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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김예슬씨가 '자발적 퇴교'를 선언했습니다. 그가 쓴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던 자리에 누군가 장미를 매달았습니다. 그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지고,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대자보가 붙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일 지지 대자보를 붙인 홍명교씨의 글을 실었습니다. 홍씨는 "무력한 구경꾼이 되고 싶지 않아 지지 대자보를 붙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오늘(17일)은 심해린씨가 고려대학교와 자기 학교(이화여대)에 대자보를 붙이고,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마이뉴스>에 기사와 댓글 등을 통해 대자보를 붙여주세요. - 편집자말

김예슬 선언에 이어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씨가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붙였다. 사진은 심해린씨의 대자보.
 김예슬 선언에 이어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씨가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붙였다. 사진은 심해린씨의 대자보.
ⓒ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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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교수님들께 묻습니다. 왜 침묵하십니까? 언제까지 침묵하고 계실 겁니까?

'김예슬 선언'에 저는 심장을 찔렸습니다. 김예슬씨가 대학을 거부한 직후 많은 대학생들, 수백만 네티즌들은 잠 못 이루며 토론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습니다. 대자보 옆에 장미꽃을 달아준 학생, 아이들과 대자보 전문을 함께 읽다 끝내 울어버렸다는 선생님과 중학생들, 내 마음과 똑같지만 함께하지 못해 부끄럽다던 대학생들,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학부모님들의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김예슬 선언은 MBC 9시 뉴스와 TV, 일간지 1면에 보도되었고, 모든 포털의 메인에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 교육, 청년실업 이야기만 나와도 본능적으로 '김예슬 선언'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대학, 국가, 기업 그리고 기성세대의 '큰 탓'을 물으면서도, 잘못된 체제의 유지자였던 자신의 '작은 탓'을 물으며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던 그녀의 용기를. 우리 대학생이,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가 이런 거울 하나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예슬 선언의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언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이 사건을 외면했습니다. '자유·정의·진리', '진·선·미',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등 건립이념은 버린 채 '대학大學'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킨 각 대학 총장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그들에겐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김예슬 선언에 이어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씨가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붙였다. 사진은 심해린씨의 대자보를 보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
 김예슬 선언에 이어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씨가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붙였다. 사진은 심해린씨의 대자보를 보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
ⓒ 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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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진보적이라는 언론조차 이 의미를 알아채지도,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진리를 논하며 우리의 숨통을 틔워주던 진보 지식인과 교수님들조차 거의 모두가 침묵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거의 눈물 날 정도로 기뻤"다, "뒤늦은 성년식을 축하한다"며 좋은 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교수직인 자신에 대한 성찰은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말로는 좋은 세상을 외치면서 정작 자신의 존재로 좋은 세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존경받는 교수님이라는 직위는, 월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언제까지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고통받는 청년들을 외면하실 겁니까? 수많은 교수님들이 시장만능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인문학의 위기'를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저항인 '김예슬 선언'에는 왜 침묵하십니까? 죽어있는 '학문'이 아닌 '삶'을 보여주십시오.

저는 기다립니다. '오늘 나는 대학 교수직을 그만 둡니다, 아니 거부합니다'라는 양심있는 교수님들의 선언을. 설령 김예슬씨처럼 대학 기득권을 던지지는 못하더라도, 지지건 비판이건 본인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고 진리라고 믿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십시오. 저 또한 이대로 대학 모순이 묻혀 버리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습니다. 여기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면 저 또한 대학을 버리겠습니다.

"학문의 유일한 목적은 인간 현존의 노고를 덜어주는 데 있다" -브레히트

덧붙이는 글 |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
까페 <김예슬 선언> cafe.daum.net/kimyeseuls

일주일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대학생들은 이렇게 깊이 고민하고 아파하고 있는데
정작 이 문제에 대답해야 할 학교가, 또 교수님들이 모두 침묵하고 있고,
제가 믿어온 생각있는 지식인들마저 한 사람이 삶을 던져 부딪힌 것을
너무 쉽게 표현하고, 너무 쉽게 칭찬하며 자기가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방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김예슬씨의 대자보가 붙은 고대와 저의 학교에 대자보를 써붙였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대자보에 다 담지 못한 원문 글을 올립니다.



태그:#김예슬, #대자보, #고대자퇴, #자발적대학거부, #고대생 자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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