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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도롱뇽 알이다."

"어머, 징그럽다."

"시선의 차이야. 1급 청정수가 아니면 이 녀석들이 살지도 않는다구."

"어머, 정말?"

"예전엔 나도 이 녀석을 징그럽게 쳐다봤었는데, 환경오염이니 개발이니 하면서 많이 사라지는 걸 안타깝게 여기다 보니 징그럽긴커녕 귀엽기만 하드라."

"언니 말을 듣고 쳐다보니깐 그래, 징그럽다는 느낌이 진짜 사라진다 응."

 

춘천이 고향인 김미희 선생님과 족은바리메(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에 있는 오름)에 갔다가 내려오며 장수물에 들렀다. 나야 고향인 곳이기에 늘 보는 곳이지만, 김미희 선생님은 낯선 곳이다. 소나무 숲길이나 구경시켜주자는 심산으로 들른 곳인데 생각지도 않은 녀석들을 만나고 보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사람이 억지로 떼 놓은 알집 물에 흘러가지 않도록 붙어 있는 알집을 누군가 억지로 떼 놓았다.

까마득히 먼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미 팔아 버리고 남의 땅이 된 지 오래인 그 밭은 田 자를 이루며 네 개의 밭이 붙어 있었다. 거기 위쪽의 밭과 아래쪽의 밭 사이는 유독 층을 이루고 있었고 그 층 아래로 골짜기처럼 물이 고이는 도랑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버지와 그 밭에 가서 둑을 정리하던 날이었다. 돌덩이를 파 올리며 차곡차곡 담을 쌓노라니 파인 흙 속에서 도롱뇽 한 마리가 나왔다. 약간 타원형을 이룬 머리에 둥그스름한 주둥이, 돌출된 눈에 콧구멍이 약간은 해괴하게 생긴 녀석이었다. 도망갈 줄도 모르는 네 다리는 꼭 개구리가 되다 만 것처럼 보였고 매끈한 피부는 오히려 움칫거리게도 하였던 기억이 선하다.

 

사람이 억지로 떼 놓은 알집 이대로라면 자칫 흐르는 물에 떠 내려가다 어딘가에 걸려 말라죽을 수도 있다.

바나나 모양이라 하기에도, 도넛이라고 하기엔 더더욱, 그렇다고 순대도 아니다. 3층의 투명한 한천질로 싸여 있는 도롱뇽의 알은 한 개의 알집에 약 30~75개의 알이 들어 있으며 산란 후 약 3~4주면 부화한다. 유생(幼生) 때에는 겉 아가미가 발달하지만, 탈바꿈하여 성체가 되면 폐 호흡을 한다. 알은 물속에서 낳지만, 생활은 땅 위에서 하며 지렁이류나 물속 곤충류를 잡아먹고 산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조그만 우물에 도롱뇽 알집이 가득 차 있었다.

암컷이 돌 틈에 알을 붙여 낳으면 수컷 무리는 뒤엉켜 수정하고 알을 보호한다.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에 알집을 낳는다고 했는데, 알집 속에서 움직이는 녀석들을 보면 부화할 날이 머지 않았다. 지역상의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이미 3월 이전에 알집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들이 부화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수온이 너무 높아서도 안 되며 항상 1급수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 흐르는 물이어야 한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세게 흐르는 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흘러갈까, 서로를 부둥켜 안은 알집은 풍성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초등학교 다닐 땐, 학교에서 돌아오늘 길에 이들을 만나면 맨주기뽓(올챙이 알집)이라고 하면서 가지고 놀았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며 이들을 잊은 지는 이미 오래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관광지인데다가 정말 작은 우물이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모두 부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의 막내가 지금은 고2. 녀석이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한다. 녀석은 이맘때 올챙이 잡는 놀이에 아주 흠뻑 빠져 있었다. 학교 끝나면 냇가에 들러 올챙이를 잡기 위해 버스도, 학원 차도 타지 않고 일부러 걸어서 집에 오다 냇가에 들러 올챙이를 잡고 오곤 했다. 은근히 뱀에 물리지나 않을까 염려도 되던 때였다.

 

내 중학교 동창 녀석의 아들하고 단짝이다시피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그 친구하고 올챙이를 잡아 병에 놓고선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자기가 잡은 올챙이를 선심이나 쓰듯 친구에게 나눠주곤 하면서도 작은 올챙이만 나눠 주었다. 하지만, 그 친구도 또래인지라 큰 올챙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금방 개구리가 되어 도망가 버리니 작은 올챙이가 좋다며 아무리 녀석들을 달래도 소용이 없다. 달래고 달래며 억지로 큰 올챙이를 나눠 줘 버리니 결국은 내 아들이 울었다. 일요일에 엄마가 많이 잡아다 주마고 달래고 달랬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우리 모두 살아남자고 맹세라도 하는 듯 꼭꼭 끌어안은 것 같다.

드디어 일요일이 돌아왔다. 난 막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앞 바구니엔 소쿠리와 유리단지를 실었다. 녀석이 올챙이를 잡으러 간다던 냇가로 가서는 소쿠리로 건져내었다. 기껏해야 손바닥으로 한두 마리씩 잡던 녀석은 획 휙 건져 올려지는 올챙이를 보자 탄성을 지르며 좋아 어쩔 줄 모른다. 엄마에게서 소쿠리를 뺏어 들고 손수 건져 올리며 원 없이 올챙이를 잡고 돌아왔다. 햄스터 집에 옮겨 키웠다. 하지만, 이들은 며칠 안 가 개구리가 되면서 익사하기 시작했다. 별 수 없이 모두 다라이에 놓고 마당에서 키웠는데 개구리가 되며 모두 떠났다. 엄마 때문에 올챙이가 모두 도망갔다고 며칠 동안이나 서럽게 울었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널따란 바위에 패인 우물 속에서 하늘을 우러르며 이들은 어떤 꿈을 꿀까?

그 후의 일이다. 남편이 디카에 담아 온 사진을 정리하며 그저 맨주기뽓(올챙이 알집)이라고만 기억할 뿐 학명을 알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소리로 아는 체한다.

 

"도롱뇽 알이네."

"정말? 네가 어떻게 아는데?"

 

반신반의의 표정으로 휘둥그레지며 녀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즉슨, 위의 일들이 벌어지던 그날이란다. 건져온 올챙이를 다라이에 넣었을 때 저런 게 있었는데 며칠 후엔 새끼도롱뇽이 있더란다. 경험이 전해주는 실체를 느끼던 순간이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어린 시절엔 이렇게 도롱뇽 알집이 들어 있는 샘물에서도 엎디져 그 물을 마시곤 했다.

족은바리메오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른 장수물. 지금은 비록 음용수로 쓸 수 없는 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청정수라는 느낌이 들어 이들이 더더욱 반가웠다. 일정한 길이의 도롱뇽 알집 한쪽 끝이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가지런히 바위에 붙어 있었다. 어떤 몰지각한 이가 이들을 억지로 떼어 물 밖에 내놓고 구경했는지 알집 세 개가 바위 위에서 말라가고 있었다. 다행히 알집 속의 새끼는 죽지 않았다. 얼른 물속으로 넣어주었다.

 

조그만 우물에 빼곡히 들어선 알집 부디 모두 부화하여 인간들에게 포획당하지 말고 맘 놓고 살아가길 바란다.

물속에 하늘이 비치는 바람에 찍기가 정말 어려웠다. 여러 컷 눌렀지만 모두 실패했다. 오늘은 우산을 들고 갔는데 우산도 하늘을 가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우물에 비칠 뿐이다. 날씨가 흐린 탓도 있었지만 별 수 없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얼마 전, 어느 마을에서 주민들 몇이 도롱뇽 알을 술에 타 마시고 집단식중독 증세를 보인다고 티비 뉴스에 보도되었다. 도로포장, 인공배수로 등등의 이유로 도롱뇽의 수난사는 그치지 않고 있다. 모두 우리 인간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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