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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골통품이 된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이제는 골통품이 된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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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께서 유언장을 통해 '말빚'이라고 표현하신 여러 저서들이 스님의 유언에 따라 절판될 거라는 소식은 '품귀'라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그 책에 담긴 내용들을 좋아해서 서로 소장하려고 하는 건지 아니면 소장가치를 염두에 두고 구입하려고 하는 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법정 스님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쓰고, 훨씬 더 좋은 내용의 글을 쓴 분도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함에도 법정 스님의 글이나 책이 품귀현상까지 유발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려고 하는 것은 글이나 책에 담긴 내용에 덧대진 스님의 실천, 그렇게 살아오신 스님의 삶이 어떤 웅변이나 호소문, 어떤 가르침이나 안내의 말 보다 훨씬 더 강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30년 전에 구입한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30년 전, 새내기 대학생이던 시절에 구입한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30년 전, 새내기 대학생이던 시절에 구입한 법정스님의 '영혼의 모음'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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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럴싸한 표현, 더 좋은 말, 더 절절한 호소문을 담고 있을지라도 실천하지 않는 저자(著者)의 글은 느껴지지 않는 진실성, 보이지 않는 호소력,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기에 흐르는 시간에 따라 시들시들 말라 버리며 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법정 스님'이 저자로 되어 있는 책을 처음 구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0년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중 서점에서 구입한 <법정수상록 영혼의 모음>이 바로 법정스님이 저자로 되어 있는 책 중에서 처음으로 구입한 책입니다.

314쪽으로 된 '영혼의 모임'은 1978년 12월 20일 도서출판 집현전에서 발행되었으며 가격은 1500원이었습니다.

가로쓰기로 되어 있는 요즘의 책들과는 달리 세로쓰기로 되어 있으며 종이의 질도 많이 떨어져 누렇게 변해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들 대부분은 접착제로 제본이 되어 있지만 30여 년 전에 출판된 '영혼의 모임'은 바느질을 하듯 인쇄된 종이 한 장 한 장을 실로 꿰매고 엮어서 제본이 되어 있으니 요즘 발간되는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희귀성이기도 합니다.

‘법정스님’이 저자로 되어 있는 책을 처음 구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0년이었습니다.
 ‘법정스님’이 저자로 되어 있는 책을 처음 구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80년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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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변한 책에서 흘러간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렇게 변한 책에서 흘러간 세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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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마지막 글인 된 유언장과 다르지 않은 '미리 쓰는 유서'를 포함한 65꼭지의 글에는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의 삶과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 포털사이트에서 '영혼의 모음' 검색을 하면 샘터사에서 2002년 에 출판한 '영혼의 모음'만 검색되고 있으니 30년에 구입한 <영혼의 모음>은 법정스님의 말씀에 세월이 덧대진 골동품이 되었습니다.

'영혼의 모음'에 자음이 되어 무소유의 영혼을 완성한 법정 스님의 삶

요즘 책들과는 달리 30여년 전에 출판 된 '영혼의 모음'은 인쇄 된 책종이를 하나하나 실로 꿰고 엮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요즘 책들과는 달리 30여년 전에 출판 된 '영혼의 모음'은 인쇄 된 책종이를 하나하나 실로 꿰고 엮어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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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변한 책장을 넘기다 보니 책갈피 사이에 넣어 말린 작은 꽃, 책에 눌려 납작하게 마른 꽃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원색이었었을 꽃잎은 누렇게 갈변되어 있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였을 꽃향기는 더 이상 풍기지 않았지만 그 책을 사던 30년 전을 추억하기엔 충분합니다. 

세로쓰기로 되어있는 책갈피 사이에 들어있는 꽃. 원색이었었을 꽃잎은 누렇게 갈변되어있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였을 꽃향기는 더 이상 풍기지 않았지만 그 책을 사던 30년 전을 추억하기엔 충분합니다.
 세로쓰기로 되어있는 책갈피 사이에 들어있는 꽃. 원색이었었을 꽃잎은 누렇게 갈변되어있고, 벌과 나비를 유혹하였을 꽃향기는 더 이상 풍기지 않았지만 그 책을 사던 30년 전을 추억하기엔 충분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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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쪽으로 된 ‘영혼의 모임’은 1978년 12월 20일, 도서출판 집현전에서 발행되었으며 가격은 1,500원 이었습니다.
 314쪽으로 된 ‘영혼의 모임’은 1978년 12월 20일, 도서출판 집현전에서 발행되었으며 가격은 1,500원 이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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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쓰는, 엄청난 오역이 될지 모르지만 모음만 있어 미완성이었던 법정스님의 유작 '영혼의 모음'에 네모 반듯한 당신의 삶으로 자음 'ㅁ, 미음'을 덧대 '무소유'를 완성하시니 미완성이었던 '영혼의 모음'에 법정스님께서 삶과 수행 이력을 통해 보여주시고 형성하신 무형의 자음을 엮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 '완성된 영혼'이라는 신간으로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에야 책에서 글을 읽고, 글에서 법정스님을 느낄 수 있었지만 다시 꺼내서 읽어보는 '영혼의 모음'에서는 법정 스님의 수행 이력을 통해 책의 향기와 완성된 영혼을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태그:#법정스님, #영혼의 모음, #무소유, #집현전, #골동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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