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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에서 만난 청춘들이 '떴다'. 청년노동자들의 일반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13일 오후 명동 청어람 아카데미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실업과 인턴,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노동에 내몰린 청년들의 현실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는 찾기 어려웠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를 결성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의 노동의 질 향상과 소통을 추구하며, 15~39세 청년노동자, 실업자는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Y(YOUTH)와 U(UNION)로 이뤄진 청년유니온의 로고에는 '양갈래 길에서 방황하던 청춘들이 민주, 평등, 연대의 '삼거리'에서 만나 화합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발기인 160명으로 시작한 청년유니온은 현재 65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은 35명의 조합원과 3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해 강령과 규약을 제정했다. 이어 임원으로 대표 김영경(30) 사무국장 조금득(32), 회계감사 석진혁(31), 박수열(35)씨 등을 선출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유니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걸 느낀다. 곧 청년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말이다. 우리가 올곧게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했다.

임원진 선출 투표를 진행하는 조합원들.
 임원진 선출 투표를 진행하는 조합원들.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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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은 사업계획으로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운동/ 아르바이트, 청년인턴을 대상으로 한 노동실태 조사/ 실업부조 도입/ 청년 고용할당제 도입 캠페인 / 청년 노동자를 위한 노동상담 및 교육 등을 제출했다. 이를 두고 회원들의 의견이 활발히 오갔다.

"어떤 뉴스 보니까 4인 가족 기준 생계비가 월 344만 원 필요하다더라. 우리 가족은 26년 간 100만 원으로 살았다. 최저임금의 수혜를 전혀 못 받았다. 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일정 생계비를 지원하는 '기본소득'을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부에게 이런 요구를 해야 하지 않나."
"정부에게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할 게 아니라 기업 역시 청년실업, 낮은 임금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캠페인도 했으면 좋겠다."
"청년들이 진짜 생활하는데 최저임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가 직접 실태조사도 하고 분석도 해 보자."

청년유니온,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 등이 공동제작해 대학 졸업생에게 배포한 노동법 기본상식 홍보물.
 청년유니온,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 등이 공동제작해 대학 졸업생에게 배포한 노동법 기본상식 홍보물.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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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창립식에서는 각 단체의 축사와 활동보고 동영상, 회원들의 편지 등을 발표했다. '연애지원금이 필요하다'고 쓴 한 회원은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해 눈물겨운(?) 공감을 받았다.

"인턴 하면서 월급 120만 원 받는데, 학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하는데 한 달 55만 원 낸다. 집에 생활비 30만 원 보태고 내 식비, 교통비 쓰면 돈이 없다. 얼마 전 연애를 할 뻔 했는데 한 달 휴대폰 비 3만 원 넘으면 안 돼서 거절했다."

'졸업하고 나서 뭐하느냐고 묻지 말자'고 쓴 회원도 있었다.

"친구들 만나면 서로 처음 하는 말이 '너 요즘 뭐해?'다. 취업은 했냐, 어디 들어갔냐 그런 거 말고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청년들의 이야기는 반짝거리면서도 절실했다.

청년유니온 로고 위에 회원들이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로고 위에 회원들이 핸드프린팅을 하고 있다.
ⓒ 노동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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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은 18일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한다. 이들의 행보가 어떤 길을 만들지는 모른다. 단 앞이 안 보일수록 새로운 길은 더욱 많이 필요한 법이다.


태그:#청년유니온, #청년실업,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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