존중해주는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생태관광은 가능한 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해야 합니다. 동백동산 입구 선흘리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습니다.
▲ 동네슈퍼에서 아이스크림 사먹기 생태관광은 가능한 한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해야 합니다. 동백동산 입구 선흘리 구멍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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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촌락의 마을길은 생태관광에서 가장 좋은 자원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으니, 사람 사진은 찍지 말고, 정숙을 지켜 달라고 윤리원칙을 부탁했습니다.
▲ 제주도 선흘리 마을길 전통 촌락의 마을길은 생태관광에서 가장 좋은 자원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으니, 사람 사진은 찍지 말고, 정숙을 지켜 달라고 윤리원칙을 부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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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동산 곶자왈 숲의 먼물깍 연못 앞에 꽃이 좋아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40명은 생태관광을 하기에 너무 많은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 동백동산 곶자왈 동백동산 곶자왈 숲의 먼물깍 연못 앞에 꽃이 좋아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40명은 생태관광을 하기에 너무 많은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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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의 내용

저의 강의의 큰 주제는 이러했습니다. "문화(culture)라는 것은 미술이나 음악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각 지역마다 문화(삶의 방식)가 다른 것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주의 문화는 다른 곳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자연환경 때문에 그런 문화가 만들어졌는가?" 이런 대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저는 다음과 같은 열 가지 질문을 주었습니다.

(1)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바다를 건너 제주에 왔을까?
(2) 곶자왈이라는 이 오래된 숲이 왜 지금까지 보호될 수 있었을까?
(3) 오름에는 왜 나무가 없을까?
(4) 왜 남자 해녀가 없을까?
(5) 하천에 물이 없는데, 어떻게 물을 얻었을까?
(6) 왜 밭 주위로 담을 둘렀을까?
(7) 왜 가족들이 안거리와 밖거리 집에 따로 살까?
(8) 왜 무속신앙이 지금까지도 존중될까?
(9) 제주의 음식은 왜 이렇게 만드는 게 간단할까?
(10) 골프장과 걷는코스 중 어느 게 제주의 미래일까?

위와 같은 주제에 맞춰 힌트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슬라이드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런 큰 질문 이외에도 사진에서 답을 얻을 수 있는 작은 퀴즈들도 계속 냈습니다. 가끔씩 학생들이 먼저 질문을 해줄 때에도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더 고민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느 친구가 "한국에선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나요?"라고 질문하자, 저는 거꾸로 "김치의 정의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습니다. 학생들이 "매운 양념을 쓴 샐러드"라는 식으로 대답하자, 저는 다시, "과연 맵다는 것이 김치 샐러드의 핵심인가?"라고 질문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스무 고개를 넘다보면 결국 어느 친구가 "김치의 정의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답을 말합니다. 그럼 저는 다시, "그렇다면 왜 소금에 절인 채소를 먹을까?"라는 질문을 하고, 그럼으로써 "겨울에 채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라는 답을 학생들로부터 유도해냅니다. 이런 과정들이 너무 재미 있고, 열심히 참여해준 학생들이 고마웠습니다.

6. 용눈이오름에서

둘째날에는 전문성을 더하기 위해서 생태해설사와 함께 안내를 했습니다. 현장에서도 저는 그냥 경치 구경을 하는 게 아니라, 질문(과제)을 던져주고, 현장에서 답을 찾도록 주문했습니다. 용눈이오름에서 제가 준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이 오름의 이름이 용눈이(sleeping dragon)인가?
(2) 이 곳에서 화산폭발은 몇 번 일어났으며, 그 증거는 무엇인가?
(3) 어떤 사람들은 오름에 나무가 없어야 더 아름답다고 얘기한다. 이 곳에 나무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의 정의는 무엇인가?
(4) 시각만 이용하지 말고, 오감을 이용해서 느껴보라. 싱가폴과 무엇이 다른가?

학생들은 아주 열심이었습니다. 쇠똥 옆에 핀 꽃사진을 찍는 저를 따라서 열심히 쇠똥 냄새도 맡아보고, 제가 붉은 송이돌을 보여주면서 화산재(volcanic ash)라고 소개하자, 친구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진 사람이 맛을 보았습니다. 1시간 가량 마음껏 놀게 한 다음, 과제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하자, 어떤 친구들은 "화산활동이 이젠 끝났기 때문에 잠자는 용"으로 불린다거나, "화산이 불을 뿜는 것처럼 용도 불을 뿜기 때문에 용이라 불린다"는 등 재치 있는 답을 하기도 하고, 좀더 진지한 답을 주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들이 고마웠습니다.

7. 동백동산 곶자왈 숲에서

여기서 제가 준 과제(질문)은 좀더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1) 당신이 제주도지사라면, 이 숲을 어떻게 관리하고 싶은가?
(2) 생태계의 기본 원리는 협력과 경쟁이다. 이 숲의 식물과 동물들은 어떻게 협력하고 경쟁하고 있는가?
(3) 이 숲에서 이루어지는 관광 등 인간의 활동은, 위와 같은 생태계 평형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물론 중간중간에 현장을 보면서 좀더 쉬운 퀴즈를 주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숯가마터에 있는 집터를 보면서, "저 마을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끔 여기서 잠을 자면서 숲에서 지냈다. 뭘 했을까?"라고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냥을 했다"는 등의 진지한 답도 나오고,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화가 난 아내를 피해서 숲에 도망 왔다"는 등의 재치 있는 답도 나왔습니다.

8. 아쉬운 점

전체적으로 볼 때 저는 이번 생태관광 가이드가 아주 즐거웠습니다. 학생들이 제가 구상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잘 따라주었고, 윤리원칙도 잘 따라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행이 40명이라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너무 많습니다. 한 그룹이 10명 이상이면, 그 소음과 규모만으로도 숲의 야생동물들을 위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철새들의 월동시기도, 번식시기도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멸종위기종 철새들이 번식하는 시절에 40명이라는 대규모의 그룹을 데리고 동백동산 숲을 통과하는 것은, 저는 안 하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광 건은, 제가 가이드로서, 또는 관광객으로서 참여했던 과거의 경험들에 비해 생태관광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뿌듯합니다.

9. 동백동산 곶자왈에 대해

여러분이 제주도지사라면 동백동산 곶자왈을 어떻게 관리하고 싶습니까?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제주도청이 동백동산 곶자왈을 람사르습지사이트로 등록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서 반갑습니다. 하지만, 최근 생태관광이 관광객의 숫자라는 단순한 성과만을 추구하고 있어서, 동백동산이 정말 람사르사이트가 된다면, 오히려 관광객의 숫자만 많아져서, 그 생태계를 헤치게 될까봐 저는 많이 걱정됩니다. 동백동산을 람사르사이트로 지정하자는 말을 제가 제일 먼저 꺼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저는 더욱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동백동산을 람사르사이트로 지정함과 동시에 관리계획을 즉시 실시하는 것입니다. 체계적인 관리계획은 과학적인 조사를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간단히 세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핵심보호지역과 완충지역, 개방지역으로 구분하고, 핵심보호지역에는 사람의 출입을 아예 금지하는 정책만이라도 람사르사이트 지정과 동시에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먼물깍 연못까지만 출입을 허용하고, 그 안쪽으로는 출입을 아예 금지시키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수많은 방문객들이 먼물깍 연못의 안쪽 숲으로 들어가도록 허용한다면, 동백동산에서 번식하는 삼광조와 팔색조 등의 멸종위기 동식물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 #생태관광, #동백동산, #람사르환경재단, #싱가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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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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