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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깔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꽃 색깔이 어찌나 붉은지 바라보는 내 자신마저도 빨갛게 물들여졌다. 동백꽃은 우주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서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는 마음을 물들인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예감으로 설레게 한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는 것을 보니, 정녕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동백꽃이 피어 있는 곳은 전북 군산의 농촌이다. 올봄은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럽다. 도대체 예측하기가 어렵다. 봄인가 하고 돌아서면 춘설이 흩날리고, 움츠리고 있으면 화사란 햇살이 활짝 웃는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내리기도 하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이 적응하기가 힘들다.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상태에서 빨간 꽃을 보니, 좋다. 참 좋다.

 

꽃을 바라보면서 나를 들여다본다. 빨갛게 빛나고 있는 꽃처럼 나 자신을 우뚝하게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스스로 붉은 색깔로 불타올라야 비로소 모두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나 자신을 예뻐하지 않고 또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그 누구를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붉은 동백꽃은 언어였다. 마음에 진하게 전달되는 의미가 있었다. 꽃은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지나간 과거는 이미 흘러가 버렸으니, 집착하여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 마찬가지로 내일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으니, 가상의 현실일 뿐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그 것은 어리석음이 아닌가?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 봄을 마음껏 누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하늘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변덕을 부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봄이라는 사실이다. 눈이 내린다고 하여 봄이 아니라고 한다면 결국 누구의 손해인가? 봄은 그렇게 가고 만다. 봄눈이 내렸다고 하여 봄이 아닌 것이 아니고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하여 봄이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런 이유로 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우긴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저런 핑계로 봄이 아니라고 항변한다고 하여 봄이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다. 봄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봄눈이 왔다고 하여, 그 기간을 봄에서 빼고, 또 그 모자란 기간을 더 합해주지는 않는다. 봄은 그렇게 왔다가 멀어진다. 그 어떤 이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봄을 그래서 잔인한 계절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세월은 원래 무심하다. 사람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결국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다.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결국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그 어떤 이유로도 통용될 수 없다.

 

붉게 불타오르고 있는 꽃을 바라보면서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타오를 수 없다. 온 몸을 던져서 올인 하지 않고는 그 무엇도 이루어낼 수 없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 자신을 예뻐하고 소중함을 인식한 상태에서 당당하게 설 때 성취할 수 있다. 그래야만 활활 불타오를 수 있다.

 

꽃처럼 빨갛게 불타오른다는 말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뿐인 인생이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성공이라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설사 실패한다고 하여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였다면 후회는 없다. 젖 먹던 힘까지 총동원하여 최선을 다 하였다면 그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 붉은 동백꽃처럼 피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봄 날씨가 변덕을 일으킨다고 하여 봄이 아닌 것처럼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어쩔 수가 없었고 저린 까닭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고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가버린 시간을 절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 핑계거리를 찾고 있는 동안에도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번 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봄눈이 내리는 봄일지라도 봄은 봄이니 마음껏 누려야 한다.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하여도 봄은 봄이다. 그 와중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낸 동백처럼 살아야 한다. 인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흘러가고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멀어진다. 낭비하게 되면 그만큼 허송세월을 보내는 결과가 된다. 한번뿐인 인생을 망치는 것이다.

 

동백이 꽃을 피워낸 것은 지금을 성실하게 채웠다는 것을 뜻한다. 단 한 순간도 허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게으름을 피우고 변명을 늘어놓았다면 화려한 꽃을 피워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동백은 봄을 온 몸에 담고서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기에 저리도 붉은 꽃을 피워낼 수 있었다. 우리 인생도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내가 서 있는 여기에서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봄에 조금 흠이 있다고 하여 봄을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흠이 있는 봄이던, 완벽한 봄이던 그 것은 상관하지 않아야 한다. 주어진 봄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다. 곱게 피어난 꽃처럼 나도 그렇게 붉게 피워나고 싶다. 동백꽃처럼.<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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