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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일이었다. 교포3세 아이돌이 연습생시절 자신의 '마이스페이스'에 남긴 글이 논란이 되어, 단 4일 만에 팀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추방'된 것도. 그로부터 약 5개월 후 '밝힐 수 없는 사생활 문제'라는 이유로 '영구탈퇴' 결정이 내려진 것도. 그 후 열린 간담회에서 탈퇴한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과 팬들이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벌인 것도. 한 때는 그 아이돌그룹의 팬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안티'로 돌아서 나머지 멤버들을 공격하게 된 것도. 이쯤 하면 누굴, 어떤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알 것이다. 바로 재범(박재범), 그리고 2PM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유례없는 상황' 때문에 재범의 팬들은 지난 9월 이후 '유례없는 해외 팬'이 되었다. "나이 먹고 아이돌 팬질이 웬말이냐 했는데 이젠 팔자에도 없던 해외팬질까지 하는구먼"이라는 한 팬의 넋두리처럼, '졸지에' 그렇게 됐다.

재범이 있는 시애틀과 한국은 시차가 16시간이나 난다. 하지만 재범 팬들의 '해외팬질'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에 대한 '팬질'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 6개월간 재범은 단 한 번도 '자의'로 자신의 모습을 공개한 적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심경'을 나타낸 적도 없다. 심지어 '영구탈퇴' 결정이 내려질 때조차 재범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혹은 못했다). 한 마디로 '활동'이 없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재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 '유례없는 팬질'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있다.

재범 탈퇴 후, '해명과 응원의 공간'이 된 유튜브

총 11개국 18개의 도시에 있는 2PM의 팬들이 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플래시몹을 진행해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총 11개국 18개의 도시에 있는 2PM의 팬들이 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플래시몹을 진행해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 유투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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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이 2PM을 탈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는 팬들이 직접 찍은 동영상인 '직캠'을 올리고,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혹은 멤버별로 찍힌 '직캠'을 통해 팬들은 방송카메라에는 담기지 않은 멤버들의 세세한 모습, 의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가수의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재범이 '한국비하논란'과 함께 팀을 탈퇴하면서, 유튜브는 '해명과 응원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팬들은 직접 UCC를 만들어 '재범이 한국을 비하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고, 재범이 얼마나 한국을 사랑했는지 혹은 훌륭한 리더였는지 보여주는 영상들을 편집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는 유튜브라는 공간은 전 세계에 있는 재범 그리고 2PM 팬들을 결집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서울), 필리핀,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국(L.A, 뉴욕, 시애틀 등), 프랑스, 캐나다(밴쿠버, 몬트리올), 인도네시아 등 총 11개국 18개의 도시에 있는 팬들이 재범의 복귀를 바라는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한국 팬들이 지난해 9월 진행한 플래시몹 영상은 31만이 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유튜브가 꼽은 2009년 대한민국 올해의 동영상' 10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튜브 사생팬'을 아시나요

팬들은 유투브에서 재범의 비보잉 동영상을 찾으며 '유투브 사생팬'이 되어갔다.
 팬들은 유투브에서 재범의 비보잉 동영상을 찾으며 '유투브 사생팬'이 되어갔다.
ⓒ 유투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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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있는 재범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곳도 유튜브였다. 재범이 시애틀에서도 계속해서 비보잉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 팬들은 유튜브에서 비보잉 동영상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비보잉 배틀에 출전한 비보이 혹은 관객들이 촬영한 영상 속에서 팬들은 재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팬들은 '유튜브 사생팬'이 되기 시작했다. 

'사생팬'은 연예인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의 사생활을 캐내려 하는 팬을 뜻하는 말. 물리적인 이유로 시애틀까지 갈 수 없는 팬들은, 재범이 속해있는 비보잉팀의 배틀이 끝나고 나면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동영상을 뒤져 재범의 모습을 찾아냈다. 화질도 좋지 않은 짧은 동영상을 보면서 팬들은 재범의 '현재'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16일 오후(한국시각) 한 편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록됐다. 2분 30초 길이의 영상에서 짧은 머리에 흰 티를 입은 청년은 노래와 랩을 선보였다. 이 동영상은 하루도 안 돼 조회수 100만을 돌파해, 17일 현재 '최다 조회 영상 1위'에 올라와있다. 동영상을 올린 사람은 지난해 9월 구설수에 휘말려 한국을 떠난 2PM 전 리더 박재범. 영상 속 재범은 한국을 떠날 때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조회수가 높은 것은 물론, 재범이 동영상에서 부른 노래의 원곡인 B.O.B의 'Nothing on you'는 16일 싸이월드 BGM 판매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상이 올라 온 후 '박재범'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계속해서 랭크되었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아니, 같은 유튜브 아래

지난 16일(한국시간) 재범은 '유투브'에 노래와 랩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재범은 '유투브'에 노래와 랩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 유투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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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프로필에 간단한 소개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남겼다. 이 글에서 재범은 "일단, 팬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라면서 "(팬 여러분들이) 노래와 랩 하는 걸 보고 싶으실까봐 유튜브 계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재범은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다같이 웃고 같이 열심히하고 파이팅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는 '심경 고백'이다.

팬들 역시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재범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7일 현재 재범의 동영상에는 18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있다. 팬들은 프로필을 통해 재범이 언제 마지막으로 유튜브에 접속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동시접속'을 하겠다며 재범의 유튜브에 계속해서 머물러있는 팬도 나타났다. 재범과 '같은 서울하늘 아래' 있고 싶었던 팬들은 이제 재범과 '같은 유튜브 아래' 있게 됐다.  

여전히 팬들은 재범의 '밝힐 수 없는 사생활 문제'가 무엇인지, 재범이 왜 영구탈퇴를 해야만 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재범을 미국으로 쫓아내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인터넷은, 이제는 팬들과 재범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태그:#재범, #박재범, #유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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