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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입적한 이후 언론과 인터넷 매체에서 연일 크고 작은 뉴스를 쏟아내며 다소 지나칠 만큼 화제를 삼자, 어느 네티즌이 참다못해 올린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제 그만 좀 하시요. 조용히 입적하신 분이 시끄러워서 벌떡 일어나겠소이다. 그려!"

 

그런데도 스님에 대한 뉴스는 아무리 시간에 흘러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경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스님의 책값마저 큰 화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다("법정스님 '무소유' 93년판 110만원에 낙찰", 2010년 3월 26일 인터넷 뉴스).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이런 쇼킹한 제목의 뉴스를 보면서 그냥 지나치는 독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더구나 필자처럼 법정스님의 책을 책장에 가득 소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필자가 소유하고 있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1990년 9월 10일판, 범우문고).   보도에 따르면 "법정스님의 대표작인 '무소유'(1976)는 판과 쇄를 거듭하며 300만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로, 법정스님 입적 이후 출판사 범우사에서 추가 인쇄를 하지 않아 서점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발행된 지 20년 이상 지난 책은 경매 시작가 10만∼30만원에 올라와도 비교적 빠르게 낙찰되고 있다"는 기사가 독자의 눈길을 끈다.

                   

 필자가 틈틈이 구입해 읽었던 법정 스님의 맑은 영혼의 책들이 책장에 가득하다  - 스님이 입적한 후 이 책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 다시금 펼쳐 보게 된다.

 

  텅빈 충만 - (법정, 1989년, 샘터)

                    

인연이야기 - (법정 엮음. 1991년, 佛日출판사)

                                      

  서 있는 사람들 - (법정, 2001년판, 샘터)

                                                                             

 버리고 떠나기 - (법정. 1993년, 샘터)

   홀로 사는 즐거움 - (법정, 2004년판, 샘터)

                                  

  산에는 꽃이 피네 - (법정, 1998년 동쪽나라)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 (법정. 1996년, 샘터)

                                           

  오두막 편지 - (법정, 199년, 이레)

                                       

   숫다니파타 - (법정 옮김, 1997년 샘터)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뒤늦게야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스님의 책들은 내가 구입하여 읽고 책장에 꽂아둔 시점은 언제인지 새삼 살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필자가 틈틈이 읽었던 스님의 책들을 다시금 열어보면서 특별히 인상적인 대목을 여러 군데 발견하였다. 그 중 하나는 스님의 책에는 유난히 밑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어느 책의 한 부분에는 먹물이 묻어 있었다.

 

한 번 읽고 접어 두기 아까워 먹을 갈아 붓으로 화선지에 정성껏 옮겨 썼던 흔적임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어느 서예전에 출품하려고 쓴 글의 한 대목인 듯싶은데, 서예작품을 심사하는 분들의 눈에는 들지 않아 아쉽게도 낙선한 것으로 생각된다(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한 무명 서예작가의 솜씨보다도 영혼을 울리는 글감(?)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뽑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비록 낙선은 했지만 당시 화선지에 정성들여 쓴 나의 글씨도 나름대로 심신을 가다듬어 쓴 '맑은 영혼의 산물'이므로, 우편으로 보내기 전에 복사라도 해 둘 걸 하는 후회감도 이제야 밀려온다. 

               

 수년 전에 붓으로 썼던 '무소유'의 한 대목 -  밑줄 그은 책에는 먹물도 묻어 있다

내가 붓으로 썼던 글은 이런 대목이다.

 

『사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나는 아무 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 것 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 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졌던 것이 도리어 우리를 부자유하게 얽어맨다고 할 때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는 가짐을 당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자랑거리로 되어 있지만, 그마만큼 많이 얽히어 있다는 측면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하략) 』(문고판<무소유>31쪽에서)

                   

 필묵함을 열고 -  마음에 와 닿는 한 대목을 먹을 갈아 붓으로 정성들여 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

스님의 책을 다시금 펼쳐 보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깨닫는 게 있다. 스님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무소유'를 독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앞 다투어 '재산가치로 소유'코자 한다해도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요, 틈틈이 사서 읽고 꽂아 둔 내 책장의 책들을 바라보면서 경매시장에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책값에 새삼 놀랄 일만도 아니다.

 

책장의 책들을 소중한 마음으로 다시금 꺼내 펼쳐 보면서 마음에 와 닿는 한 대목을 먹을 갈아 붓으로 정성들여 써 봄으로써 내 영혼을 맑게 하고, 스님이 생전에 던진 삶의 화두를 깊이 있게 곱씹어 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값진 일이라 여겨지는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소박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수필문학인입니다. 이 글은 '디트뉴스24'와 필자의 글마당 '청촌수필' 카페, 블로그 등에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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